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먹으로 꽃보다 아름다운 세계를 열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 세계》
한국화 분야 대표 원로 작가 이철주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첫 회고전 개최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오는 9월 26일(목)부터 11월 24일(일)까지 가을 기획전으로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 세계》를 개최한다. 전시는 미술관의 1, 2, 3, 4 전시 공간을 통해 5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포스터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 세계》는 현대를 대표하는 한국 화가 이철주(1941-)의 작품 세계 전반을 조명하는 전시다. 그는 전통성과 현대성, 문인화와 추상미술의 미감을 융합한 독자적인 길을 개척했다. 전시에서느 60여 년에 걸쳐 먹과 채색, 종이와 비단을 비롯한 다양한 재료를 탁월한 조형 의식으로 다룬 작가의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먹을 통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조형성의 탐구.’ 이는 작가가 오랜 기간 추구해 온 목표다. 1960년대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추상미술을 비롯한 서구 미술의 파도와 수묵화로 대변되는 전통 고수에 대한 강박에 강하게 노출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근간을 지킴과 동시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여기에 자신만의 색을 입히는 일은 실로 어려운 일이었다.
영일, 1976. 한지에 수묵채색, 163×112cm. 동덕여자대학교 소장.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제공
60~80년대 이철주는 사실성에 근거한 수묵채색 인물화를 통해 작품 세계를 가다듬어갔다. 화면 전체가 구체적인 대상의 세밀한 묘사로 가득한 1976년 작 <영일 寧日>이 바로 그 예시이다. 사실성이 충만한 그림이지만, 인물의 옷자락에 보이는 은근한 리듬감의 선은 과거 수묵 인물화의 전통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작가는 1980년대 말을 기점으로 먹과 채색의 번짐과 퍼짐이라는 기법과 동양적인 내용과 정서를 결합하는 데 집중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작가가 그린 <우주로부터>, <우주> 시리즈는 작가의 이러한 작업 방향이 심화된 결과물이다.
우주로부터, 1990. 한지에 수묵채색, 160.5×187.8cm.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제공
꽃 보다 아름다워라, 2018. 한지에 먹, 80×80×80cm. 동덕여자대학교 소장.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제공
2010년대 이후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공간에선 근작의 경향을 대변하는 <More than Beautiful Flower>를 감상할 수 있다. 큰 붓으로 “꽃보다 아름다워라”라는 글씨를 종이에 쓴 뒤에 이를 동일한 정사각형으로 등분하여 여러 조각으로 잘라낸 뒤에 새로운 구성으로 꼴라주 하듯 붙인 것이다. 이는 작가가 조형성을 고민하면서 재구성한 것이기에 견고한 미감을 갖춘 추상화로서의 매력이 가득하다. 또한 작품 자체가 글씨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서예적 혹은 수묵화적인 아름다움도 결합되어 있다.
이렇듯 작가는 ‘먹을 통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조형성의 탐구’라는 자신의 목표를 궤도 위에 올려놓았다. 즉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을 ‘먹’이라는 재료를 통해 통합하고 조화시킨 것이다. 전시는 11월 2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