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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혁신에 대하여 - 폴 세잔

[미술로 생의 철학 질문하기]

by 데일리아트
폴 세잔 (Paul Cezanne), 프랑스의 후기에 활동했던 인상주의 화가이다. 현재에도 프랑스의 대표적인 화가이자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며.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에 큰 기여를 하였다.
[미술로 생의 철학 질문하기] 시리즈는 당대를 비롯하여 현재까지 미술계에 영향을 끼치며 회자되는 예술가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각 편마다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통해 철학적 주제인 고통, 행복, 불완전성 등 삶의 본질에 가까운 개념을 질문한다.
1218_2651_4521.png Paul Cezanne, [ Apples and Oranges ] 1895-1900

폴 세잔 Paul Cezanne


폴 세잔은 정물화로 유명한 화가다. 정물화란,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소재'를 화가의 미적 시각에 따라 화폭에 담는 그림의 방식 중 하나이다. 또한, 그는 그러한 미술적 설계에 아주 능숙한 사람이었다. 그의 그림은 마치 기승전결을 지닌 소설과 같다. 그림 안에 담긴 이 아름다움은, 단발적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며, 세밀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작품을 보면서 '잘 짜여져 있다'는 감상을 갖게 된다.


위 작품을 보면, 그가 입체파적 접근 방식을 어떻게 쓰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올바른 관점의 재현, 즉 보이는 그대로의 물체를 세세하게 분석하여 캔버스에 그려넣는 것보다 전체적인 측면에서 대상을 인지하는 방식을 선호하고는 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위 그림에서, '사과'와 '오렌지'가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사실, 작품의 제목과 그림을 보면 당연히 그림의 중심은 '사과'와 '오렌지'이다. 그러나, 온전히 모습을 다 드러내고 있는 '사과'와 '오렌지'는 적고, 모습의 일부분이 가려진 그것들은 어딘가에 놓여져 있거나, 서로 겹쳐져 있기도 하다.


결국, 이 그림은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러한 의심에 도달하게 되면 우리는 자연스레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게 된다. 그때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요란스러운 색깔로 소파와 본질을 가리고 있는 천, 그 천 때문에 눈에 닿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던 주전자와 천막, 접시, 이 모든 것이 소파 위에서 극적으로 흘러져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이것이 그의 작품 세계이자 정물화를 선보이는 방식이었다. 자연의 흐름과 인간의 개입이 들어가 있지 않은, 정지상태의 물체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는 이 시도는 머지않아 혁신이 된다.


1218_2654_1151.jpg Paul Cezanne, [ Jas de Bouffan, the pool ] 1876

수학적인 예술의 탄생


폴 세잔은 탈 인상주의 화가로, 그가 그림을 그릴 당시 기저에 깔려있던 예술의 논점을 타파하는 도전을 보인다. 당대의 미술은, 매우 추상적이고 감성적이었으며 한정적이었다.


어쩌면, 그는 틀에 박힌 것처럼 모두가 암묵적인 룰을 지켜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당시의 예술에 반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그가 세상에 선보이고 싶었던 '예술'이 당시 예술과 엇나간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폴 세잔은 변화를 추구했고, 비로소 자신의 작품을 통해 예술계의 개혁을 이루어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높게 평가받는 그의 행적은 수학적 예술과 작품의 공간적 활용성이다.


'자드 부팡의 풀장' , 이 작품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일체적으로 통합된 샛노란 색감, 건축물 뒤로 보이는 나무, 모든 것을 비추는 바다. 우리가 이 작품에서 발견해야 하는 점은, 특출나게 강조한 부분 (사물이나 자연물 등) 이 없다는 것.


그의 작품은 어떠한 통일성을 지니고 있다. 즉, 추상화든 정물화든 현실에 있는 것을 그려내지만 그 캔버스 안에 존재하는 것은 결코 현실의 풍경이 아니며 우리는 눈에 보이는 가장 큰 물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1218_2652_4852.jpg Paul Cezanne, [ Pyramid of Skulls ] 1901

아름다운 삼각형


폴 세잔은 현재까지도, 19세기 후반 프랑스 인상주의와 20세기 초 입체파와 야수파 운동 사이를 이어준 '다리'라고 불린다. 피카소, 마티스, 브라크와 같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줄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며, 인상주의 화가의 입장으로 예술을 탐구하였지만 존배하는 사물의 본질을 끝없이 탐구하는 그 집념은 야수파와도 결이 같다. 위에 언급한 화가들 중 야수파 화가로 불리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폴 세잔과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적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가 작품에서 사용한 색상과 형태, 그리고 원근법의 혁신적인 시도는 예술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형태, 구조, 그리고 사물들과 그들 주변의 공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세잔의 강조는 뒤따를 현대 예술 운동의 기초를 놓는데 도움을 주었다. 특히, 삼각형은 종종 자연에서 구조와 형태를 상징했다.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대칭' 삼각형은 안정감과 균형을 만들었던 반면, 비대칭 삼각형과 비스듬한 각도의 사용은 불안정성과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러한 삼각형의 사용은 그가 작품에서 모양, 공간, 그리고 빛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그의 작품에서 삼각형은, 그의 생각을 대변하는 무언가의 상징과 같다. 폴 세잔은 삼각형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보이는 것이 완전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말고, 존재하는 것이 마냥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문을 멈추지 말이다. 이러한 생각은 오로지 그가 하던 생각이다. '진실의 관철하려는 시도'와 '존재를 향한 불신'은 미술계의 혁신이 되었고, 그로 인해 폴 세잔은 현재까지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린다.


1218_2653_543.png Paul Cezanne, [ Bathers ] 1892-1894

도전의 가치는 성공에 있지 않다


진실을 탐구하길 즐기던 그는, 화가로서의 삶이 말기로 접어들었을 즈음 '목욕하는 이들' 이라는 연작을 낸다.


젊은 시절 존재에 관한 불신과 사물을 향한 의심을 뒤로 한 채, 인체의 아름다움과 평화, 몽환적인 자연에 푹 빠져 살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조화와 균형을 잃지 않은 이 정교한 작품을 보면, 그가 이어오던 '진실'을 향한 탐구는 끝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폴 세잔은 조금 더 편한 길로 결론에 이르기를 선택한 듯 하다. 눈앞에 있는 사람의 존재는 부정하지 않을 지 언정, 여러 형태소를 추구하는 것으로 고전적 시도와 혁신을 이어나간다.


간혹 우리는 중요한 것을 망각한다. 도전을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게 되며, 실패한 도전을 통해서는 좌절만을 느끼고, 결과가 두려워 포기한다. 우리는 시도하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 두려움은 다른 도전에 의해 사라지기도 한다. 도전의 값은 성공에 있지 않으며, 시도 그 자체에 있다.


또한, 어떤 시도는 혁신이 되기도 하기에


도전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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