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읽기]
- 1970년대 서울시민의 한달치 석유비축기지
- 폐산업시설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된 도시재생 랜드마크
- 최근 '2024 국제패션아트 비엔날레 인 서울' 성황리 개최
석유저장창고에서 나온 철판을 잘라 신축한 문화비축기지 T6
문산 방향 자유로를 달리다보면 석양의 명소인 하늘공원 그리고 노을공원을 만난다. 바로 인근에는 2002월드컵경기장이 계획되면서 500m이내 위험시설은 안전상의 이유로 철거되었다. 2000년 폐쇄 될 운명에 처한 '유류저장탱크'가 베일을 내리고 모습을 드러냈다.
1973년 석유파동이 일어나자 원유공급의 어려움을 대비해야 했다. 1976년에 착공되어 1978년도에 축구장 22개의 크기(14만m²) 5개 탱크가 완공되었다. 서울시민의 한달치 사용량 6907만 리터를 보관하는 국가 1급 보안시설(G-1)이었다. 20여 년간의 기능은 정지되었고 이후 기름기 가득한 철로 된 거대한 기름통은 2013년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결정되고, 시민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 (2014년)이 선정되었다. 이후 시공사의 중도 포기 등 많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2017년 9월 석유비축기지는 재개발이 아닌 생태공원과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서울의 대표적인 산업유산의 도시재생 랜드마크로 재탄생되었다.
T6 커뮤니티센터와 문화마당
- 공공과 협력하는 거버넌스 구조로 운영
- 장소적 역사적 가치를 기반으로 사회문화적 역할 증대 필요
- K한류의 문화요충지 상암~홍대~여의도 문화벨트
문화비축기지는 아파트 5층 높이의 탱크가 기본 형태이다. 각각의 공간 역할은 T6이 커뮤니티센터로 중간에 위치하고 있고 T2는 바로 산을 병풍처럼 둘러싼 야외무대이다. 서울 야경을 바라보며 진행하는 가을밤 해질 무렵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야외음악회와 공연장면 얼마나 낭만적일지 상상해보길 바란다. T4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공간의 울림과 어둠을 활용하여 공연, 전시, 체험 등을 하기에 집중이 잘되는 공간이다. T5는 이야기관, T6은 문화아카이브로 이어진다. 2020년 9월에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온전한 계측기의 모습을 유지한 T3이 지정되기도 하였다.
시간의 흔적과 현대건축의 만남
입구 문화마당에서 탱크주변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은 한바퀴 산책코스이다. 2017년 개관 당시에는 많은 건축학도들이 연구와 촬영을 위해 방문했고 외국인들도 신기한 재생시설 답사를 위해 자주 모여 들었다. 워낙 비밀공간으로 지어진 공간이라 대중교통이 약간은 불편하다. 대로변에 위치해서이겠지만 개선점을 정확히 알고 연결짓기를 해본다면 탄탄한 '한류콘텐츠 1번지'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암디지털단지에서 문화비축기지, 양화한강공원, 홍대 레드로드,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한강수상택시를 타고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의 역작 선유도 산책, 그리고 추후 클래식을 원한다면 여의도공원에 계획중인 제2세종문화회관 공연까지. 툭툭 끊어진 문화공간벨트이지만 넓은 한강을 끼고 있다. 홍익대가 위치한 지역은 글로벌 젊은이들의 성지이다. 긴 안목으로 볼 때 '깊이있는 문화콘텐츠 집약체'는 먼 나라 이야기는 아니다.
K한류열풍의 지속적인 지원과 질적 성장으로 이어진다면 21세기 대한민국은 차별화된 글로벌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문화예술을 자연스럽게 향유하는 개인의 저력이 불쏘시개이자 보이지않는 강한 힘의 원천이 될것이다.
- 2024 국제패션아트 비엔날레 인 서울 개최 (T4)
-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체험행사
T4에서 개최된 2024국제패션아트 비엔날레 인 서울
지난주 9월 11~19일 추석연휴기간 전후 (사)한국패션문화협회가 주관하는 ‘2024 국제패션아트 비엔날레 인 서울(2024 International Fashion Art Biennale in Seoul, Korea)’이 T4에서 개최되었다. 2010년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한 국제 패션아트 비엔날레는 올해 8회째를 맞이하였고 해외 작가들과 꾸준한 교류를 통해 한국 패션문화의 진흥 및 세계화에 기여하였다.
그동안 파리 장식미술관(Musee des Arts Decoratifs), 밀라노 팔라조 모란조(Palazzo Morando), 스웨덴 한국문화원(Koreanskt Kulturcenter) 등에서 국제 패션아트 전시를 개최해온 한국의 대표 패션 전시이다.
이번 전시 주제는 ‘자연과의 조화: 지속가능한 패션아트 (In Harmony with Nature: Sustainable Fashion Art)’로서, 과잉 생산과 환경오염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자연과 조화로운 ‘공존’, 그리고 미래 세계를 향한 ‘포용’적 시각을 패션아트를 통해 제안하였다.
한국패션문화협회 회장 하승연 교수는 "참여 작가들이 생물학적 순환방식과 기술적 순환방식을 이용한 디자인 방법을 다양하게 탐구하였으며, 이는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비축기지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전 세계 12개국 77명의 패션아트 작가와 영상 작가가 참여하고 패션과 예술 그리고 자연이 만나는 교류의 장이 되었다. 무한한 패션디자인의 상상력과 영상과의 만남은 어두운 T4 공간에서 문화예술의 융합에 빛을 발했다. 시간이 쌓인 무언의 묵직한 건축공간에서 현재를 지나 공존하는 미래사회에 대한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를 패션아트로 승화한 전시였다.
패션디자인의 학계 연구자와 패션산업계 디자이너로 구성된 (사)한국패션문화협회는 한국 패션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며 산학협력의 기반을 확고히 하고자 1995년에 설립되어 격년으로 국제와 국내에서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패션산업계에서는 박윤수(빅팍), 장광효(카루소), 임선옥(파츠파츠), 이성동(얼킨) 디자이너가 참여했고, 학계에서는 이연희(한양대), 김정숙(영남대), 김정신(한남대), 박선희(이화여대) 등이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