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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면추상의 거장 유희영

[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 읽기]

by 데일리아트
한국 추상회화 거장 ‘색채의 결정적 순간’이 주는 숭고미
《생동하는 색의 대칭(Vivid Symmetry)》 현대화랑에서 10월 20일까지
구성적인 아름다움을 초월한 내면의 본질을 관철하고 있다. - 유희영, 2018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풍성한 가을이다. 9월 말까지 이어지던 극강의 무더위는 지나갔고 이젠 연일 이어지는 청아한 하늘만 바라보아도 충만함을 느끼게 하는 나날이다.

9월 초 3년째 개최된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2024)의 광풍도 지나갔다. 서울 주요 화랑가의 위성 전시, 가을 하이라이트 전시를 찬찬히 살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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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영, 작품 2004 R-A, 2004, 캔버스에 유채, 162 x 130cm . 현대화랑제공

세계적인 아트페어를 서울에서 감상하고 다채로운 미술 장르를 경험할 기회도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미감의 기호도 다양화되어가고 미술 애호가의 눈높이도 높아져 간다. 10여 년에 가깝게 아트 마켓 중심에는 추상미술이 있었다. 추상미술의 강세에 완벽한 화면 구성으로 신비스러운 색의 깊이를 보여주는 '색면추상의 대가' 유희영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아름다운 시월 이태원 페이스갤러리에서 마크 로스코(1903~1970)의 전시가 열린다면 삼청동에서는 색면추상의 거장 유희영(b.1940)의 개인전이 6년 만에 개최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최근 20여 년간 탐구해 온 ‘색면추상(Color-Field Painting)’의 정수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2000년대 이후의 작품 30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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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경. 유희영, 생동하는 색의 대칭, 2024. 현대화랑 제공

유희영은 1980년대부터 ‘색면추상’이라는 독자적인 양식을 구축하였으며 한국 추상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 서구 모더니즘 추상에 대응하면서 한국적 감성 또한 치열하게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의 《생동하는 색의 대칭(Vivid Symmetry)》은 ‘색채’와 ‘대칭’의 조화를 통해 서정적인 명상의 공간으로 관람객을 머물게 한다.

1960년대 국전을 통해 일찌감치 이름을 올렸고 연달아 수상하면서 1973년에는 국전 대통령상을 받았다. 1960~1970년대에는 역동적인 운동감의 자유로운 붓질로 서정적 추상기를 거쳐, 1970~1980년대에는 비정형의 뜨거운 추상 <잔상>, <수렵도> 시리즈를 선보였다.

1980년대부터 서정 추상과 기하학 추상이 혼재하는 과도기를 보였다. 색채의 밀도와 변화를 탐구하며 기하학적 구성의 균형과 조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앵포르멜의 영향을 받아 피카소의 청색시대로부터의 영향으로 코발트블루, 프러시안블루 등 청색에서 붉은 레드로 색채의 변화는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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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영 전시 전경. 현대화랑 제공



색채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작품의 주제이자 의미를 담는 매체


그는 전통적인 회화의 소재 유화 물감을 고수하며 한 가지 색을 6~7회 이상 겹쳐 바르는 방식으로 깊이와 밀도를 극대화했다. 단순한 2가지 컬러의 도상은 극도의 숭고미를 표현하여 바라보는 이를 색채로써 포용하여 작품 앞에 머물게 한다.


옥천 작업실에서 오랜 명상을 통해 탄생한 극도의 색면 분할은 완벽한 공간 구성으로 소리 없는 심연의 세계로 인도한다. 색을 분할하는 색띠에는 속도감과 시간성이 드러나며 반복되는 생동감과 리듬감을 형성한다.


또한 단정한 색이 주는 압축된 긴장감과 섬세하면서도 깊은 레이어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것이 유희영의 강한 색면 추상에서 분출하는 힘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오로지 색채로 드러낸 유희영 색면추상, 그것은 60여 년 화가로서 삶의 사유에서 자아낸 아우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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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2015 V-10, 2015, 캔버스에 유채. 현대화랑 제공


유희영 작가는 1940년 충남 한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였다. 1961년 미대 재학 시절 1961년 국전 특선 수상에 이어 두 차례 문공부장관상과 대통령상(1973년)을 수상했다.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학장,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국전 심사위원, 2009년 대한민국 미술인상,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현재는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초빙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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