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일리아트 Sep 27. 2024

폐교가 10만 명이 찾는 미술관으로 바뀌었다

당진 '아미미술관', 아이들의 웃음 소리 묻어 있는 예술의 공간

‘판타지’란 일상에서 비일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판타지예술은 일상에 대한 갈망을 통해 비일상의 세계를 상상하는 예술로, 현실과 분리된 망상과는 다른 차원에 있다. 판타지에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꿈꾸는 이들만이 볼 수 있는 비일상의 요소들이 숨어 있다.

아미미술관 입구

충남 당진시에 위치한 '아미미술관'은 일상과 비일상의 판타지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초등학생 수 감소로 폐교한 ‘유동초등학교’를 2011년 미술관으로 새롭게 탈바꿈한 곳이다. 일상적 공간이던 유동초등학교는 이제 학생들의 웃음이 사라진 대신, 예술로 이끄는 비일상의 아미미술관이 되었다. 친구들이 소꿉놀이를 하던 그 시절의 추억을 담은 미술관의 이름도 '친구'를 뜻하는 프랑스어 '아미(AMI)'에서 따왔다.

폐교의 변신, 판타지 공간의 탄생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

아미미술관의 상설전시관인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은 교실과 복도에서부터 새로운 변신을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유동초등학교 시절부터 존재했던 식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복도에 자리 잡은 나무들은 모두 버드나무 폐목으로, 인공적인 색을 입히고 실제 기러기 깃털을 더해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교실안 아이비

과거의 교실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아미미술관에서는 인공 건물과 자연의 구분이 사라진다. 창문을 타고 자라나는 아이비 덩굴과 함께 뻗어 나가는 나무들은, 현대 사회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자연환경을 보존하려는 미술관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자연을 무참히 없애고 인간이 만든 것을 ‘새로운 것’이라 자만하는 시대에 아미미술관은 다르게 말한다. 수백, 수천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고, 인간이 만든 것들만이 새로운 현재가 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폐목과 새싹이 공존하며 판타지로 재탄생한다. 아미미술관의 학예사 조은호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전시된 폐목에서 돋아난 새싹

전시된 폐목 나뭇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났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유동초등학교 시절 아이들의 생명력이 그 나무에 깃든 듯한 기적과도 같다. 인간이 부정한 과거의 흔적 속에서 자연은 새 생명을 틔워내며 그 속에 담긴 순환의 의미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초청전, ‘방랑자 환상곡’

현재 아미미술관에서는 초청전 ‘방랑자 환상곡’이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Wanderer Fantasy)’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세계관을 펼칠 수 있는 환상곡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여섯 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인생 자체가 환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특한 놈들의 잔당

김상덕 작가는 아름답지만 위험한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 내면의 혼란과 파괴 욕망을 표현한다. <사특한 놈들의 잔당>에서 귀여운 탈을 쓴 괴물이 놀이기구로 위장한 모습으로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한다.

재가 되는 사람들

허현주는 존재가 ‘있음(有)’에서 ‘없음(無)’으로 돌아가는 순간을 포착하며, <재가 되는 사람들>로 에너지의 소멸을 표현한다.

고블린밸리 하늘을 나는 천사

지오최는 <고블린 밸리 하늘을 나는 생명의 천사>에서 어릴 적 빛나는 태양처럼 보이던 계란프라이에 리본을 달아 어린 시절의 기쁨을 그려낸다.

Mr.D'z

권기동은 <Mr. D’z>에서 실제와 허구를 혼재시켜 새로운 비일상의 공간을 창조한다.

아화구상도

이가은은 <아화구상도>에서 뼈, 식물, 꽃을 통해 삶과 죽음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환의 과정을 그려낸다.

Camouflaged

홍시연은 <Camouflaged>에서 얼룩말 얼굴로 위장한 인물들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과 이중성을 표현한다.

이들 여섯 명의 작가들은 환상과 환영,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이들은 아미미술관의 초청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들이다.

새로운 탄생의 시작

아미미술관 수국길

당진의 유동초등학교는 1967년에 개교해 1993년에 폐교되었지만, 교육기능은 미술관으로 전환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배움과 영감의 장소가 되었다. 연간 1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 아미미술관은 이제 당진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이자, 지역 학생들을 위한 창의체험학교로 새로운 교육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미미술관은 폐교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보여준다. 자연과 인간의 순환을 그려낸 판타지를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과 영감을 선사하는 아미미술관. 그곳에서 삶과 예술이 이어지는 진정한 ‘환상의 순환’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1


작가의 이전글 차향처럼 은은한 화가-정현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