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취정의 올 댓 민화]
조선시대 서민들의 그림이었던 민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란괴석도(牧丹怪石圖》중, 19세기, 지본채색, 53×263cm, 프랑스 기메동양박물관(『한국의 채색화』2, 도65)
조선시대 서민들의 그림이었던 민화가 요즈음 주목을 받고 있다. 민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전국에 수만 명이다. 왜 이들은 민화에 빠졌을까? 민화의 어떤 부분이 이토록 사람들을 열광시킬까? 아름다운 작품, 민화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화조도》 중, 19세기, 종이에 채색. 각 1116×46cm ('갤러리현대 한국의 민화전', 2018년 7월 22일 촬영)확인* 사진 출처: 김취정 ('2018년 7월 22일 촬영)
[올댓 민화] 연재를 시작하며..
문화는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본질로서 매우 중요하다. 사람이 동물과 구별되는 경계가 문화라는 사실은 뇌과학(Brain Science) 분야에서 진행된 실험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그 일례로서 어린이와 침팬지의 학습 가능 여부에 대한 실험을 들 수 있다.
이 실험을 통해, 인간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학습된 행위를 반복하며, 동물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유리한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실험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은 학습에 의한 행위가 축적되었기 때문에 인류는 문화 형성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그것을 누리느냐 하는 문제는 얼마나 인간다운 삶을 사느냐 하는 것과 연관된다.
사진출처: Uroš Cerar, 2021년 1월 27일, https://www.youtube.com/watch?v=L8spFl1iJfs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한국은 다양한 문화 분야에서 소위 한류(韓流)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류란 한국의 대중문화 요소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로 전파되어 인기리에 소비되는 문화 현상을 말한다. K드라마. K팝, K영화 등 웬만한 문화 분야 앞에 한국을 의미하는 'K'를 붙여 이야기를 하면 될 정도다. 이는 약 100여 년 전 김구가 꿈꿨던 대한민국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김구는 문화강국론으로 알려진 글,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중략)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기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중략) 우리 민족이 주연배우로 세계의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앞에 보이지 아니하는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제 ‘K그림’ 또한 시간 문제다. K드라마. K팝, K영화 등에 이어 K그림의 시대도 곧 다가올 것이다. 필자는 K그림으로 ‘민화’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우리 그림 중 국내외에 꾸준한 수요가 있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나 평론가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수요자가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에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소비와 감상이 저변화되고 대중화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림은 미술시장 속에서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9세기 전반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진 미술 향유 및 유통의 방식은 미술의 양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술 소비자들의 미적 취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작품들이 대량으로 제작되었고, 유통된 미술품은 소비자의 예술적 취향이나 미감(美感)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제작된 것이다. 이러한 미술계의 양상은 21세기에도 마찬가지여서 미술시장에서의 미술, 그림을 생각해야 한다.
K그림, 한국 민화의 폭발적 확장 가능성
현재 우리 그림 중에 국내외에서 비교적 꾸준히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그림은 민화다. 민화는 한국화 중 유일하게 단독 아트페어인 대한민국민화아트페어(K-MINAF)를 2017년부터 매년 성황리에 개최하고 있다. 매해 민화아트페어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결과 외국인 관람객과 외국인 그림 구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민화 작품의 시장성과 해외 진출 가능성을 엿보았다. 곧 도래할 K그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민화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화는 한국 특유의 그림이다. 민화에는 한국 문화의 다양한 요소들이 스며들어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민화를 기준으로 그 제작 시점을 살펴보면, 민화는 대략 조선 후기부터 근대기를 거쳐 형성되고 현대로 이어져 왔다.
민화는 홀로 갑작스럽게 창작된 것이 아니다. 민화에는 한국 문화의 다양한 요소들이 스며들어 있다. 한국 그림의 역사 속에서 민화는 태어났고, 자라났고, 발전해왔다. 따라서 한국 민화 이해의 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 회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 그림의 역사를 이해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한국 민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살펴볼 수 있다.
민화라 불리는 그림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르는 꽃과 새가 그려진 화조화(花鳥畵)다. 화조화는 민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민화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르다. 화조화가 유독 많이 그려진 것은 그만큼 화조화에 대한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월 2회씩 한국 민화 중 가장 많이 그려진 화조화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다음 회에는 화조화의 기원과 특징에 대해 살펴보겠다.
〈관조석부도항(鸛鳥石斧陶缸)>, 앙소 문화 묘저구 유형, 높이 47cm, 1980년 하남 임여(臨汝) 염촌(閻村)에서 출토, 중국 국가박물관 소장* 도판출처: 李松 저, 이재연 역, 『중국미술사. 1 : 先秦부터 兩漢까지』(서울 : 다른생각, 2011), p. 51. , 신석기시대(기원전 4000), 높이 47cm, 입지름 32.7cm, 하남성 박물관
3회부터는 화조화 중에서도 가장 많이 그려지고 가장 인기가 많았던 작품부터 다루되, 꽃 별로 그림과 그 뜻을 살펴보겠다.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바란다.
김취정은 고려대학교에서 고고미술사학과, 영어영문학과, 한국사학을 전공했고, 「韓國 近代期의 畵壇과 書畵 需要 硏究」(2014)로 고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민화학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한국 민화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