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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 마치다 유카를 만나다

by 데일리아트
8월 3일부터 27일까지《컴앤고(Come &Go)》전
'다 이해할 것 같지만 또 모르는'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발랄하게 표현
1274_2658_1855.jpg 올미아트스페이스 갤러리의 포스터 앞에서 활짝 웃는 마치다 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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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소재 올미아트스페이스 갤러리는 해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유망 작가들을 발굴하여 교류전을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망작가를 발굴하여 일본에서 전시회를 열고, 이에 대한 답방 형태로 일본의 유망 신예를 초청하여 전시회를 여는 방식이다. 8월 3일부터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는 일본의 신예 마치다 유카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작가를 갤러리에서 만났다. 작가는 우리나라를 좋아해서 한국어를 조금 구사하지만 원활한 인터뷰를 위해 갤러리 관장인 황순미 대표가 통역을 맡았다.


- 한일작가 초대전이 열리는 올미아트스페이스 갤러리에서 이번 전시 작가를 만나게 되어 반갑다.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화가 마치다 유카라고 합니다. 저는 일본의 무사시노미술대학교에서 유화를 전공했고, 지금은 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제 목표 중 하나가 해외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이었는데, 작년부터 이런 기회를 얻게 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 언제부터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유치원 때부터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하는 저에게 어머니는 "네가 좀 더 크면 좋아하는 예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학교가 있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화가"라고 생각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유화 작가만이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디자이너 등도 저에게는 화가의 영역이었습니다. 어릴 적 꿈이 자라면서 구체화되어 미술대학에 입학해 졸업 후 계속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어릴 적부터 창작자로서 예술에 관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저를 이 길로 인도한 것 같습니다.


- 한국의 미술 작품과 작가에게도 많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정말 유명한 분이지만 서도호 작가님을 좋아합니다.약 10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알게 되었고, 다시 보고 싶어서 일본 아오모리에 있는 미술관까지 보러 간 적도 있습니다. 그때 서도호 작가님와 나라 요시토모 작가님 두 명의 작품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서도호 작가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그 규모와 섬세함에 매우 감동했습니다. 예술의 영역에는 국경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많은 면에서 비슷한 정서가 있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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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작품을 보면 많은 젊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작품 속의 여인은 작가 본인인가? 아니면 다른 모델이 있는지 궁금하다.


모델은 없고 상상으로 그립니다. 왜냐하면 보는 관람객 자신을 작품에 투영시켜서 공감하게 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모델이 있으면 초상화가 되어 '이 사람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라는 마음의 벽을 만들게 된다고 생각해요.


- 작가의 작품은 비현실적인 인물을 표현한다. 과도한 얼굴 색조라든가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가 특히 그렇다. 이런 작품을 통해 작가는 '타인에게 덧씌워진 고정 관념으로 비틀린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류의 작품을 만드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성장 과정에서 본인에게 충격을 주었던 아픔이라든지 간접 경험이라든지...


자라면서 아픔이 없는 사람은 없겠죠? 이전까지는 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 그리고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전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각각 자기 자신이 만들어 놓은 편견과 직관적으로 만들어지는 선입견이라는 필터를 통해 세상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왜곡을 나의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현재의 작품들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편견'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겠죠.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이런 편견에 의해 지배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편견이 모두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는것 같아요. 그 편견이 필터가 되어 제 그림의 인간상에 왜곡된 모습의 사람이 탄생하는 겁니다. 그러나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편견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도 조금 자라고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런 생각들도 조금씩 바뀝니다. 타인이 나를 인식함으로써 나라는 존재에 윤곽이 생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의 모든 것을 이해받을 수는 없고, 반대로 제가 타인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나의 생각들이 그림에 영향을 많이 주는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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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의 주제인 《컴앤고(Come &Go)》가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 연인, 친구 등 아무리 친하고 소중한 존재라 할지라도 100%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또다시 모르게 되는, 그 오고 가는 흔들리는 이미지를 "come & go"라는 제목에 담았습니다.


- 작품 전시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때 어떤 관점으로 감상해야 하는지 작품 감상 포인트에 대해서 부탁한다.


작품을 그릴 때, 저의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관람객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해석의 여백'을 남기고 싶습니다. 그래서 정답과 오답을 신경 쓰지 말고, 느끼는 대로 편하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하나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것은, 제가 표현하는 '편견'과 '선입견'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는 점입니다.


- 한국어도 잘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많은 작가로 알고 있다. 한국에 오면 자주 가는 곳이 있는가? 주로 무엇을 경험하고 가나?


다른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관광지를 여러 곳 다니고 있습니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감사하게도 한국인 친구들이 있어서 근황을 서로 나누기도 하고 추천한 식당에서 밥도 먹고 가게에서 쇼핑도 합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 동안의 방문이지만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낯설지 않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미술관과 갤러리는 최소한 한 곳은 꼭 가기로 결심하고 옵니다. 그리고 혼자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천천히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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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물 중에서 가장 최근에 만든 작품이다.


- 앞으로 어떤 작품을 그리고 싶은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가지에 도전하고 싶어요. 저에게 얼굴이라는 모티브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앞으로도 계속 그릴 것 같지만, 이번의 전시에는 손만 있는 작품도 있어요. 그리고 2년 전부터 피부색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컬러풀하게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그때 그때의 감성을 유연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이번 전시가 8월 27일까지인데 많은 분들이 오셔서 저의 작품을 보시고 좋은 말씀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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