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의 향연, 한·중 예술의 만남

by 데일리아트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특별전, 동아시아 회화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조망하며 미술사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2044_4999_301.jpg 전시 포스터


먹의 향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동아시아 예술의 전통과 혁신은 먹과 붓에서 출발하여 시대를 관통한다. 100년을 넘어 서로 다른 역사를 가진 두 나라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순간, 우리는 예술의 본질을 다시 묻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내년 2월 16일까지 중국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미술관이 소장한 대표 근현대 수묵채색화를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전시로, 양국의 예술적 교류와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동아시아 수묵채색화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올해 한국에서 먼저 개최되고, 내년엔 중국에서 순회 전시할 예정이다.

2044_5000_315.png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양국을 대표하는 수묵 예술 작품 및 현대 명작을 선별하여, 한국 편과 중국 편 각각 2부씩 총 4부로 구성되었다. 또한 전통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양국 수묵 예술의 독자적 발전 과정을 자연스럽게 조망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한국화 1부 '근대의 여명과 창신'

20세기 초반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작품을 소개한다. 이 시기 전통회화는 ‘서화’에서 ‘동양화’로 전환되며 근대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1950년대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입체주의와 비정형 추상 양식이 적용된 수묵채색화를 박래현, 장운상, 안동숙의 작품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더불어 1970년대 이후 한국적인 소재에 현대미술 양식을 적용하여 동양의 현대적 창신(創新)을 도모한 이응노의 <구성>(1973)을 비롯한 한국의 대표 수묵채색화들을 선보인다.

2044_5001_3229.png 전시 전경


한국화 2부 '경계를 넘어, 확장을 향해'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화의 변천사를 집중 조명한다. 1980년대 ‘한국화’라는 명칭이 정착하며 기법과 조형성을 혁신하려는 노력이 활발해졌다. 이는 석철주 <외곽지대>(1981), 김선두 <2호선>(1985) 등과 같은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화는 미술에서의 장르가 허물어지며 점차 기존 ‘한국화’의 규정, 재료와 소재, 형식과 장르 등 모든 면에서 다른 것들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유근택, 이진주와 같은 현대의 한국화 작가들은 재료와 기법을 넘나들며 수묵채색화의 새로운 장을 펼치고, 숨은 잠재력을 이끌어내며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2044_5002_3326.jpg 김선두,〈2호선〉, 1985, 종이에 먹, 색, 117×15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중국화 1부 '전통의 재발견'

중국 근대미술 100년의 역사를 대표하는 수묵예술 대작을 소개한다. 중국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중국 국가문물국 지정 1~3급 문물(文物)을 대거 출품하였는데, 1부에서는 1급 문물 5점을 비롯하여 2급 21점, 3급 6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중국 국가문물국 지정 문물은 희귀성, 역사성, 예술성을 기준으로 국가문물국에서 규정하고 관리하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다. 1급을 포함하여 총 32점의 문물이 전시된 것은 국내 어떤 미술관에서도 전례가 없었다.

중국 미술가들은 전통을 계승하며 현대적 해석을 더하고, 동서양 예술의 조화로운 융합을 통해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창조해냈다. 우창숴(吳昌碩)의〈구슬 빛(珠光)〉(1920), 쉬베이훙(徐悲鴻)의〈전마(戰馬)〉(1942), 치바이스(齊白石)의 〈연꽃과 원앙(荷花鴛鴦)〉(1955), 우쭤런(吳作人)의 〈고비사막 길(戈壁行)〉(1978) 등 자국 내에서도 쉽게 공개되지 않던 중국 수묵예술 거장들의 대작을 볼 수 있다.

2044_5003_3943.jpg 우창숴(吳昌碩,),〈구슬 빛(珠光)〉, 1920, 종이에 먹, 색, 139.6×69cm, 중국미술관 소장


2044_5004_4031.jpg 쉬베이훙(徐悲鴻),〈전마(戰馬)〉, 1942, 종이에 먹, 색, 110.5×61.3cm, 중국미술관 소장


중국화 2부 '다양성과 번영'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중국 예술가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혁신적인 기법을 더해 새로운 시대의 역동성과 찬란함을 그려냈다. 새로운 조형과 회화 기법을 중국화에 적용한 후밍저(胡明哲), 공필화 조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쑤바이쥔(蘇百鈞), 현대적인 수묵채색 작품의 대가 추이진(崔進) 등의 작품을 통해 중국 전통의 수묵 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맥락과 중국 예술의 확장과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2044_5005_4423.jpg 쑤바이쥔(蘇百鈞),〈가을 운치(秋韻)〉, 1993, 천에 색, 180×150cm, 중국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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