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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읽는 또 하나의 코드 '제목'

by 데일리아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소장품 기획전《이름의 기술》
난해한 작품 명, 그 뒤에 숨겨진 창작의 의미와 관람자의 해석을 탐구하는 전시

이름은 단순한 표식일까, 아니면 작품의 또 다른 얼굴일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2025년 2월 23일(일)까지 소장품 기획전 《이름의 기술》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품의 제목’이라는 요소에 주목하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관객이 난해하다고 느낄 만한 제목들을 분류하여 제목의 효용성을 질문하고, 창작의 영역에서 제목을 조명하고자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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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기술》전시 포스터

전시 명 《이름의 기술》은 제목이 작품에 종속되어 박제된 표식이 아니라 시대와 문맥에 따라 유동하는 것으로 인식하고자 설정하였다. 또한 중의적 의미를 지닌 ‘기술’은 기록하고 서술한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이름을 창작하는 방식(art)을 나타낸다.

전시는 총 4장으로 구성되었다. 도입부인 ‘프롤로그 - 이름의 기술’에선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1,560점(2024. 8. 31. 기준) 가운데 무제, 기호, 문장형의 작품을 분류한 자료를 소개하고, 미술관이 작가 명과 작품 명을 어떻게 기술하는지 공유한다. 1장 ‘무제’에선 16점의 무제 작품을 통해 작품의 제목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무제’는 난해하거나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제목이지만, 관람자에게 전적으로 해석의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작품을 각양각색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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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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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기, 무제, 1986, 영상 설치; 단채널 영상, 컬러, 무음; 돌 21개, 모니터 3대, 207x51x46cm.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장 ‘기호’는 숫자, 알파벳, 수학 부호 등이 조합된 제목들로 구성되었다. 기호화된 제목도 암호화나 수식화로 인해 난해함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목은 관람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마지막 장 ‘문장 - 이것은 이름이 아니다’에서는 문장형, 서술형 제목의 작품 8점을 소개한다. 이런 형태의 제목은 1990년대 이후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발견되는데, 동시대미술에서는 글과 이미지가 혼용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서술형의 제목은 작품을 더욱 친절하게 묘사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불일치하거나 교란함으로써 작품의 특징을 더 강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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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b.vfd.46.178392 1.216070-01, 2011(2013년 인화), 종이에 디지털 크로모제닉프린트, 180x291.5cm.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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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나는 사라질 것이다, 2021, 스테인레스 스틸에 우레탄 페인트, LED조명, 400x204x5cm.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각 장(무제, 기호, 문장)을 연결함과 동시에 관람객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이번 전시의 가장 특징적인 공간은 '이름 게임'이다. 전시장 중앙에 조성된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는 이름을 변경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한 다음 게임의 절차를 따라가면서 새로운 이름을 생성할 수 있다. 생성된 이름은 작품 옆의 디지털 명제표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이름 게임'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이름 짓기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2층에 보이는 수장고에선 본 전시와 연계하여 유산 민경갑의 작품 <얼 95-2>도 감상할 수 있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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