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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5. 2024

멕시코 소마야미술관 Soumaya Museum

[고영애의 건축기행]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이 죽은 부인을 위해 지은 미술관"
- 건축가: 페르난도 로메로
- 주소: Boulervard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303, Granada, Miguel Hidalgo, 11529 Ciudad de México, CDMX, Mexico
- 홈페이지: www.soumaya.com.mx  

사진작가 고영애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60곳을 프레임에 담아 소개한다. 뉴욕현대미술관부터 게티센터, 바이에러미술관, 인젤홈브로이히미술관 등 현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12개국 27개 도시에서 찾은 미술관들을 생생한 사진과 맛깔스런 건축 이야기로 안내한다.


페르난도 로메르가 디자인한 소마야미술관 파사드 (사진 고영애)

멕시코시티는 찬란했던 테오티와칸 문명, 아스테카 문명, 스페인 식민 문화, 인디오 문화가 아우러진 독특한 도시다. 거듭된 문명의 폐허 위에 고대와 근현대의 다양한 문화 형성은 예술 전반에 걸쳐 세계적인 예술가를 낳게 된다. 국민 영웅인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와 멕시코의 전설적인 화가 프리다 칼로, 건축계의 거장 루이스 바라간과 같은 존경받는 예술가들을 배출하였다. 뿐만 아니라 멕시코혁명을 치룬 역사적 현장으로 인해 1920년경에는 세계의 미술가들이 대거 찾았던 전위예술의 메카이기도 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문화를 접한 멕시코시티는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양식의 성당을 비롯해 성모 마리아의 발현지로 유명한 과달루페 성당, 소깔로 광장 주변의 역사 지구, 인류학박물관 등 볼거리가 넘치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세계적인 통신왕 카를로스 슬림(Carlos Slim) 소유의 소마야미술관은 멕시코의 문화 수준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기하학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현대적인 건축 공간이었다. 소마야미술관은 1994년에 설립되어 2011년 옛 공업 지대를 재개발해 만든 폴란코 지역에 새롭게 지어져 개관되었다. 엣 공업 지역에 소마야박물관이 들어서며 주변의 공공장소를 활성화시키고 지역의 경제활동을 촉진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멕시코 통신 재벌인 카를로스 슬림이 죽은 부인 소마야를 위해 지었다는 이 미술관은 70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한다. 마치 거대한 조각상이 회전하고 있는 듯한 형태의 미술관은 오브제 역할로도 충분히 기능을 다하였다. 1만 6000개의 육각형 알루미늄 모듈로 이루어진 파사드는 불투명한 마감을 하여 노출을 최소화하였다 한다. 이는 건물의 보존성과 수명을 최적으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총 6층 건물로 지어진 이 미술관은 강당, 도서관,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다용도 라운지, 작품 수장고가 있다.


6층 전시장 (사진 고영애)


쉘 구조의 천정 사이로 들어온 빛과 로댕 작품들 (사진 고영애)


유선형 램프 (사진 고영애)


비선형 원형 공간의 전시 공간을 따라서 작품들을 감상하면 올라가는 통로와 자연스레 만나게 되고 다음 전시 공간으로 이어진다. 어느덧 꼭대기 6층 갤러리의 가장 큰 전시장에 이르렀다. 쉘(Shell) 구조의 천정은 29개의 독특한 곡선형 철제 기둥과 기하학적 배열로 이루어졌고, 건물의 구조는 각층에 위치한 7개의 고리 시스템으로 안정화되었다. 이 건물은 카를로스 슬림의 사위인 페르난도 로메로(Fernando Romero)가 설계를 맡아 공사비에 아무런 제재 없이 막대한 돈을 들였다 한다. 이는 모든 건축가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소장품으로는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잘 알려진 유럽 작가들의 회화와 조각 작품을 비롯해 멕시코 근현대의 회화, 조각, 장신구, 가구에 이르는 예술과 종교 유물 등 6만 6천여 점에 달한다. 소장품 중 히스패닉 및 식민지 시대 동전은 세계 최대의 컬렉션을 자랑하며 380여 점의 로댕(Auguste Rodin) 컬렉션은 세계 2위를 자랑하였다.


로댕의 조각 '침례 요한' (사진 고영애)


소마야미술관의 전시장 모습 (사진 고영애)


특별히 침례 요한의 조각에 눈길이 끌렸다. 헤롯 왕과 왕의 이복동생의 아내 헤로디아의 결혼에 반대했던 요한은 목이 잘린 참수를 당했다. 살로메가 쟁반에 올린 요한의 두상을 든 티치아노(Vecellio Tiziano)의 유화나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의 유화 작품은 본 적이 있지만, 성스런 침례 요한을 근육질의 나체 조각상으로 묘사한 조각은 처음 보았기에 로댕의 사고에 궁금증만 증폭되었다.


이 미술관의 가장 가치 있는 컬렉션으로는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성모와 실패(Madonna of the Yarnwinder)>를 꼽는다. 십자가 모양의 실패를 든 아기 예수와 함께 있는 성모 마리아를 그린 이 작품은, 다빈치의 원작은 아니고 1501년에 그려진 원작이 분실되었기에 다빈치 제자들에 의해 다시 그려진 것이다. 소마야미술관에 소장된 이 작품은 그때 제작된 여러 버전 중 하나다. 2003년 <성모와 실패>의 버전 중 개인 소장품 한 점이 스코틀랜드에서 도난당했고 다행히도 그 후 4년 만에 되찾게 된다. 도난당했을 당시에도 이 작품은 세계 10대 도난 미술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였다. 그 당시 최소 2500만 파운드(약 460억 원)의 가치를 지녔다고 하였으니 이 작품이 얼마나 귀중한 작품인지 추정 가능하다. <성모와 실패>는 유리 케이스에 넣어져 특별히 보관되어 접근할 수도 사진 촬영도 금지되어 있었다.


엘 그레코, 틴토레토, 고흐, 마티스, 모네, 르노아르, 미로, 달리, 피카소 등의 작품을 비롯해 멕시코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와 루피노 타마요(Rufino Tamayo)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의 방대한 컬렉션을 감상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내부 회랑공간 (사진 고영애)


레스토랑 (사진 고영애)




고 영 애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관을 촬영하고 글을 써온 고영애 작가는 서울여대 국문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사진디자인과를 졸업했다. 한국미술관, 토탈미술관 등에서 초대 전시회를 열었고 호주 아트페어, 홍콩 아트페어, 한국화랑 아트페어 등에 초대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글과 사진을 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잡지에 건축 여행기를 썼다. 

이 연재물은 그의 책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헤이북스) 중에서 <데일리아트> 창간을 기념하여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을 골라서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그가 15년 넘도록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현대미술관들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기록한 ‘현대미술관 건축 여행기’다.

고영애 글/사진,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 헤이북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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