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생의 철학 질문하기]
에곤 실레 (Egon Schiele), 오스트리아 출신의 표현주의 화가이다. 그는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였으며, 모더니즘과 근대 미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술로 생의 철학 질문하기] 시리즈는 당대를 비롯하여 현재까지 미술계에 영향을 끼치며 회자되는 예술가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각 편마다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통해 철학적 주제인 고통, 행복, 불완전성 등 삶의 본질에 가까운 개념을 질문한다.
Egon Schiele [ Self Portrait with Chinese Lantern Plant ] 1912
에곤 실레 Egon Schiele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삽화로 유명한 이 작품은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이다. 인간실격이라는 작품은 인간의 고독과 존재론적인 고통을 잘 다룬 작품이다. 그렇다면 위 작품은 왜 인간실격의 표지를 장식하게 되었을까.
작품 속 남자는 측면으로 서 있다. 그러나,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정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림을 보는 우리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품 속 남자의 표정은 아리송하지만,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얼룩진 얼굴을 한 이 남자는 세로로 자라나는 열매 없는 꽈리열매줄기를 뒤에 두고, 그는 무심히 우리를 바라본다.
Egon Schiele [ The Embrace ] 1917
외설과 본망, 그 사이 어딘가
그는 욕망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화가이다. 또한, 육체의 관능미를 잘 그려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작품을 보면, 인간의 감정과 욕망은 정신과 육체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욕망은 정신적인 방면에서 행동으로 드러나고, 육체적인 방면에서는 접촉으로 드러난다. 결국, 욕망은 신체와 떨어트려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하나 이상의 인물이 몸을 가까이 맞대고 밀착하고 있는 그림이 많다. 그러한 인간의 접촉을 외설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일차적인 해석이다. 위 작품을 살펴보면 그의 작품을 단순히 '외설적인 그림'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두 남녀는 육체를 겨우 담는 흰색 천 위에 얼싸안고 있다. 즉, 이러한 행위 자체가 욕망의 실현이고, 타인과 접촉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본망이 실현된 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더욱, 인간이 타인과 접촉하며 생기는 육체적 교류를 단순히 외설스럽다고 말하며 외면해서는 안 된다. 외설스러운 그림에서 모든 인간을 꿰는 주제가 나오기 때문이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타인과의 끊임없는 접촉이 이루어져만 한다.
Egon Schiele [ Death and the Maiden ] 1915
나의 욕망은 널 필요로 한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았을 때, 그의 캔버스 안에는 혼자인 사람을 담아내거나, 두 명인 사람을 담아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인간의 욕구는 여러 요인을 만들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들을 자초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 모든 것들을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이 고독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고독을 직면하는 인간은 공동체 내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는 생물학적 본능과, 인간 내면의 공통적인 유약점에서 비롯된다. '나'의 욕망은 '나'의 생존과 직결된다. 그러므로, 나의 욕망은 널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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