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춘 '정방도'
우리 전통 미학의 정수는 '선'(線)에 있다고 말한다. 특히 한복, 기와, 도자기 등 우리 전통미의 상징적 존재들을 보면 확실히 '선의 미학'이란 표현에 공감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 문화에 스며들어 있는 또하나의 멋이 있다. 바로 '사각 틀'의 아름다움이다. 특히 우리 전통 가옥은 사람에게 넉넉함과 편안함을 주는 '정방형 미학'의 정수다. 20여 년 동안 한국의 전통 건축물과 선비정신 등 한국 전통 문화를 담아온 사진가 이동춘이 한옥을 품고 있는 '사각 틀'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작품으로 꾸민 개인전 '정방도'(正方圖)가 지난 29일 서울 청운동 류가헌에서 개막했다.
작가에 따르면 한옥은 단순히 생활의 공간이 아니라, 철학과 미학이 공존하는 질서의 집합체다. 이번 '정방도'전은 작가가 전통 건축에서 '정방형의 원리'를 찾아 시각화한 전시다. 작가가 안동을 비롯한 경북 지역의 전통 건축물에서 한옥 건축의 구조적 완결성과 사상적 깊이를 고스란히 담아내 우리 앞에 펼쳐 놓았다.
이동춘 '정방도'
이 작가는 "우리 공간엔 정신, 사람을 위한 배려, 자연과 함께 숨쉬는 철학이 배어 있다"며 "그 '질서의 풍경'을 빛과 프레임으로 정리해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동춘의 '정방도'는 한옥을 구성하고 있는 '네모들의 교감'을 보여준다. 크고 작은 정방형의 이어지며 벽면과 마루를 구성하고 있는 기하학적 장면을 보며, 관람자는 시각적 질서감을 경험한다. 그런데 그 질서는 엄격하지 않다. 자로 잰 듯 딱 떨어지는 질서가 아니고, 미세한 틀어짐을 허용해, 거주자들에게 아늑함을 주는 질서다.
"전통 건축물엔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함께 존재합니다. 마루의 결, 창호의 그림자, 방과 방 사이의 거리감 속에 쌓인 시간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미세한 결들을 사진 안에 담아, 관람객들이 단순한 건축 사진을 넘어 시간과 기억, 그리고 전통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보이는 것 넘어, 전통 가옥에 담긴 옛 사람들의 철학까지 담아낸 '정방도' 작품 20점은 오는 17일까지 선보인다.
이동춘 '정방도'
한옥에서 찾은 '사각 틀'의 미학… 이동춘 사진전'정방도' < 전시 < 전시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