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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4. 2024

버려지고 없어지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청년 작가 열전 ⑦] 작가 - 김승찬

버려지고 없어지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청년 작가


버려지고 없어지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김승찬 작가의 인터뷰가 길어져서 후속편을 싣습니다. / 편집자 주


- 앞으로 어떤 작업을 구상하고 싶은지? 올해 전시 계획은 없는가?


저번 주에 개인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인풋(input)을 채워야 할 거 같습니다. 저 나름대로 쌓아 왔던 것을 쏟아내었기 때문에 소진된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작업을 다시 감을 잡기 위한 드로잉을 위주로 하고, 책도 읽고 다른 분야의 예술도 많이 접해 보려고 합니다. 올해 확정된 전시는 아직 없습니다.


- 개인전에 대해서 이야기 해달라. 어떤 주제였고 갤러리들이 반응은 어땠는지?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전시장 좌측 부분


전시장 우측 부분

5월 24일에서 6월 4일까지 명지대 앞에 있는 'BeF Storage'라는 공간에서 "셔틀콕"이라는 개인전을 했습니다. BeF Storage는 서대문구에서 운영하는 '청년베프'라는 청년 공간에서 운영하는 전시장입니다. 전시에는 주로 제 지인들과 작업하는 동료들과 선생님들, 명지대 학생들이 오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은 저를 지켜봐 온 동료 작가들의 반응입니다. 이제껏 해 오고 고민했던 작업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시작이라는 이야기를 여러 동료들에게 들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작업을 할지 기대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물론 기분 좋은 말이지만 다음 전시에는 꼭 더 좋은 전시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의 주제는 제가 이야기한 '그저 있음'의 풍경을 만들어낸 전시였다고 생각해요. 조각들이 무언가 연출이 된 거 같기도 하고 무심한 듯 작업이 배치된 느낌을 실현하려고 했죠. 나름 괜찮은 전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전시가 약간은 건조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앞으로 여러 방향으로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전시 공간은 갤러리가 아니라서 판매를 하지는 않고 전시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 자신의 작품 중에서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작품 하나를 고르라면?

재탄생, 2021,세라믹, 에폭시, 황동분, 옻칠, 30×30×30cm

<재탄생>이라는 작업입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작업의 뿌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제가 평생 간직할 거 같네요.


무기력한 저의 모습을 투사한 도자를 깨어 만든 첫 번째 작업이 이 작업인데요. 이어붙이기 위해서 일본의 도자 수리 방법인 킨츠키(kintsugi )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도자 파편의 조각난 면을 에폭시로 이어붙인 뒤 접합면에 옻칠을 하고 그 위에 황동분으로 마감을 했습니다. 깨졌던 것이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는 화려하거나 장식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당시에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황동분을 칠해 반짝이는 효과를 주려 했습니다.


- 작품 이외의 질문일 수도 있겠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기가 있었는가? 그 때는 언제인가?


매 순간 행복하고 또 나름의 고민이 있기 때문에 언제가 유난히 더 좋았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사실 예전 일을 잘 잊어버리기도 하고요. 과거를 돌아보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서 저를 기쁘게 하고 슬프게 할지 기대되고 설렙니다.


- 작품 제목이 굉장히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기대야 설 수 있는 삼발이> 이것은 삼발이의 효용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 작품에 관해 설명해 달라.

기대야 설 수 있는 삼발이

앞의 질문에서 제가 바닥을 나뒹구는 것들에 다리를 만들어 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위태롭더라도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는 작업을 주로 했는데요. <기대야 설 수 있는 삼발이>는 '서 있을 수 없는 다리는 어떻게 서 있을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의 물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딘가에 기대어 있든 떠 있든 어쨌든 간에 다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 '비록 혼자 서 있을 수 없을지라도 나뒹굴지 않겠다고 한다면 공간의 구성인 벽에 기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서 저는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거죠.


- <낮게 일어서려 하는> 을 보면 마치 세상에 대한 저항 같은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그런 것인가?

낮게 일어서려 하는, 2024, 알루미늄 삼각대, 나무의자 다리, 세라믹, 레진, 비닐, 폴리머클레이, 에폭시, 동, 홍합 껍데기, 유리구슬, 45*161*56cm

아예 연관이 없지는 않겠지만, 버려진 삼각대를 보고 시작한 작업입니다. 한쪽 다리가 없는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삼각대에 의자 다리를 붙여줘 다시 땅을 밟고 일어 설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삼각대의 다리와는 다른 위치에 있는 의자 다리는 한 팔로 일어서려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심에서 빗겨 나갔기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겨우 중심만 잡고 있을 뿐입니다. 삼각대 위쪽에 있는 구멍에서는 녹은 비닐을 쏟아내고 있고요. 저항이라고 본다면 당차게 저항하기보다는 겨우 힘겹게 저항하려고 하는 느낌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네요.


- <뼈대에 달라붙은 파편 덩어리>는 무엇을 형상화한 느낌이 있다. 형상화하려는 모델이 있었나?

뼈대에 달라붙은 파편 덩어리, 2024,  스테인리스, 의자 프레임, 세라믹 파편, 에폭시, 나무, 비상담요, 86*80*48cm

모델이 없었습니다만, 주변에서 무언가를 연상하면서 저한테 물어보시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이 작업은 주워 온 벤딩된 나무, 낚시 의자 프레임과 작년 단체전 작품 제작에 사용하고 남은 도자 파편이 사용되었습니다.

형상화라기보다는 제 작업은 대개 뼈와 그 바깥을 이루는 몸의 구성 방식과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주워온 프레임이나 다리가 뼈대가 되고 그 위에 도자 파편, 폴리머 클레이를 붙이는 게 살이 되는 방법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이 맥락에서 변주가 일어나며 여러 다른 재료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작업 외에 어떤 취미 활동이 있는지?


주로 서사가 있는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로 역사, 음식에 관한 영상을 봅니다. 게임에서 각 인물들이 만들어 나가는 관계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재미있고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소설과 영화와는 다르게 제가 거기에 개입할 수 있어서 더 몰입이 잘 되는 거 같고요

.

 - 데일리아트에 청년 작가로서 바라고 싶은 점 한 가지만 말씀해 주세요?


계속해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작가를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다음번에 추천할 작가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제가 추천할 작가는 홍자영 작가입니다. 홍자영 작가는 다양한 양식의 정원(庭園)과 과거의 놀이방식을 통해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고 어떻게 사유 체계에 적용해 왔는지에 대해 주목하는 작가입니다. 조각과 산수화를 결합하여 물과 모래 등의 유동적 재료로 조각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작가입니다.


김승찬 작가


2024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과 석사과정 수료


2022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조소전공 학사


<개인전>


2024 셔틀콕, BeF Storage, 서울


<단체전>


2023


감지공간, 강서아트리움, 서울


금비가 우유처럼, 갤러리 호호, 서울


Unspoken Dialogue, 갤러리 조선, 서울


매일 너의 알고리즘에 난 떠, 앵포르멜, 서울


조각가의 대화법, 서울시립대학교 빨간벽돌갤러리, 서울


여性, 신체의 다양성性, 바운더리 성수, 서울


2022


도약의단초8, 탑골미술관, 서울


MONAD, 갤러리 모스, 서울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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