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작가 열전 ⑭] 경계에서 피어난 비밀의 화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잊혀진 존재들이 주인공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감각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
- 최근작들에 AI로 생성한 인공 자연 이미지들을 첨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작가에게 AI로 생성한 자연과 실제 자연, 그리고 작가가 창조해 낸 새로운 자연은 서로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가? 또 이렇게 여러 형태의 자연이 중첩되면서 어떤 의미를 줄 것으로 생각하는지?
AI가 생성한 자연은 현실의 자연과는 다른, 또 다른 차원의 자연을 창조해 내는 방식입니다. 이들은 현실의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동시에 실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역설적이죠. 저는 이런 인공 자연과 실제 자연, 그리고 그사이에 존재하는 제가 창조해 낸 새로운 자연을 통해, 영원하지 않은 것과 영원한 것,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Eternal Nowhere, 2024, pigment and acrylic on Korean paper, 45x45cm
- 작품을 보면서 관객이 느낄 수 있는 ‘향기’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향일 것 같은가?
아마도 풀내음이 은은하게 퍼지는, 이른 새벽이나 저녁 무렵에 느낄 수 있는 자연의 고요한 향기일 것 같습니다. 조금은 이질적이면서도 편안한,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 아닐까 싶어요.
- 향후 작업에서 ‘자연’을 제외하고 다루고 싶은 주제나 이미지가 있다면? 혹은 지금의 작업 방식과 다른 형태의 작업을 할 계획이 있는가?
시간의 흔적이 묻어 있는 낡은 물건들, 오랜 시간 방치된 공간, 흙으로 투박하게 빚어져 모양이 완벽하지 않은 사물들, 벽지나 커튼을 빼곡하게 채운 자연의 패턴들은 제가 주기적으로 관심을 두고 눈에 띌 때마다 사진으로 기록하는 대상들입니다. 이 대상들의 공통점은 인공적인 사물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닮아 있거나 자연을 담고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Touching, 2020, Chinese ink and acrylic on Korean paper, 45x45cm
Flat land, 2023, pigment and acrylic on Korean paper, 193x260cm
- 평소 취미로 무엇을 하고, 작품 활동의 영감은 어디서 받는가? 또한 작품을 할 때 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저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면서 주변의 작은 것들에 집중하는 걸 좋아합니다. 특히 고요함이 가득한 밤에 집 근처를 걸을 때,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더 가까이에서, 혹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려고 합니다. 마치 반려견이 미세한 냄새나 촉감에 민감하게 반응하듯이요. 이런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제 작업에 중요한 영감이 됩니다.
- 자기 작품과 함께 전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지?
학부 시절 지도 교수님이셨던 김보희 작가님과 함께 전시할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실 벽을 가득 채운 작가님의 대형 작품들을 보았을 때 느꼈던 깊은 울림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김보희 작가님은 동양화 작가 중에서도 자연의 푸른 색감을 가장 깊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아리의 색을 모아' 전시 전경, 에브리아트, 류지민 작가 제공
- 만약 당장 내일 생을 달리하게 된다면, 오늘 어떤 공간을 그려내고 싶은가?
아마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동시에 매우 익숙한 느낌이 드는 공간을 그리고 싶을 것 같아요. 아침의 서늘함과 저녁의 따뜻함이 공존하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있는 그런 공간이요.
- 다음 추천 작가에 대한 소개와 데일리아트에 바라는 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추천하고 싶은 작가는 올리바입니다. 그의 작품은 감정의 섬세한 흐름을 잘 담아내고 있어요. 데일리아트가 홈페이지뿐 아니라 SNS를 통해서도 대중들에게 좋은 작가들을 편하게 소개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류지민 (1992~)
ryujimin9292@gmail.com
http://instagram.com/ryujimiiiiin
2020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전공 석사
2016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전공 학사
개인전
2023 <웃어 넘기고 싶은 마음>, 유영공간, 서울
2021 <메아리의 색을 모아>, 에브리아트, 서울
2019 <희석된 기록[Greyed out]>, 이화아트갤러리, 서울
단체전
2024 <불가분한: 현실과 환상>, 갤러리플레이리스트, 부산
2023 <Permeate the Fall>, 써포먼트 갤러리, 서울
2023 <Wabababa>, 히피한남 갤러리, 서울
2022 <Traces in the moment>, 플로어 서울, 서울
2022 <K-auction 프리미엄 경매>, 서울
2021<New Type>, 디아트플랜트 요갤러리, 서울
2019 <저런, 긍적적이시네요!>, 복합문화공간 행화탕, 서울
<제4회 뉴드로잉 프로젝트> , 장욱진 미술관, 양주
2018 <식별 불가능성에 대하여>, 도잉아트갤러리, 서울
<이카프>, 이화아트센터, 서울
<9개의 시선>, 분당서울대병원 갤러리, 분당
2017 <작은그림전>, 이화익갤러리, 서울
<정물 풍경전>, 산울림 아트 앤 크래프트 신진작가 초대전, 서울
2016 <기획전 ‘엄마의 일기’> ,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YCK 우수졸업작품전>, 아라아트센터, 서울
<21인의 컨템포러리 전>, 겸재정선미술관, 서울
2015 <ASYAAF>, 문화역 서울 284, 서울
수상 내역
2019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아카이브 등록 작가 선정
2019 제4회 뉴드로잉 프로젝트, 장욱진 미술관 우수상수상
작품 소장
양주장욱진시립미술관
(주)공항리무진
기업은행
메리츠 화재
기타
2023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작품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