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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Sep 27. 2024

아테네에서 시작된 영감의 여정

[한복 디자이너의 그리스 일주 ①]

김영미 디자이너가 그리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찾아 나선다.
우리의 한복과 그리이스의 건축, 두 문화가 만나 풀어내는 미적 교감

26년 동안 한복 브랜드 ‘황금바늘’을 이끌어오며 전통과 현대의 미를 융합해온 김영미 디자이너가 그리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찾아 나섭니다.

데일리아트는 김영미 디자이너의 그리스 여행기를 10회에 거쳐 연재합니다. 이 시리즈는 한복과 그리스 문명의 공통된 키워드를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복 문화를 재조명하기 위한 것을 목표로 합니다. 김영미 디자이너는 그리스 고대 문명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 한복의 미적 가치를 탐구합니다. 그리스 문화와 한복, 전혀 이질적인 문화가 어떻게 조화될까요? 그리스 문화를 통해 얻은 영감은 한복의 디자인에 어떤 모습으로 연결돨까요? 

 한복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해, 한복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리스의 문화적 매력을 전달하며, 두 문명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서로 교차하고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여행을 이제 시작합니다.

[1일차] 한복 디자이너의 그리스 일주: 아테네에서 시작된 영감의 여정

인천에서 아테네로: 새로운 시작을 향한 비행

2024년 9월 13일 아침,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그리스를 향해 떠올랐다. 26년간 한복 디자이너로서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며 살아온 나에게 이번 여행은 그동안의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한 여정이다. 3000년 전 고대 문명의 현장에서 나는 어떤 감동을 받을까? 한복의 미래를 구상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13시간의 긴 비행이 끝나고 도착한 그리스의 아테네. 이 도시는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고대 문명의 유산이 깃들어 있는 이곳에서 나는 새로운 창조의 동기를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테네에서 수니오 곶으로: 바다와 신전이 만나는 곳

그리스 여행의 첫 목적지는 수니오 곶(Cape Sounion)이었다. 이곳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기리는 신전이 서 있는 장소로, 아테네에서 남동쪽으로 약 7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이곳에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느꼈을 경외감을 나 또한 느끼게 되었다.

수니오 곶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포세이돈 신전은 그 위엄과 아름다움으로 나를 압도했다. 도리아 양식으로 세워진 이 신전의 기둥들은 단순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직선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 기둥들이 서 있는 모습은 마치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우뚝 서 있었다.

백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기둥들은 그리스의 맑은 하늘과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더욱 돋보였다. 한복의 부드러운 곡선과는 대조적으로 이 직선미는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한복의 새로운 디자인에 어떻게 이 직선미를 조화롭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포세이돈 신전에서의 조형적 영감

포세이돈 신전의 웅장함을 마주하며 나는 한복의 조형미와 이 신전의 형태미가 어떻게 교차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고대 그리스의 도리아식 기둥은 직선과 간결함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비율과 대칭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대칭과 직선미는 한복의 상의와 하의의 균형, 옷고름의 위치와 같은 요소들에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신전이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세워졌다는 점도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신전이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모습은 마치 한복이 자연스럽게 몸에 감싸이며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신전의 기둥 사이로 바람이 불어오며 바다의 소리를 전해주는 그 순간, 나는 한복이 주는 고요하고 평온한 느낌을 떠올렸다. 그리스의 고대 문명과 한국의 전통 의상이 어떻게 서로 교감할 수 있을지, 나는 신전 앞에서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현지 음식에서 찾은 색감과 텍스처

신전을 둘러본 후, 그리스 전통 음식인 짜지키와 빠이다키아를 맛볼 기회가 있었다.

수니오에서의 저녁은 그리스의 대표적인 음식은 싱싱한 샐러드, 양갈비 ‘빠이다키아’와 요구르트로 만든 소스 ‘짜지끼’로 풍성하게 차려졌다.

그리스의 양갈비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일품이며, 신선한 허브와 레몬으로 마무리한 맛이 매력적이다. 여기에 곁들여진 짜지끼는 요구르트와 오이, 마늘, 허브가 어우러져 산뜻한 풍미를 자랑하며, 그리스 전통 요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음식들에서 느낀 것은 한복 디자인에서 사용하는 색감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그리스의 자연에서 비롯된 색상과 텍스처는 한복에 적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영감이 될 수 있었다. 상쾌한 요거트의 하얀색은 한복의 전통적인 백색과 닮았고, 양갈비의 깊은 색감은 한복에 들어가는 포인트 색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식사 그 자체보다도 더 흥미로웠던 건 그리스의 전통 춤을 가까이에서 관람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스 전통 춤은 사르타키나 칼라마타노스 같은 춤사위가 주를 이루는데, 이 춤들은 빠르게 돌고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우리의 아리랑 춤사위처럼 사람들이 함께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고, 한국의 전통 춤과 그리스 춤 사이의 공통된 리듬과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남성들이 허리에 두른 색동과 여성들의 치마가 휘날리는 모습은 한국의 부채춤에서 하얀 속치마가 드러나는 장면과 매우 비슷하게 느껴졌다. 두 문화 모두 옷의 움직임을 강조하며, 옷의 형태와 색감이 춤사위와 함께 더욱 돋보이는 점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이처럼 음식과 춤,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경험은 그리스와 한국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문화의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했다. 음식과 춤을 나누며 사람과 사람이 더욱 가까워지는 경험은 전통을 초월하여 공통적인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그리스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고, 음식을 나누며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을 받았다. 역시 음식과 놀이는 사람 사이의 벽을 낮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다.  다른 일정으로 아쉬운 눈빛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잠시지만 인생의 한 순간을 나누며 인연의 소중함을 느낀 시간이었다.

이 경험은 한복의 움직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한복의 곡선미와 그리스 전통 의상의 움직임 사이에서 새로운 디자인적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세계적인 문화와의 융합을 통해 한복의 미래를 구상하는 순간이었다.

아테네로 돌아와 마무리

저녁이 되자 다시 아테네로 돌아와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숙소는 콩고 팰리스 호텔. 호텔 방에서 아테네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 동안 느낀 감정들을 정리해 보았다. 포세이돈 신전에서 느꼈던 웅장함과 조형미는 한복 디자인에 대한 나의 시각을 한층 더 넓혀주었고, 그리스의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조화는 한복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융합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

김영미 디자이너의 여행에서 얻은 영감

1일차를 마무리하며 나는 한복과 그리스의 조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포세이돈 신전에서 얻은 직선과 대칭미,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는 한복 디자인에서 새롭게 시도해볼 만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또한, 그리스 음식에서 느낀 텍스처와 색감은 한복의 색채를 더욱 다양하고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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