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아뜰리에 ⑦]
저에게 예술이란 곧 삶이요, 삶은 곧 예술입니다
자신의 아뜰리에에서 작업하고 있는 이향남 작가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저는 저의 상징적 이미지인 신발을 매개체로 작품 세계를 구현하고 있는 화가입니다. 1957년 경기도 송탄에서 태어나 1남5녀 중 4녀로,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밑으로 남동생을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이셨던 아버지와 국민학교 선생님이셨던 작은아버지의 관심을 받으며 자랐어요. 두 분의 관심은 응원과 사랑으로 이어져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크나큰 용기와 지혜를 주시곤 했습니다.
남극에서
길만스 포인트 5,685m에서... 무념무상, 아~ 쉬고싶다.
- 지금까지 많은 작품과 회화에 대한 고민으로 미술학 박사까지 받게 된 것으로 안다. 화가로서, 학자로서의 여정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화가가 되었나? 그 과정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린다.
국민학교 시절 저는 학교 대표로, 또는 반 대표로 교내외 사생대회에 나가곤 했어요. 각 국민학교의 대표들과 운동장에 모여 그림 솜씨를 뽐낼 때의 자긍심은 어린 나를 우쭐하게 만들었고 크나큰 그림 세계와의 첫 만남이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에 아버지는 아버지 친구였던 교장 선생님 방에 나를 데리고 들어가 인사 시키셨습니다. 그 때 책상 한 켠에서 신기한 지구본을 발견하고 궁금증에 휩싸였는데, 교장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우리나라 밖에 있는 수많은 나라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지구본과의 첫 대면은 후에 삶의 지향점과 화가로서 작품의 모태가 되기도 했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유독 사회,지리, 역사 과목에 관심과 흥미가 많았습니다. 이 과목들을 공부하며 세계 각국의 역사와 땅, 문화, 인종을 직접 체험하고 싶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내내 이러한 관심과 흥미는 처음 보았던 지구본과 겹쳐지며 상상 여행으로 훌쩍 지나갔습니다.
Nomad life, 112x162cm, Oil on canvas, 2017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진로 문제로 어려움에 직면했는데 아버지는 교육대학 진학을 내세웠습니다. 미술대학을 원했던 저는 아버지의 의견을 따르는 척하며 미술반 친구들의 미술실을 드나들며 구경을 하고 다녔습니다.
결국 그림으로 길을 선택하고 작은아버지의 응원을 받으며 용기를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인간 삶에도 우여곡절이 많듯이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길을 선택한 앞길에도 곡절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하얀 캔버스 위에 나의 세계를 맘껏 그릴 수 있고, 또 다른 꿈을 표현할 수 있어서 많은 난관들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 작가는 여행을 통해서 얻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오묘함,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힘에 매료되어 그것을 작품화 한 작가이다. 자연과 예술은 어떤 점에서 연관될 수 있겠는가?
히말라야 안나프르나
Nomad life, 65x90.5cm, Oil on canvas, 2016
평소에 인간은 유한하며 자연은 무한하다는 점을 늘 인식하고 있었어요. 유한한 인간(나)이 무한하고 경이로운 자연(그림 소재)을 만나면서 탄생하는 작품들은 무한 세계로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나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 보듯이 인간은 자연물인 바위에 사냥의 흔적들을 그려 놓았는데, 여기서 우리는 자연과 예술의 유기적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벽화들은 오늘 날 회화의 출발점이 되었고, 그 돌들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캔버스가 되어준 셈입니다. 이런 점에서 자연은 그림 안에 늘 등장하고, 그림은 자연의 메시지를 늘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연과 예술은 서로 유기적 관계 속에서 무한 영역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오지 여행을 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나?
인간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초적 자연 풍경이나 오지를 트레킹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온전히 몸과 정신으로 느끼는 그 자연에 대한 경외감은 새로운 나를 만나는 계기가 되곤 했습니다. 국민학교 때 마주한 지구본의 꼭지점인 남극과 북극을 탐험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곳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현재의 모습과 망가져 가는 지구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증거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광활하고 찬란한 유빙과 빙하의 대자연의 풍광에 몰입할 수 있었던 반면, 지구 생존의 심각성을 직접 보고 왔어요. 지구인으로서 지구 보호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앞으로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아름다운 지구 뒷면의 위기를 신발을 소재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킬리만자로로 가는 길. 나는 왜 이 고통의 길을 걷고 있는가?
- 여행가로서의 모습도 화가에게는 중요한 포인트 같다. 이 땅의 젊은이들은 현실적인 아픔으로 자신의 날개 크기가 얼마나 큰지도 모르고 사는 것 같다.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조언에 앞서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하고자 합니다. 저에게 예술이란 곧 삶이요, 삶은 곧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상호적입니다. 현실에서 오는 많은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원초적이고 광활한 대자연을 트레킹 하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치유를 얻으며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원동력을 얻습니다. 이러한 반복적 과정들이 저의 상징적 이미지인 신발과 어우러져 그림의 소재가 되고,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꿈은 부단한 노력과 자신과의 싸움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앞이 캄캄할 때 광활한 대자연에 나서서 심호흡을 해 보세요. 그리고 먼 곳을 향해 천천히 오래 걸어가 보세요. 하늘과 공기와 대지의 숨소리는 각자의 몸을 휘돌아 나와 무한한 영감의 세계와 도전의 용기를 줄 것입니다.
꼭 가보리라던 꿈을 이룬 곳. 산 넘어 망망대해 대서양을 보고 외친다.
- 공부하는 과정이 힘들었을텐데 많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그림 그리는 일 외에 예술경영학에도 관심이 많아 공부를 했습니다. 국내외 전시들을 기획하며 촘촘한 기획과 많은 작가들과 그 작품들에 대한 관계, 참여도 하며 국내외의 미술 시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견문을 넓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갤러리와의 협업으로 아트 딜러 일도 하고 있어요.
2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