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세상 읽기
시네소셜로지 (1) 댓글부대
영화 '댓글부대'는 댓글에 대한 우리시대의 사회상이다.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이 시대의 민낯을 접하게 된다. 사회부 기자 임상진(손석구 분)은 대기업 '만전'으로부터 기술과 인력을 탈취당했다는 제보를 받는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는 중소기업 '우성데이터' 대표다. 임상진은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해 특종을 낚았다. 하지만 해당 기사가 공개되자 연예인 마약 기사가 쏟아지더니 제보자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임상진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조성되었다. 그러나 해당 기사는오보로 판명되어 결국 임상진은 회사로부터 정직 처분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세에 몰린 임상진에게 기사는 오보가 아니었으며 여론을 조작한 것이라고 알리는 의문의 남자가 다가온다. 그는 자신이 인터넷 여론조작 댓글부대 '팀알렙'의 멤버이며 댓글사건의 진실을 폭로한다. 이들이 벌인 여론조작의 에피소드를 나열하며 영화는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1% 법칙과 참여 불평등
1% 법칙(1% Rule)이라는 용어가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용자의 1% 만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UX(사용자 경험) 전문 컨설팅 기관인 미국의 닐슨 노먼 그룹 CEO 제이콥 닐슨은 2006년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의 90%는 잠복(Lurkers)해 있으며, 9%의 사용자는 약간의 기여(Intermittent Contributors)를 하며, 1%의 사용자가 적극 기여(Heavy Contributors)를 담당하고 있다는 90-9-1 법칙을 주장했다. 이후 1% 법칙은 미국 마케팅 전문가들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며 인터넷 문화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와 관련된 일반적인 경험 법칙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1% 법칙은 우리나라에서도 입증되었다. 2020년 12월 SBS 보도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약 3년간 네이버 뉴스 댓글을 분석한 결과 댓글 작성자 중 댓글 작성이 많은 상위 10%인 14만 명 정도가 작성한 댓글이 전체 댓글의 73%를 차지했다. 2020년 기준, 네이버 뉴스 구독이용자가 약 2,600만 명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대략 0.54%에 의해 댓글 여론이 조성된 셈이다. 네이버 뉴스의 비구독 이용자를 포함한다면 훨씬 더 소수에 의해 댓글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법칙은 곧 참여 불평등을 의미한다. 시간이 곧 돈인 세상에서 참여를 위해 나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곧 돈을 내놓으라는 것과 동일시된다. 설령 돈과 시간이 있다고 하여도 웬만큼 열정이 있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참여라는 행동 그 자체를 귀찮고 힘든 일로 여기게 된다. 그 결과 어떤 집단에서나 극소수의 강경파는 강한 지배력을 갖게 된다. 열정으로 무장한 그들은 참여를 하지 않은 자들과 대비해 월등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제이콥 닐슨이 이야기한 참여 불평등이 정치분야에 야기한 부작용에 대한 언급이 작금의 우리나라의 모습과 매우 닮아 흥미롭다.
"정당이 'Net Roots(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지명한다면, 그러한 후보의 입장은 주류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기에 너무 극단적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패배할 것입니다. 정치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은 0.1% 미만의 유권자들에게서 나오는데, 그들 중 대부분은 (민주당의) 강경 좌파이거나 (공화당의) 강경 우파입니다."
영화 댓글부대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해당 기사가 오보인지 아닌지, 팀알렙의 시각으로 재구성된 사건이 실제인지 허구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경계를 제시하지 않은 채 마무리한다.
이는 거짓과 진실이 혼재된 참여 불평등의 세상에서 확증편향에 빠진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 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1%는 99%를 대변할 수 없다는 당연한 명제를 우리는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자주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