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 분더샵 청담 스털링 루비 개인전《먼지 덮인 계단 위 쉬고 있는 정원사 The Flower Cutter Rests on Dust Covered Steps》11월 30일 까지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는 나무와 풀을 가꾸고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정원사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낀다. 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지금이 정원사들이 해야 할 일들이 참 많은 시기이다. 무성한 잡초를 뽑고, 더위에 지친 식물에게 영양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이런 정원사를 은유하는 전시가 갤러리 신세계 분더샵 청담에서 열리고 있다.
Sterling-Ruby-Courtesy-Sprüth-Magers-Photo.-Melanie-Schiff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털링 루비는 페인팅, 드로잉, 조각, 패션 등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가는 아티스트이다. 지난 2012년, 미국 월간지 ‘아트 앤 옥션(ART+AUCTION)’에서 선정한 미래에 가장 소장 가치가 있는 50인의 작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먼지 덮인 계단 위 쉬고 있는 정원사 The Flower Cutter Rests on Dust Covered Steps>를 감상하는 관람자는 우선적으로 전시의 제목에 너무 집중하지 않기를 바란다. 작품을 다 감상하면 먼지로 덮인 계단에서 휴식을 취하는 정원사가 누구인지 어느정도 이해하게 된다 . 작가 자신일 수도 있고 어쩌면 관람자일 수도 있다.
스털링 루비의 작품은 시대의 진폭이 크다. 현대에서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작품의 공간은 지구를 초월한 공간이다. 작가는 지구를 움직이는 원초적이고 지정학적인 힘에 대해 질문한다. 성장과 쇠퇴, 소멸과 재생의 순환을 담아내는 그의 작품은 장원에 있는 식물의 성쇠와 닮아있다. 정원의 각종 나무와 꽃들의 운명은 정원사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시하는 그의 미공개 신작 40여 점을 다 보면 '정원사'는 우주의 비밀을 모두 아는 전지전능한 신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작품을 만드는 작가는 작품에 있어서는 초월적인 존재이다. 그는 초월적인 힘을 이용해 작품 속에서 원초적인 에너지를 충만하게 뿜어내는 것이다.
Sterling Ruby, 'Basin Theology/Dracula Boat
첫 번째 공간에서는 큰 도자기 작품이 보인다. <Basin Theology/Dracula Boat>는 이름도 무시무시하다. 커다란 분화구 형태 내부에 깨진 조각들은 유적 발굴 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다양한 질감의 표면, 유약은 고대와 미래를 상징한다. 두꺼운 유약은 섬뜩한 용암이나 타오르는 불씨를 표현하는 듯하다. 이에 대해 작가는 “ 나는 이전에 나의 모든 시도와 헛된 현대적 제스처를 깨부수고 절구에 넣어 무딘 공이로 갈아버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의 모든 문명을 거스르는 원초적인 힘이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진다. 정원사는 작가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Sterling Ruby. FLOWER, 2024, Ceramic, 100 x 77.8 x 5.7 cm
벽에는 세라믹으로 만든 플라워즈가 있다. 본능적이고 관능적이며 동물적이라고 평가 한다. 꽃 잎은 마치 척추뼈를 닮은 줄기와 연결 된다. 꽃은 식물이지만 동물적 느낌으로 읽혀진다.
Sterling Ruby. TURBINE. Burning Horizon., 2024, Acrylic, oil, and cardboard on canvas, 121.9 x 213.4 x 5.1 cm
Sterling Ruby. TURBINE. Night Fright., 2024, Acrylic, oil, and cardboard on canvas, 121.9 x 213.4 x 5.1 cm
염색된 캔버스 위에 두꺼운 오일 스틱과 골판지 콜라주 요소를 사용하여 만든 <TURBINE> 회화 시리즈에서 에너지의 절정을 경험한다. 얼룩진 직사각형의 골판지 조각은 경계와 테두리를 그리며, 마치 두 편이 영원한 투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TURBINE> 작품에서는 콜라주 된 조각들이 계단처럼 쌓여 있다. 스털링 루비가 그려낸 격정적 그림 속 바다에서 노란색, 빨간색, 검은색은 격렬한 폭발 속에서 충돌하며, 현재의 정치적, 환경적 혼란이 세계의 집단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환기시킨다. 작가는 이것이 망각에 대한 현대적 묘사인지, 과거의 역사에 대한 환상, 아니면 아직 쓰이지 않은 미래의 모습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신세계갤러리 관계자는 “업계 최초 갤러리를 개관한 이래 김환기, 피카소 등 수준 높은 국내외 작가의 전시를 선보인 신세계가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스털링 루비의 전시를 열고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선보이게 됐다”며 “패션,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된 진정성 있는 전시와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고객과의 가치 소통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시 기간: 2024. 09. 05(목) ~11. 30(토)
관람 시간 : 화 - 토요일 10시~18시
(매주 일, 월요일 휴관) 개천절, 한글날 정상 운영
무료 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