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밖 그림이야기]
우리는 인생의 빈 무대를 어떻게 채워야 할까?
김정연 작가의 《무대, 삶,인생 이야기 》
《삶이라는 긴 여정》
우리는 인생의 빈 무대(Empty Stage)를 어떻게 채워야 할까? 아무런 계획 없이 마주하게 된 빈 공간은 처녀지를 방문했을 때의 생경하고 두렵고 불안한 심리와 비슷하다.
영상작가 김정연은 방향 조차 가늠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하나씩 걷어내며 작품을 풀어 간다. 그의 작품은 인생이라는 모노드라마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채워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돤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자신의 삶을 은유한다. 본인의 삶에 맞게 각색한 모노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해 혼잣말로 내뱉는 이야기는 작품의 대본이 된다. 그래서 그의 작품속에는 자신의 삶이 보여진다.
우리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홀로 독립을 해서 자존의 길을 걷기 시작할 때가 있다. 그때는 미래를 생각하고 희망을 이야기 하며 인생을 설계하는 시기이다.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간관계의 얼개가 거미줄 같이 얽히고, 무수한 만남과 헤어짐의 관계가 형성 된다. 그 과정에서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김정연에게 작업은 삶이다. 그래서 작품에는 자아를 찾는 과정으로 충만하다. 자신과 대화하는 것으로 부터 작품은 시작된다. 그것은 마치 카메라 앵글을 피사체에 고정시키고, 찰나의 순간 한컷을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포토그래퍼의 인내의 시간과 닮아있다. 그래서 작가에게 작품은 자신의 분신이고 자신을 되돌아 보는 가울이다.
사춘기, 현실, 은신처, 자아, 그의 모든 삶의 공간은 작가가 살아 오면서 경험했던 변곡점이다. 작가는 변곡점의 키워드에서 마주했던 특정 공간을 디지털이미지로 옮겨 파편화된 기억을 소환한다.
그리는 대상을 디지털이미지의 픽셀이 깨진 것처럼 표현한다. 과거의 불안했던 기억의 편린이다.불규칙한 파편처럼 흩어져 보이게 하기 위해 백터(Vector) 방식 보다 비트맵(Bitmap) 방식을 선택한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불규칙하고 매끄럽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작가의 의미적 표현 수법으로 보인다.
김정연에게 사진 이미지의 차용은 손으로 그리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노동과 정신의 총합적 산물로서,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 과정이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요, 발로 찍는 여정의 산물이며, 순간을 포착하는 찰나의 예술이다”
사진으로 표현된 디지털이미지와 전통적인 회화적 기법의 결합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아우르는 디지로그(Digilog)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북경여행 풍경, 길거리 교차로, 박물관의 작품을 담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온전한 복원이 아니다. 픽셀이 깨진 것 같은 화면의 이미지는 관람객에게 생경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비트맵 방식의 디지털 이미지의 생경함은 '새로움'과 이음 동의어이다. 작가는 다양한 풍경이미지를 평면회화로 표현하여 고유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픽셀화 된 이미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경험들이다. 그 평면화된 타인의 경험과 섞여 또 다른 감정이나 감각으로 나의 무대 완선된다. 그래서 작가를 둘러싼 '환경'은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서 '배려'라는 이타적인 마음으로 전환하게 하는 힘을 갖는다. 결국 인생의 주인공은 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배려하는 마음이 픽셀이라는 최소의 단위와 결합돼서 어떤 모습으로 작품으로 전개될 지 새롭게 시도하는 작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