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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19. 2024

미술관으로 들어온 무용


국립현대미술관 갈라포라스 김 작가와 남화연 작가의 작품으로 본 신체와 기억에 대하여  

 

 동시대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예술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관객이 예술을 경험하는 방식에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퍼포먼스 아트는 이러한 공간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관객에게 전통적인 무대와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갈라포라스 김’ 작가와 ‘남화연’ 작가의 무용을 주제로 한 미디어 작품은 이러한 경험을 극대화하고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무용과 미술이 어떻게 서로를 탐구하고, 신체와 기억 그리고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신체에 새겨지는 지, 그것들이 무용 예술적 표현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무대 위의 무용은 결과 중심적 예술로 간주합니다. 무용수는 오랜 시간 동안 신체를 단련하고 연습을 거듭하여 무대 위에서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의 평가는 대개 무대 뒤에 이어지며 "오늘 이 무대 좋았어"와 같은, 결과에 초점을 맞춘 반응으로 나타납니다. 성공적인 공연은 무대 위의 순간적인 완성도에 따라 판단됩니다.


 하지만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무용은 이러한 전통적 관념을 전환합니다. 갈라포라스 김과 남화연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 무대에서 내려온 무용수들은 관객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이는 신체의 움직임과 표현을 통해 감정과 기억을 탐구하는 과정 자체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먼저 갈라포라스 김 <그림자 무용> 작품은 설명을 빌어 말하면, 한국 전통 무용을 추는 무용수의 근육 움직임과 그 그림자를 기록한 영상이고, 무용수가 기억에만 의존하여 춤을 추도록 요청받은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지시나 음악 없이, 오로지 무용수의 기억에만 의지하여 춤을 추도록 한 것입니다. 이러한 요청은 무용수가 전통 안무, 연출 등과는 별개로 자신의 신체에 기록된 기억과 경험에 따라 춤을 재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작가는 <그림자 무용>을 통해 춤이라는 행위가 온전히 이성적으로 보존되어 전승될 수 없는 존재론적인 한계를 깨닫게 됩니다. 한국 전통 무용의 교육 방식은 대학에서도 도제식 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음악에 악보가 있는 춤에도 무보가 존재하지만, 이는 단순히 기록일 뿐이며 실제 무용의 느낌과 디테일은 스승의 움직임을 통해 몸과 몸으로 전해지고 기억됩니다. 그 결과, 무용수의 움직임은 그 스승의 특징을 담고 있어 전문가들은 움직임이 어느 스승의 움직임에서 왔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자 무용> 작품은 무용수의 그림자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무용수의 신상이나 개인적인 특징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본 필자는 그 그림자의 주인공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친하게 지내는 무용수였습니다. 이를 발견한 사람은 작품을 실행한 무용수의 어린 시절 대학 동기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무용수의 움직임만으로도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발견은 그들이 공통적인 기억을 통해 서로를 알아본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또한, 같은 움직임에 대한 기억이 있더라도 각각의 무용수는 개별적인 특징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러한 발견이 가능합니다. 이는 우리 신체의 기억이 본인의 자아의 해석을 통해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같은 스승 아래에서도 각기 다른 무용수가 탄생하며, 공통된 기억 속에서도 개별성이 강조되는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남화연 작가의 <약동하는 춤>은 춤과 신체의 관계에서 개인의 영역을 넘어 국가관과 이데올로기적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영상은 두 가지 영상이 반복되어 상영되는데 같은 음악으로 서로 다른 춤을 추는 두 가지 무용수들을 보여줍니다. 한 영상은 남한 지역의 무용수가 팝송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고 다른 영상은 같은 음악에 군무를 추는 북한 무용수들의 영상입니다. 남한 무용수들은 개인적인 해석과 작은 동작, 그리고 부드러운 웨이브 등을 중심으로 안무를 짜고 실행하는 반면 북한 무용수들은 큰 동작을 중심으로 군무의 일체감과 무대를 꽉 채우는 듯한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인상적인데, 공산국가 체제에서 강조된 무용과 신체 퍼포먼스는 단합과 일체성을 중시해 온 문화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양상들이 관련 운동이나 매스 게임 등에서만 드러났다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라는 단어가 뜻하는 바가 그러하듯 특정 사회의 사상과 이념이 정신을 넘어 몸에도 아로새겨지는 지점을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같은 음악을 듣고 신체를 사용하여 춤을 출 때 조차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회 문화적 세계관이 반영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점이 본 작품의 중요한 점입니다. 


 이 두 작가의 영상 작품은 전통 무용 무대 즉 무대위 결과론적 작품들에선 생각할 수 없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런 지점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무대 위의 무용수가 아닌 무대 아래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무용수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합니다.


두 작가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개인 신체의 기억과 사회를 고스란히 기록하는 있는 신체라는 새로운 관점을 잘 보여줍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현재 전시 중인 갈라포라스 김과 남화연 작가의 무용을 주제로 한 미디어 작품은 무용을 통해 이념과 기억이 어떻게 신체에 새겨지는지를 탐구합니다. 이들의 작품은 전통적인 무용 무대의 결과 중심적 예술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하며, 관객에게 신체와 기억의 복잡한 관계를 새롭게 인식시킵니다. 한편 이러한 작품은 미술관이라는 공간의 확장성과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래아트 대표 김정래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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