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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의 끝없는 대화

복제는 예술을 모방할 수 있는가?

by 데일리아트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 상설전《세컨드 임팩트》 2부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작품은 진짜인가, 아니면 복제물인가? 눈앞에 있는 예술 작품이 원본인지 복제물인지 알 수 없다면, 그 의미는 어떻게 달라질까? 완벽하게 재현된 복제물과 독창적인 원본이 나란히 놓인 공간에서, 당신은 어느 순간 이 경계를 잊고 예술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 2025년 3월3일(월)까지 ‘원본과 복제’의 관계를 조명하는 소장품 상설전 《세컨드 임팩트》의 2부를 4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지난 4월 16일(화)부터 9월 22일(일)까지 1부가 개최됐다. 이번 2부는 일부 작품과 작품 별 복제물 또는 2차적 저작물이 추가 및 교체되어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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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규, '지모신', 1993, 테라코타, 90 × 79 × 32cm.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사진이 여러 논란을 거쳐 현재의 예술 장르로 자리 잡아 왔듯, 앞으로 3D 프린터와 생성형 AI로 제작된 예술 작품 또한 복잡한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미술관은 보다 진전된 논의를 위해 원본과 복제와의 관계성 그리고 이를 매개로 한 작품을 고찰할 수 있는 전시를 총 2부에 걸쳐 소개한다.

전시장에는 소장품과 그의 복제품, 그리고 2차적 저작물이 공존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2m 크기의 황토색 여인상이 눈에 띈다. 한애규(b.1953)작가의 테라코타 작업 <지모신>(1993)을 이미지화 한 복제 조형물이다. 조형물은 작품을 인식하는 전체적인 모양새와 황토색으로만 만들어져 있다. 전시는 조형물과 함께 설치된 거울에서 사진을 촬영한 이후, 자연스럽게 원본 작품을 만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원본 작품에서는 조형물보다 크기는 작지만 위엄 있는 자세, 표면의 질감, 물성 등 이미지와 촬영 대상으로만 삼았던 조형물엔 없는 작품의 의미와 깊이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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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석, '역사적 현재 004', 2010, 피그먼트 프린트, 각 130 × 163cm.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수원의 과거와 현재를 한 사진에 다룬 안성석(b.1985) 작가의 <역사적 현재 002>, <역사적 현재 004>(2010) 앞 모니터에는 같은 피사체를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과거와 현재의 자료 사진이 재생된다. 같은 사진과 유사한 맥락으로 구성된 결과물들이 어느 지점에서 예술과 자료로 구분될 수 있는지 관람객에게 질문한다.

대형 빗 두 개로 구성된 심영철(b.1957)의 <빗의 단계적 표상>(1983)은 빗에 담긴 여인의 정조 개념에 대한 작품이다. 사물이 의미를 담는 현상에 집중한 심영철의 나무 조각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3D프린터로 재제작된 복사본들과 함께 놓였다. 1:4 비율로 제작된 복사본들은 나무를 직접 갈고 채색하여 제작된 원본과는 다르게 기술적으로 완벽한 대칭과 균등한 간격을 보여주는 복사본이다. 전시는 두 원본과 복제본 사이에 형성된 차이점에서 원본과 복제에 대한 질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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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철, '빗의 단계적 표상', 1983, 나무(합판), 스테인물감, 93.5 × 15.5 × 122cm (×2).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세컨드 임팩트》 전시는 2부에서 교체된 작품과 기존의 1부 작품이 연결되어 관람객이 전시의 주제인 원본과 복제의 관계성을 더 잘 이해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전시는 1부보다 많은 작품과 복제본, 텍스트를 통해 원본과 복제 사이에서 촉발되는 질문을 연이어 관람객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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