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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2024 하반기 놓쳐선 안 될 전시, 아트선재센터

by 데일리아트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억을 눈앞에 펼쳐내다
완벽한 집은 무엇이고, 또 어디에 있는가?

아트선재센터에서 11월 3일까지 서도호의 삶과 예술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전시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를 개최한다. 작가는 시간, 공간, 기억, 움직임의 주제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재구성해 왔다.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인 ‘스페큘레이션’은 사변, 추론, 사색 등의 의미를 가지며, 이는 개인과 공동체, 환경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작가의 숙고와 가설, 상상력의 작동 방식을 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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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_스페큘레이션스≫ 전시 그래픽, 디자인_ 반스튜디오, 제공_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Do Ho Suh_ Speculations exhibition graphic, Image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그동안 서도호는 자신이 실제 거주했던 집이나 작업실 공간을 천으로 구현해 장소 특정적 미술의 이동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빛이 투과되는 성질의 천으로 창조한 그의 집은 어디로든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작업은 관객에게 ‘서도호의 공간’을 경험하게 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더 나아가 다가올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가의 사유 과정을 체험하게 한다.

1373_2934_4044.png 작가 서도호. 사진: Gautier Deblonde. © Gauter Deblonde, all rights reserved DACS 2024.


사변적 사유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내게 중요한 매체였다. 다른 세계들을 상상하게 해주는 급진적인 잠재력이 사변적 사유에 있다고 믿는다. 내가 탐구하는 개념들이 많은 경우 실현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이미 오래 전에 깨달았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도시들을 어떻게 국경 없이 연결할 수 있을까? 집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다른 장소로 들고 이동할 수 있을까? 집은 장소가 바뀌어도 여전히 동일한 개념일까? 그래서 나는 사변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모형과 도면, 영상 등을 제작한다. 제작 과정에 따른 복잡한 문제들로부터 (전부는 아닐지라도) 일부 벗어날 수 있기에 나의 실천 중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이다.


완성된 결과물을 선보이는 통상적인 전시와 달리, 본 전시는 작가의 예술적 실천과 그 저변을 이루는 개념, 과정, 조사를 조명하고 그가 가진 사유의 흐름을 드로잉, 축소된 모형, 시뮬레이션 영상으로 시각화한다.


1층 더그라운드에서는 서도호의 다리 프로젝트를 감상할 수 있다. “당신을 위한 완벽한 집은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작가는 자신이 집이라고 느끼는 두 도시, 뉴욕과 서울을 태평양 위로 연결한다. 그리고 그 중앙에 자신의 완벽한 집이 있을 것이라 상상한다. 첫 번째 다리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완벽한 집: 다리 프로젝트>(2010–2012)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대륙 사이의 이동에 대한 사변적 사유를 드로잉을 기반으로 건축가, 생물학자, 물리학자, 이론가, 산업디자이너 등 여러 협력자들이 함께 모여 태평양의 조류와 바람을 버틸 수 있는 집을 지어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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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다리 프로젝트', 2024. 애니메이션,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약 24분.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스페이스 1에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도전부터 관습과 권력 구조를 해체하고 전복하는 시스템에 대한 도전까지 20년에 걸친 서도호의 폭 넓은 시도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 <공인들>(1998)을 작가가 처음부터 구상했던 키네틱 버전으로 최초 공개한다. 한 장소에 머물러 있어야만 하는 동상의 성질에 도전하는 키네틱 버전의 작품은 동상을 받치고 있는 다수의 인물이 동상대를 이동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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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공인들 (1/6 스케일)', 2024. 제스모나이트, 나일론, 스테인리스스틸, 레진, 모터, 48 x 34.9 x 47.8 cm. 사진: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스페이스 2에서는 서도호의 <동인아파트>(2022)와 <로빈 후드 가든, 울모어 스트리트, 런던 E14 0HG>(2018)를 순차 상영한다. 이 두 영상은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공동 주택 단지를 카메라로 느리게 기록하고 재현함으로써 시간과 기억, 공간과 공동체의 의미를 탐구한다. 공동주택 시설에 켜켜이 쌓인 기억의 현재를 탐구하는 작가의 사변적 시도는 공동체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성찰을 경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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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of Do Ho Suh_ Speculations. Photo_ Seowon Nam.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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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별똥별(1/23 스케일)', 2024. 혼합 재료, 157.1 x 103.3 x 65.5 cm. 사진: 정태수. 작가, 리만머핀 (뉴욕, 서울), 빅토리아 미로 (런던, 베니스) 제공. © 서도호.


“서도호 작가의 작업은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준다. 처음 서울 집을 천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좌대를 받치고 있는 조그만 군상들이 움직인다고 했을 때, 서울과 뉴욕 그리고 런던을 잇는 브릿지 프로젝트를 한다고 했을 때에도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러한 작업들이 수년 혹은 십여 년에 걸쳐 마침내 실현될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상상에 그치지 않고 실현해 내는 그를 보면서 다음에는 과연 어떤 작업을 할지 항상 알고 싶다.”


– 김선정(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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