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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Sep 27. 2024

엘름그린(Elmgreen) & 드라그셋(Dragset)

[주목! 이 작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전시《SPACES 》의 작가

익숙함을 낯섬의 공간으로 바꾸는 작가
사막 가운데 명품 매장이라니... 기발하면서도 엉뚱한 작가들
미술관 전체를 가상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기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ELMGREEN & DRAGSET: SPACES"  전시장 입구. 사진 : 박정현 

덴마크 출신의 마이클 엘름그린(Michael Elmgreen, b.1961)과 노르웨이 출신의 잉가 드라그셋(Ingar Dragset, b.1969)은 유명한 현대미술 아티스트 듀오로 손꼽힌다. 1994년 처음 인연을 맺은 이들은 이듬해인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예술적 파트너로서 함께 작업을 해 왔다. 지금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는 엘름그린과 드라그셋 듀오의 협업 30주년을 기념하여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시인 《ELMGREEN & DRAGSET: SPACES 》가 진행 중이다.


'How Are You', 2011.  사진 : 박정현


이에 발맞춰 이번 [주목! 이 작가] 코너에서는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이들은 건축과 조각, 그리고 퍼포먼스 아트 등 여러 예술 장르를 아우르며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미국 텍사스 주 마르파 지역의 사막에 프라다 명품 매장을 재현해 놓은 작품인 <Prada Marfa>(2005)는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사막의 한가운데에 명품 매장이라니…. 기발하면서도 엉뚱하게 느껴지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들은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명품 산업과 이에 따른 소비지향주의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아내었다.



작가들의 작업이 담긴 도록의 표지를 장식한 'Prada Marfa'(2005). 사진 : 박정현


이렇듯 익숙한 공간에 작가들 특유의 재치와 냉철한 시선을 더해 새롭게 탈바꿈하는 ‘공간의 재맥락화 방식’은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지난 2015년 플라토미술관에서 열린 《천 개의 플라토 공항》 전시에서 그들은 미술관 전체를 가상의 공항으로 바꾸어놓았다. 보안 검색대와 면세점 가는 길을 비롯하여 공항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모습은 여행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공항이라는 곳이 설렘과 기대감을 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보안과 통제가 따르는 곳임을 상기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놀랍도록 사실적인 인물묘사는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의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다. 생동감 있는 표정과 눈빛, 의상까지 진짜를 방불케 하는 인물들은 작품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작품 속 공간에 관람자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이번 《Spaces》전에 전시된 <무엇이 남았는가?>(2021) 역시 이를 잘 보여준다.



마이클 엘름그린 & 잉가 드라그셋, '무엇이 남았는가?', 2011 . 사진 : 박정현 


전시장 입구 천장의 밧줄에 한 손을 의지한 채 다른 한 손에는 막대기를 들고 공중에 떠 있는 남자의 모습은 마치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듯이 관람객의 호기심과 긴장감을 동시에 유발하며 시선을 집중시킨다. 겁에 질린 눈과 긴장한 듯 굳게 다문 입술처럼 극사실적인 표정으로 인해 작품을 보는 내내 아찔함과 아슬아슬한 느낌이 계속된다.



외줄타기 선수의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취약함과 탄력성에 주목한다. 이 위기의 순간, 과연 외줄타기 선수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시금 자신의 중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추락과 평정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이 공존하는 상황을 통해 작가들은 불안과 시련이 계속되는 삶의 여정에서 이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심리적인 작용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마이클 엘름그린 & 잉가 드라그셋, 'The Amorepacific Pool’, 2024. 사진 : 박정현


새하얗고 균형감 있는 자세의 인물 조각상 역시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의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고전 그리스의 조각을 연상케 하는 이 작품들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고립되어 배치된다. 수영장이라는 거대한 공간에 함께 배치되어 있으면서도 각각의 인물들은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저마다 다른 제스처들을 취하고 있다. 서로에게 무관심한 듯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조각상들의 모습에서 작가들은 관객과 작품 사이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예술 작품과 관람객은 ‘관람’이라는 행위를 통해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관람’이라는 행위는 반드시 응시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조각상들의 고립과 관객의 응시에 무관심한 태도는 바라보는 대상과 바라보여지는 대상으로서 관객과 작품의 관계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게 한다.



마이클 엘름그린 & 잉가 드라그셋, '고속도로 회화' , 2018/2019.  사진 : 박정현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에게 교통 표지판 또한 작품의 대상이 된다. 언뜻 보면 일반적인 교통 표지판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작품 속의 표지판들은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의 표지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속도로 회화>(2018/2019) 속의 표시는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교통 안내를 전혀 하지 못한다. 이러한 허구의 표지판은 역설적이게도 정보 전달이라는 목적을 지닌 표지판의 본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사실적이면서도 작가들만의 유쾌한 시선이 담겨있는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의 작품은 건축과 조각 등 여러 장르에 걸쳐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익숙함을 신섬으로 과감하게 뒤바꾸어놓는다. 이러한 작품들 속에서 작가들이 던지는 질문들은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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