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와 같은 AI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어떤 것인가요? 지브리스타일의 그림 그리기인가요? 아니면 맛집 찾기 추천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심심하게 혼자 있을 때 주저리주저리 일상을 묻고 답하는 대화상대인가요?
각자의 호기심과 흥미로 AI플랫폼을 사용하지만 이 정도로는 AI를 1% 정도만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유료 가입하면 더 정교한 답변을 준다고 해서 한 달에 20달러씩 내고 있는데 솔직히 사용해 본 게 한 달 넘었죠? 대부분 사람들은 AI의 무궁무진한 세계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탱크로 모기 잡느라 매달 돈 쓰고 있었던 꼴입니다.
남들이 한다고 해서 한번 해 본 지브리스타일의 그림 그리기는 어떻습니까? 지금은 시들해졌죠. 아직도 지브리 스타일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AI 시계를 제대로 못 따라가고 있는 겁니다. AI 기술의 발전은 한 달 단위로 휙휙 업그레이드가 됩니다. 지금은 정지된 그림을 넘어 움직이는 동영상 시대로 건너가 있습니다. 업그레이드된 기능을 탑재한 새로운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등장합니다. 한 눈 팔고 몇 주 정도 딴짓하다가 다시 보면 AI 세상이 바뀌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AI 플랫폼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chatGPT도 그렇고 대부분 플랫폼들이, 처음 만나는 초기 화면에 빈 질문창만 달랑 있다는 겁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쓰여 있는데 무엇을 물을지 막막하다는 겁니다. 무언가 궁금한 거 같은데 뭐가 궁금한지 떠오르지 않고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습니다. '개떡같이 물어도 찰떡같이 대답해 준다'라고 하는데 내가 물으면 뭔가 10% 부족한 듯한 답변만 내놓습니다. '내가 잘못 묻고 있나?"라고 자책을 하게 됩니다. 그나마 여러 번 사용해 본 지브리스타일 그림 그리기를 해봐도 그림 속 배경 한글을 이상하게 조합해 내놓는 거는 여전합니다.
빈 질문창에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먼저 질문을 이어갈 수 있는 문해력이 있어야 합니다. 질문은 단어 어휘만 던져서는 안 됩니다. 맥락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문장을 통한 질문을 던져야 AI 플랫폼이 적절한 해법을 찾아 줍니다. 즉 AI의 문해력을 끄집어낼 수 있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입니다.
AI플랫폼은 사용자의 지능과 비례합니다. 얼마나 잘 사용하여 내 삶의 질을 향상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지는 오로지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겁니다. 사용자의 생각과 판단 능력이 AI플랫폼 활용을 좌우합니다. AI 플랫폼이 내놓은 결과물이 옳은지 그른지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질문자가 판단해야 합니다. 질문을 정교하게 하면 오답의 확률은 줄어들 것이고 질문이 두리뭉실하면 답변도 두리뭉실하게 나올 겁니다.
우리는 정보를 빨리 찾는데 익숙해 있습니다. 15초짜리 숏폼에 중독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숏폼의 세계는 정보의 정크푸드입니다. 빠르게 보면 기억활동도 빠르게 위축됩니다. 요약본만 보면 내가 구성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됩니다. 지식은 정보를 기억하는 게 아니고 의미를 전달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빠른 정보에 익숙해 있으면서도 긴 정보를 요약하거나 재구성하는 능력은 점점 잃어갑니다. 1시간 반짜리 영화를 보고 한 문장으로 요약해 말하라고 하면 버벅거립니다. 요약된 정보는 눈에 불을 켜고 찾으면서 막상 내가 요약을 하려고 하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핵심을 짚어 인사이트를 끄집어내는 구성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입니다.
책을 한 줄 한 줄 읽으며 음미하지 않고 요약된 줄거리만 읽어서는 작가가 의도한 섬세한 글의 흐름을 도저히 알아챌 수 없습니다. 행간에 담긴 의미는 더더욱 눈치챌 수 조차 없습니다. 그러니 대충 책을 읽으면 한 장 넘기면 앞의 내용이 시야에서 사라지듯 연기처럼 사라져 버립니다. 읽어도 읽은 게 아닙니다.
전자책을 읽으면 휘발성이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자책은 오감 중 시각만 사용하는 매체입니다. 종이책은 오감을 다 동원해야 합니다. 만져지는 종이의 질감과 코로 전해지는 잉크의 책향, 손에 들려있는 책의 무게, 그리고 문장을 따라가는 시선의 추적까지 작동되어야 하기에 뇌리에 박히는 책의 구성은 더 디테일해지고 각인되게 됩니다.
독서를 통한 문해력의 향상은 삶을 깊고 풍요롭게 하는 원천입니다. AI시대를 사는데 디지털 문해력의 기반도 역시 인문에서 시작합니다. 빠름보다는 느림의 미학 속에 문해력의 원천이 숨어 있습니다. 조금은 늦게 가는 듯 하지만 그것이 가장 빠른 길임도 눈치채게 됩니다. 매달 구독료 줘가며 AI를 사용하고 있는데 제대로 일을 시켜야지요. AI는 일 많이 시킨다고 불평 불만하지 않습니다. 초스피드의 AI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겠습니다. 빈 질문창 앞에서 망설이지 않을 용기와 무엇이든 물을 수 있는 호기심을 다시 장착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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