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일리아트 Jul 24. 2024

⑤ Frank Stella - 마음을 보다

[윤양호의 현대미술]

보이는 것이 보는 것 그 자체이다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1936-)는 미니멀 아트에서 시작해서 추상표현주의까지 다양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간 작가이다. 그의 60년대 작품을 중심으로 미학과 표현의 관계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보이는 것이 당신이 보는 것 그 자체이다’라는 말로 그의 미학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자연이나 대상을 보는 것은 일상이지만, 본질적 관점으로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이는 것은 아무 관념이나 관점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사람의 시각에 따라서 다양하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이 그 자체가 되기 위해서 '어떠한 마음으로 보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현대 회화작품에서 보이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본질에 가깝다고 인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그런데 스텔라는 왜 보이는 것이 보는 것 그 자체라고 말하는가? 여기에서 보이는 것과 보는 것은 동일화되어 있다. 즉, 관념적 사고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는 그렇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텔라의 60년대 작품에 나타나는 선 긋기는 이러한 관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화면에 보이는 반복적인 선들은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며 변화를 만들어 낸다. 그 변화는 반복되는 가운데 아주 미세하게 나타나며 화면이 커질수록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가느다란 선들이 반복되며 표현된 화면은 일정 거리를 두고 관찰하면 커다란 하나의 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까이 갈수록 면이 선으로 변화되는데 가는 선은 아주 부드럽고 연약해 보인다. 보이는 것이 진실이라는 믿음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하다. 또한 보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없을 때 가능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회화에서 평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본질에 가까이 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본질적인 관점에서 대상이 가진 의미를 인식하고 표현하기까지 작가는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그러한가 하고 의문을 가질 때 조금씩 본질의 가치에 가까워진다.


스텔라의 회화에 나타나는 본질적인 가치는 무엇으로 표현되는가? 그의 회화는 미니멀 아트에서 추구하는 동어반복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반복은 변화로 귀결된다. 변화는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다. 자연은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지속되며 반복되고 소멸과 생성이 이어지게 된다.


그는 변화의 관계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변형된 캔버스를 사용한다. 평면과 변형된 형태를 통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정신적 가치를 표현하고,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고뇌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동일한 작품이라도 어떠한 공간에서 보여주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인식된다. 화면에 표현된 선들은 공간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 가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낸다. 


보이는 것이 보는 것 그 자체라는 스텔라의 말은 자신의 마음으로 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현대 회화에서 추구하는 정신성은 대상을 표현하던 것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내적 사유를 해야 함을 나타낸다. 예술작품 또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리게 하는 내적 거울과 같다는 것을 스텔라는 자신의 작품을 통하여 암묵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916

작가의 이전글 평창동 ‘구르메’·‘북악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