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일리아트 Jul 24. 2024

버려지고 없어지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김승찬

[청년 작가 열전 ⑦] 작가 - 김승찬

버려지고 없어지는 것을 다시 쓸모 있게 만드는 작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용대 선수는 남자 배드민턴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고 전 국민에게 윙크를 해서 '윙크 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셔틀 콕 영웅’의 등장이다. 나도 어릴 적에 골목에서 누나와 같이 배드민턴을 했던 기억이 있다. 플라스틱 날개 위에 탄력 있는 공을 붙여 만든 '배드민턴 공'은 세게 치면 멀리도 날아갔다. 공을 상대에게 보낼 때는 치기 쉽게 공을 보내야 했다. 그래야 상대방이 되받아쳐 게임이 끊어지지 않았다. 서로 주고 받을때 숫자를 세기까지 하면서 배드민턴 게임을 했지만, 그래도 10번을 넘기기는 쉽지 않았다. 잘 치게 보내주는 게 그리도 어려웠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보는 경기는 그게 아니었다. '셔틀 콕'이라 부르는 것은 어릴적 치던 '배드민턴 공'과 같지 않았다. 오히려 잘 날아가지 않았다. 골목에서는 서로가 잘 치도록 보내주는 배드민턴인데, 올림픽 경기에서는 서로 치기 어려운 곳으로 날려 보냈다. 승부의 세계는 상대의 실수가 나의 득점을 높여주는 행위이다. 어찌 보면 골목길에서 누나와 했던 배드민턴이 더 인간적이기도 하다.

셔틀콕 전시 좌측

 



내가 상대방의 공을 쳐 내면 간절하게 상대방이 되쳐 주기를 바라는 골목길의 배드민턴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올림픽이 페어 플레이 정신이라고 하지만 아니다. 내가 이겨야 금메달도 따고 영웅도 된다. 세상은 '아생연후살타'이다. 내가 먼저 살아 남아야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남을 죽여야 한다니...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규칙은 우리가 사는 경쟁의 세상이 아닌 어릴 적 '골목길'에서만 유지되는 법칙이다.

셔틀콕 전시 우측

 



배드민턴 공을 ‘셔틀 콕’이라 부른다. 셔틀은 옷감을 짜는 기계인 베틀에서 왔다 갔다 하는 기구를 말한다. 한번 옆으로 밀고, 또 내리고 하는 이런 반복된 동작을 통해서 좋은 옷감이 탄생한다. 서로 사는 공생의 원리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물건, 버려지는 것들은 한때는 내가 그토록 원해서 금전을 주고 산 것들이다. 내가 원해서 얻은 욕망은 곧 버려지는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 나의 욕구가 다 하면 버려지는 것들이다. 일방적인 선택이고 그 선택의 효용이 떨어지면 버려지는 것들이 주위에 참 무수히도 많다. 그 원함, 욕망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 일상의 파편들을 모아 하나의 예술로 만들어가는 어찌 보면 무모한 청년 작가를 만난다.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청년 작가 김승찬

김승찬이라고 합니다. 버려진 오브제들을 서로 이어 붙여 몸체로 만들어 주는 조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작업은 나를 존재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만든 것을 깨트려서 다른 오브제와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원래 이런 작업에 흥미를 느꼈나? 이런 작업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제가 조심성이 떨어져 머리나 무릎을 어딘가에 자주 부딪힙니다. 이게 작품을 다룰 때도 마찬가지여서 종종 제 손에서 파손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금이 가고 깨져 버린 도자기가 쓸모 없어지는 순간 '이것을 어떻게 작업이 되게 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물리적으로 도자기를 깨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이유 모를 시원함이 느껴졌습니다. 작업이 파손될 걱정을 안 해도 되었고 새로운 작업 형식을 고민해 보기에 이르러 일석이조였습니다. 이후 파편들과 버려진 오브제들을 모아 새로운 형태로 만드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 방식이 세상에 자리가 없어 내몰린 것들을 버려지지 않게 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끄러진 투명함, 2024, 페트병, 에폭시, 유리 구슬, 세라믹, 레진, 12*26*17cm


- 자신에게 다가올 충격을 미리 예단하고 파편을 만드는 행위는 어찌 보면 세상에서의 도피로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예단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저는 예단이라기보다 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매 순간 어떠한 방식으로든 세상으로부터 우리는 충격을 받거든요. 그 충격에 다쳐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미리 예방접종한다는 느낌으로 파편을 만들었습니다. 한번 깨져 이어 붙인 것이 다시 깨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거든요.



-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있음', 존재를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버려지는 것들은 바닥에 나뒹굴다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것이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눈으로 볼 수는 없죠. 저는 이것들이 있을 수 있게, 바닥에 나뒹굴지 않고 땅을 딛고 서 있을 수 있게,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다리와 몸체를 만들어줍니다.

-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전업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이궁금하다. 주변에서 작가의 작품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미술에 대한 첫 관심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보게된 미술에 관한 책에서 시작했습니다. 르네상스 회화의 주제였던 종교, 신화, 역사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 등을 풀어낸 책이었습니다. 작품과 표현 방식에서 의도와 그 당대의 생각이 드러나는 게 특히나 흥미로웠죠. 그래서 입시를 위해 미술을 시작했습니다. 대학에 가니까 제 이야기를 담은 작업을 해야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나만의 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미술이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원에서 작업을 하고 공부하는 과정과 제 이야기와 제가 세상을 보는 방식, 문제 의식이 작업의 형식과 연결이 되고 또 재료와 형식이 사회적인 내용과 이어지는 것에서, 이것이 나의 길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과 세상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요.



주변에서는 제가 원하는 바를 하는 것을 지지해 주시는 편인 거 같아요. 부모님 나름대로 제가 무언가를 하길 바라셨던 게 있을 거 같지만 그래도 제가 진지하게 하고자 하면 응원해 주셨습니다.



<"청년 작가 열전 김승찬 2편"으로 이어집니다.>

뼈대에 붙은 파편 덩어리

김승찬 (KIM Seungchan, 1998-)



2024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과 석사과정 수료



2022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조소전공 학사



<개인전>



2024 셔틀콕, BeF Storage, 서울



<단체전>



2023



감지공간, 강서아트리움, 서울



금비가 우유처럼, 갤러리 호호, 서울



Unspoken Dialogue, 갤러리 조선, 서울



매일 너의 알고리즘에 난 떠, 앵포르멜, 서울



조각가의 대화법, 서울시립대학교 빨간벽돌갤러리, 서울



여性, 신체의 다양성性, 바운더리 성수, 서울



2022



도약의단초8, 탑골미술관, 서울



MONAD, 갤러리 모스, 서울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톡(으)로 기사보내기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888


작가의 이전글 [同好同樂]① 북스그램 - 함께하는 독서의 힘을 믿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