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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Sep 27. 2024

한복과 그리스 문화의 조화

[한복 디자이너의 그리스 일주 ②]

[2일차] 산토리니에서 만난 전통과 미래의 경계

아테네에서 산토리니로: 기대감이 가득한 새로운 섬으로의 여정

2024년 9월 14일 아침 일찍 아테네를 떠나 산토리니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페리에 탑승해 그리스의 푸른 바다를 가로지르는  순간 마음은 다시 한 번 설렜다.


한복은 전통적인 곡선과 선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현대적인 감각을 융합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오늘의 여행은 이러한 생각을 구체화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았다.

페리로 4시간을 달려 드디어 산토리니에 도착했다. 이 섬은 그리스에서도 가장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그리스 문명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이곳에서 나는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될 것이다.

아크로티리: 고대 그리스의 청동기 문명과 한복의 미래를 잇는 다리

산토리니에서의 첫 방문지는 아크로티리(Akrotiri) 유적지였다. 이곳은 그리스의 청동기 시대 문명이 발달했던 곳으로, 당시 사람들이 살았던 집과 건축물이 잘 보존된 장소다. 화산재에 덮여 있던 이 고대 도시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인상을 주었고, 그 속에서 나는 옛 그리스인들의 생활과 문화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유적지를 걸으며 보았던 벽화와 건축물의 곡선과 직선은 한복 디자인에 새로운 영감을 제공했다. 벽화에서 사용된 자연을 모티브로 한 기하학적 패턴을 한복의 문양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이 패턴들은 한복의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새로운 해석을 시도할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고대 그리스인들이 자연을 어떻게 자신의 삶에 녹여냈는지, 그와 동시에 인간의 미적 감각을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했는지를 보았다. 벽화에 그려진 부드러운 곡선과 대담한 색상 조합은 한복의 전통적인 색감과 자연스러운 곡선에서 또 다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아 마을: 전통을 넘어선 아름다움과 한복의 재발견

다음으로 방문한 이아 마을(Oia)은 산토리니의 진주라 불릴 정도로 유명한 장소다. 하얀 건물과 푸른 돔이 어우러진 이 마을은 그리스의 상징적 이미지를 대표하는 곳이었다. 그리스의 밝고 선명한 파란색과 흰색 조합은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완벽한 미적 조화를 상징하고 있었다.이곳에서 바라본 산토리니의 전경은 한복에서 색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하얀색 건물들이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은 한복의 흰 저고리와 그 위에 덧입혀지는 색감의 조화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파란색은 한복 디자인에서 한층 더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색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의 청명한 파란색은 한복의 담청색과 유사하지만, 그 깊이와 밝음에서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활용해 새로운 색감의 한복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메로비글리: 그리스 전통의 현대적 감각

산토리니의 또 다른 매력적인 마을인 이메로비글리(Imerovigli)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고급 리조트와 럭셔리 호텔이 모여 있는 장소로, 전통적인 그리스 건축물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하얀색 벽과 푸른 지붕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변주되어 있었고, 전통적인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스타일이 가미된 이 마을의 분위기는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한복 디자인에서도 전통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메로비글리에서 느낀 현대적 감각은 한복의 실루엣과 색감, 패턴을 재해석하는 데 중요한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스 건축물이 전통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스타일로 변화한 것처럼, 한복도 전통적이지만 현대적인 감각을 담아낼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아마리아 비치 리조트 호텔에서의 여유로운 밤

오늘 일정의 마지막은 아마리아 비치 리조트 호텔(Amaria Beach Resort)에서의 휴식이다. 아테네에서 이른 새벽에 서둘러서 출발하고, 무더운 날씨에 산토리니의 유명한 마을을 방문하면서 매우 피곤했지만, 대신 리조트에서 느낄 수 있었던 지중해의 평온함이 마음을 채워 주었다. 여기는 심지어 고양이도 예쁘다. 가볍게 상견례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저녁 식사로는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지중해 요리를 맛보았다. 신선한 해산물과 향긋한 허브로 맛을 낸 요리는 단순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그리스에서 그릴에 구운 문어는 "흐타포디(χταπόδι)"라고 불린다. 이 요리는 흔히 "흐타포디 투 그릴"(χταπόδι του γκριλ)이라고 하며, 이는 문자 그대로 "그릴에 구운 문어"라는 뜻이다. 그리스의 전통적인 해산물 요리 중 하나로, 신선한 문어를 허브와 레몬을 곁들여 구워내는 것이 특징이다.

한복과 그리스 문화의 조화

그리스의 건축물은 단순하면서도 견고하고, 한복의 디자인 역시 그런 면에서 공통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그리스 전통 색채인 파란색과 흰색의 조화는 한복에서 사용하는 오방색 중 청색의 깊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듯 보였다.

산토리니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는 그리스의 전통적인 조형미와 현대적 변화를 통해 한복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대 문명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이 섬은 한복 디자인에서 전통과 현대를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주었다. 색감, 패턴, 그리고 조형미에서 그리스와 한복은 분명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안에 공통된 미적 감각이 있음을 깨달았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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