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서울, 소리로 빚은 감각의 정원

by 데일리아트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숲' 7월 프로그램, 장소 특정적 멀티미디어 설치
독일 대표 작곡가이자 연출가 하이너 괴벨스의 한국 맞춤 신작
서울관 MMCA다원공간에서 8월 10일(일)까지 관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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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포스터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다원예술 《숲》의 7월 프로그램으로 독일의 거장 하이너 괴벨스(Heiner Goebbels, b.1952)의 장소 특정적 설치작업 <겐코-안 03062>를 선보인다. 전시는 8월 10일(일)까지 서울 MMCA다원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다.

1952년 독일에서 태어난 하이너 괴벨스는 음악, 시각예술, 문학을 결합한 융복합 예술을 선보여온 작곡가이자 연출가다. 주요 작업으로는 베를린 필하모닉이 초연한 <부름의 집>(2021), 오케스트라 작품 <대리 도시들>(1994), 그리고 2011년 LG아트센터와 통영음악제에서 소개된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2008) 등이 있다.

‘겐코안’에서 ‘03062’까지… 서울의 공감각적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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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너 괴벨스, 겐코-안 03062, 2채널 비디오, 8채널 사운드, 조명, 물, 물결 생성 장치, 60분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겐코-안 03062>는 괴벨스가 1992년 일본 교토의 사찰 ‘겐코안’을 방문하며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시리즈 중 하나다. 사찰의 원형과 사각형 창을 통해 본 정원 풍경은 이후 청각과 시각, 촉각을 넘나드는 공감각적 작업으로 재구성되었으며, 베를린(2008), 다름슈타트(2012), 리옹(2014), 모스크바(2017), 보고타(2019) 등 다양한 도시에서 장소에 맞춰 새롭게 구현되어 왔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우편번호 ‘03062’를 제목에 포함한 장소 특정적 설치로, 25×20×11m 규모의 MMCA다원공간 전체를 활용한다. 관객은 입장과 동시에 8채널 사운드, 빛, 어둠, 물결, 소리, 진동, 사물 등이 위계 없이 구성된 감각의 무대에 들어서며, 실연자도 내러티브도 없는 ‘사물들의 공연’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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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너 괴벨스, 겐코-안 03062, 2채널 비디오, 8채널 사운드, 조명, 물, 물결 생성 장치, 60분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작품의 기저에는 19세기 미국의 초월주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의 수필집 『월든』이 있다. 괴벨스는 이 텍스트를 음악적으로 해체한 존 케이지의 <빈 단어들>(1974)과, 화가이자 음악가 로버트 루트먼과 함께 제작한 오케스트라 작품 <월든>(1998)을 함께 삽입해 음악적 층위를 확장했다. 여기에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시베리아, 아프리카 등에서 수집한 민족학적 음성 기록과 더불어, 존 케이지, 하이너 뮐러, 한나 아렌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거트루드 스타인, 알랭 로브그리예, 안나 아흐마토바 등 다양한 사상가와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다성적 구조로 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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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너 괴벨스, 겐코-안 03062, 2채널 비디오, 8채널 사운드, 조명, 물, 물결 생성 장치, 60분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이런 구성은 언어의 의미보다는 소리 자체의 질감과 리듬에 집중하게 하며, 관객은 자신만의 감각과 정서를 통해 새로운 인식의 경험을 하게 된다. 괴벨스는 “소로가 기차 소리, 새 소리, 나무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동등하게 바라봤듯, 예술 역시 위계를 넘어선 감각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겐코-안 03062>의 핵심으로 삼는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빛과 어둠, 형태와 리듬, 시와 노래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지는 괴벨스의 몰입형 작업을 통해 관람객들이 감각과 사유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숲》을 통해 인간과 자연, 예술이 만나는 다양한 상상의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다원예술 《숲》은 2026년 1월까지 매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연중 기획전이다. 그중 이번 7월 프로그램은 현대 음악과 연극, 설치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괴벨스의 신작으로, 관람객들에게 물과 빛, 소리로 구성된 사색의 정원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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