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은 11월 9일부터 내년 2월16일까지 홍지윤 초대전 "홍지윤 스타일 Hong Jiyoon Style"을 개최한다. 홍지윤 작가의 30여 년간의 작업들을 총망라한 전시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 된다.
홍지윤 작가는 홍익대 동양화과를 전공하고 동대학원 석사와 박사를 수료하였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매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먹부터 아크릴까지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미술의 장르도 회화부터 디지털드로잉, 미디어, 설치 미술까지 확장하는 작가의 작업은 우리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많은 기업들과 콜라보를 진행하기도하고 패션쇼까지 확장하며 상업미술까지 경계를 넘나들어 작가의 예술의 지평은 무한하다.
작가의 초기작에서는 대학원 지도 교수였던 송수남 교수의 흔적이 감지된다. 송수남은 1980년대 수묵화운동을 이끌었던 작가로 동양화의 정체성은 수묵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라 홍지윤의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작품들은 지금의 화려한 색채와는 사뭇 다르다. 먹에 집중하여 채색을 배제하고 먹의 발묵과 파묵에 집중했다. 그럼에도 재료에 있어 흰 돌가루를 함께 사용하여 질감을 표현하는 등의 실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초기작이 전시되어있는 바로 옆방에는 작가의 주요 모티브인 '색동 새'가 본격 등장한다. 그동안 수묵으로도 보여주었던 새는 색깔을 입고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한다. <애창곡>은 회화와 설치의 복합적 작품이다. 작가는 화선지 위에 오방색과 형광색의 아크릴 물감으로 선을 긋고 색동 꽃을 그려 공간을 구성하고 그 사이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랫말을 채워넣었다. 사랑에 대한 가사이다. 이와 함께 색동 새가 날아다니는 영상을 배경으로 스탠드 마이크를 설치하고 그 위에 악보처럼 애창곡 가사가 쓰인 화첩을 펼쳐두었다.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통회화의 시서화 삼절의 전통을 따라 가요를 서예로 적고 꽃을 그리면서 본인만의 스타일로 구현했다. <애창곡>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전통의 혁신과 현대화를 모색한 포스트모던적 작품으로 설명된다. 이처럼 작가는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내지만 동양화가로서 늘 전통적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2층에 전시된 <접시꽃 들판에 서서>는 시서화의 전통을 잇고 있는 작품이다. <접시꽃 들판에 서서>는 통일신라시대 최치원의 시 「촉규화(접시꽃)」를 모티브로 강렬한 색감의 접시꽃 군락, 그리고 최치원의 시와 그에게 바치는 작가의 자작시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렸음에도 인장을 찍고 시를 짓고 글을 남겨 전통회화의 형식을 따랐다. 홍지윤은 시와 글씨가 기반이 되는 수묵화를 탐구하며 동양의 전통적 정서를 재해석 하는 작업을 꾸준히 보여준다.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는 작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상 작업이다. <음유, 낭만, 환상-원효로 청파동>은 작가가 청파동 작업실에서 생활하며 지은 시와 그림을 흰색의 한지 첩 위에 영상을 투사한 작품이다. 선명한 원색과 형광 색상을 과감하게 사용하여 기존의 규범을 넘으면서도 동양화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 이 시기부터 홍지윤 작가의 작업의 특성이 본격 드러난다. 그러한 작가의 작업적 특성은 지하 1층의 <분홍인생>으로 확장된다.
<달콤 쌉사름한 초콜릿>과 <스왕크>라는 두 공간으로 이루어진 <분홍인생>은 작가의 취향과 애호를 총망라 해 놓은 듯하다.
작가가 좋아하는 멕시코의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 영감을 얻어 문학적 모티브를 활용했다. 작품에는 회화, 설치, 텍스타일 등을 보여준다. 더불어 어머니가 운영하신 의상실 ‘스왕크(swank)’에서 보낸 어린날의 추억과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여러 오브제를 통해 지하 1층 전시장을 꽉 채운다. <분홍인생>은 어머니에게 바치는 공간이며 작가의 인생과 작업을 돌아볼 수 있는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가 그를 가장 잘 보여 준다. 전시장에 걸린 여러 옷들은 작가에게는 자신의 삶이며 어머니와의 추억을 소환하는 장소이다. 어릴적 어머니가 작가에게 지어준 옷과 작가의 커머셜 제품, 패션쇼에 선보였던 옷, 영상작업에 무용수가 입었던 한복까지 걸려있는 컨베이어벨트는 작가 전반의 삶과 작업을 상기시킨다.
지하 1층 안쪽 방에는 컨베이어 벨트에 걸려있는 군복으로된 한복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어진 바다-화려한 경계>는 백령도에서 이루어진 설치, 퍼포먼스, 영상이 결합된 작업으로 백령도에서 장구 무용수가 앞서 언급한 군복으로 만든 한복을 입고 춤을 추고 있다. 장구 퍼포먼스와 작가의 서체와 드로잉이 교차한다. 전통과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미디어 작업이다. 이밖에도 미디어 파사드 영상작업도 전시장에서 볼 수 있어 공공미술까지 확장하는 작가의 폭넓은 스펙트럼에 놀랍기까지 하다.
마지막으로 1층에서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하는 <별, 꽃, 아이>를 볼 수 있다. 아이패드를 사용한 드로잉에서 시작해 다시 회화로 옮겨진 작업 전반을 보여준다. 이는 회화의 경계를 허물고 매체에 제약을 두지 않는 작가만의 스타일을 다시금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렇듯 작가의 작업은 화려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이 든다. 오방색의 원색과 형광색조까지 사용한 작품들은 어쩌면 동양화에서 기대하는 수묵의 소담한 느낌을 충족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현대미술의 미학과 동양화단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홍지윤 스타일’을 보여준다. 순수예술의 영역을 넘어 패션, 기업과의 아트컬래버레이션, 퍼포먼스, 공공미술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탈장르의 포스트모던적 작업을 선보인 홍지윤의 작업은 다채롭고 에너지가 넘친다. 금호미술관 초대전을 통해 ‘홍지윤 스타일’을 통해 홍지윤의 스타일이 무엇인지 느껴보길 바란다
2024 금호미술관 초대전
홍지윤 스타일
2024.11.29.-2025.02.27
º 관람 시간
화-일(매주 월요일 휴관)
10:00-18:00(17:30분 입장 마감)
º 관람료
성인: 7,000원
학생: 6,000원(중학생~대학원생)
우대: 5,000원(만 65세 이상/어린이/장애인 및 동반 보호자 1인/소방관, 경찰 공무원, 국가유공자,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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