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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Dec 17. 2024

투안 앤드류 응유엔(Tuan Andrew Nguyen)

대통령 탄핵으로 시끄러웠던 12월 6일 오후, 투안 앤드류 응유엔(Tuan Andrew Nguyen)을 만나러 가는 길은 국회의사당 앞을 통과해야 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앞을 가득 메웠다. 극심한 혼란. 사실 이 혼란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생경한 일은 아니다. 역사의 격랑기마다 늘 어수선했다. 잠시 그것을 잊고 살았을 뿐이다. 저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는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으로 세계가 환호하고 있는데... 역사에서 세계인들은 한국의 대통령 이름은 기억 못해도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은 기억할 것이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광주의 5.18 항쟁을 다룬 「소년이 온다」 등등.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은 역사의 비극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우리가 그 아픔을 어떻게 기억하고 치유해야 하는가에 대한 탐구를 소설에서 많이 다뤘다. 각국에서 일어나는 개별적 사건은 다르더라도 역사의 비극을 다룬 작품들은 세계인 모두가 공감한다. 이념과 전제적 폭압에 의해 찢겨진 아픔이 없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응유옌의 조국 베트남도 우리와 같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950년에 일어난 6.25 전쟁은 220만 명이 죽고 250만 명의 사람들이 장애를 입었다. 당시 남북한 전체 인구 2,500만 명중 5분의 1이 죽거나 다친 너무도 아픈 상처다. 베트남은 14년간 지속된 전쟁으로 군인 110만 명, 민간인 220만 명이 죽었다. 장애를 입은 사람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지금도 전쟁의 상처는 그대로 베트남 전역에 퍼져있다.



상처가 있으면 상처에 의한 트라우마가 생긴다. 개인의 트라우마는 병원에서 치료하면 어느 정도 치유가 가능하다. 그러면 나라가 겪은 상처와 후유증은 수 대에 이르러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우리나라의 혼란을 캐내면 결국 70년 전에 일어난 6.25에 맞닿는다. 철 지난 이념이 계속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10년이 넘은 시점에 발발한 베트남 전쟁은 어떨까? 1,500만 톤의 포탄이 베트남 전역에 투하되었다. 이들은 아직도 전쟁의 트라우마에 고통당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와 베트남은 너무도 유사한 면이 많다. 고통의 형제, 동병상린이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오늘 만남의 주인공 투안 엔드류 응유옌(Tuan Andrew Nguyen은 그런 면에서 너무도 의미가 깊은 작가이다.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투안 앤드류 응우옌


베트남계 미국인 예술가 투안 앤드류 응우옌은 1976년 베트남에서 출생하여 1979년 난민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베트남전이 어떤 전쟁이었고 그로 인해 발생한 트라우마로 베트남인들이 고통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호치민에서 거주하며 자신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쳐가고 있다. 그는 움직이는 이미지와 조각을 결합한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역사, 집단 기억 등의 어려운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세계의 미술계는 응우옌의 작품이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인 헌신에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 너무 괴로워 알고 싶지 않고 외면하고 싶은 역사를 그는 왜 이토록 처절하게 소환하는 것일까?


그의 영상 작품 「묻히지 않은 소리"(2022,The Unburied Sounds of a Troubled Horizon」를 감상하고, 관객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었다.

영화 포스터
영화에는 응우옌의 작품이 등장한다


외면하고 싶은 역사적인 일인데 영화를 통해 잊고 있었던 아픈 역사를 환기할 수 있었다.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게 되어 잠시라도 사람다운 격을 높이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과 베트남은 과거의 아픈 역사로 볼 때 비슷한 면이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것들은 잊혀진다. 그것이 세상 이치이다. 나는 잊혀져 가는 사람들을 기억해 주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직면하는 것은 아프겠지만 치유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이다. 나는 개인이 겪은 경험들의 이야기들이 사회 구성원간에 유지되어야 할 가치에 도움이 되는 스토리텔링에 주목했다. 그 이야기들은 개인의 한계를 초월해서 역사가 된다. 피를 나눈 한 형제가 남군과 북군에 함께 출군하기도 했다. 그런 아픈 이야기,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이야기들은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억해주어야 한다.


한국은 '한'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같은 동양권이고 참혹한 전쟁을 겪은 베트남도 우리와 같은 이런 정서가 있는지 모르겠다. 베트남에는 이런 것이 없나?


나는 1976년 베트남에서 태어나 1979년 미국으로 난민으로 가서 살다가 어느날 '베트남전쟁'을 알고 심한 충격을 받았다. 전쟁과 전쟁으로 인한 상처에 관심을 갖게 되어 베트남에 가서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 더 소상하게 알게 되었다. '한'이라는 복잡한 정서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슬픔'이라는 말로 환언한다면 우리에게도 그런 슬픔의 역사가 있고 아직도 그 어두움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나는 그 슬픔을 누가 어떻게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 배우를 쓰지 않았다. 배우는 여 주인공 한명 뿐이다. 실제로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인물이 대거 등장한다. 그래서 그들 모두가 현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를 만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말로 이야기하도록 해서 영화를 제작했다. 그랬더니 거대한 하나의 스토리가 되었다. 베트남전에 터진 포탄이 1,2차 세계대전에서 터진 포탄보다 더 많다. 전쟁 당시에 죽은 사람도 많지만 이 불발탄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아직도 이 휴유증이 베트남 사회를 억누르고 있다. 베트남에서 NGO들이 많이 활동을 하는데 아직도 이런 상처를 해결하지 못한다.영화에서 등장하는 '꽝찌'라는 곳은 자연이 참 아름다운 곳인데 이곳에 엄청나게 많은 포탄이 쏟아졌다. 불발탄이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다. 그만큼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픔이 진행되고 있다.

전쟁으로 팔을 잃은 베트남 사람, 영화에는 직접 피해입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더 슬픈 것은 그 많은 꽝찌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서 불발탄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불발탄의 탄피를 깎아 삽으로 쓰거나 고철을 팔아서 생계를 이어 간다. 어떤 사람은 그 포탄 탄피에 화분으로 사용해서 꽃을 심는다. 아직도 그곳에서는 30분마다 불발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라에서 폭발물 해체하는 것을 가르쳐준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런 기막힌 현실과 상처에 나는 주목했다.

포탄으로 만든 종은 사람을 치유하는 소리의 매개체이다.


영화에서 소리(sound)가 많이 등장한다. 그 소리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 해 달라


무기로 쓰였던 불발탄에 소리를 입혀서 힐링을 주고자 했다. 아픔에 정면으로 맞서는 방법이다. 포탄으로 종을 만들고 그 포탄 종에 소리를 내어 상처를 치유하는 기저로 활용했다. 가장 사람에게 치유를 주는 종소리가 과학적으로 432헤르츠이다. 치유하는 주파수이다. 예술에서 소리라는 것은 미디어아트에서 알게 되듯이 주류의 오브제가 아니다. 그러나 소리는 사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어서 그것을 많이 활용했다.


작가가 전쟁은 겪지 않았지만 그것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작가의 DNA 안에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트라우마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 한다. 작가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기억이 이어져 내려온다고 본다. 나는 영화의 힘이 우리가 구획을 나누면서 나와 남, 나와 타자, 적과 우군이라는 모든 벽들을 허문다고 생각한다. 길게 보면 인생은 우군도 없고 적군도 없다. 모두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사운드로 하나가 되어 용해가 되고, 한가지의 작품이 사운들를 통해 넌 휴먼과 휴먼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


사람과 사람이 더 이상 닿을 수 없을 때 물건이 등장한다. 물건을 매개로 하여 소통하는 것이다. 물건은 중요하여, 삶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언어라는 것도 아주 중요한 매개이다. 언어는 소통의 수단인데 소리가 언어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소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치유하는 아주 중요한 오브제이다.


영화를 보면서 한 장면, 큰 박스에서 부로슈어가 등장한다. 베트남에서 활동했던 작가 '칼더'와 작가의 작품과는 어떤 면에서 공존할 수 있는지? 당신은 칼더의 작품에서 어떤 영향을 받은 것인지 궁금하다. 작품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칼더에 의해 상징을 넣었다. 칼더는 베트남전에서 반전을 주장한 예술가이다, 뉴욕타임즈에 전면광고를 실어 반전운동을 펼쳤다. 국제적으로 활동을 많이했다. 그는 베트남 전쟁이 끝난 1976년에 죽었다. 칼더가 죽고 49일 후에 작품속에서 주인공으로 환생하는 장치를 영화에 넣었다, 칼더가 그토록 평화가 오기를 바랐던 베트남에서 고철을 수집하는 여주인공으로 환생한다는 설정이다, 그가 그렇게 원했던 베트남의 평화. 칼더가 평화로운 땅에서 여주인공과 같이 포탄의 고철을 팔고, 고철은 예술이 되는 지극히 이상적인 방향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포탄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물질인데 그것을 이용해서 평화를 상징하는 예술작품으로 환원되는 것. 그래서 이 영화에는 두 개의 환생이 공존한다. 지극히 작가적인 상상력으로 영화를 구성했다. 동양적 환생이라는 상상력을 작품에 이입한 것이다. 결국 해피엔딩이다.


투안 엔드류 응유옌을 작품을 기획한 갤러리 퀸이 프리즈서울 2024에서 프리즈 스탠드 프라이즈를 수상했다.


프리즈 서울2024년 Frieze Stand Prize(프리즈 스탠드 프라이즈)  수상

갤러리퀸(Galerie Quynh Contemporary Art)은 호치민 시에 기반을 둔 컨템포러리아트 갤러리로, 프리즈 서울2024년 Frieze Stand Prize(프리즈 스탠드 프라이즈) 상을 수상하였다. 투안 안드류 응웬의 솔로 전시로, 모빌 작품 다섯 점만을 소개하였습니다.   이 모빌 작품은, 영상 “ The Unburied Sounds of a Troubled Horizon “과 연계하여 제작된 오브젝트들로서, 필름 속에 등장하는베트남전쟁 당시 접경지대인 꽝찌에서 회수한 불발탄의 파편들을 가지고 종의 형태로 윤회하였습니다. 작가의 영상작업과 같이, 각 모빌작품은 치유의 주파수로 맞추어져 있습니다.   


Gallery Quynh, Frieze Seoul 2024
Gallery Quynh, Frieze Seoul 2024


투안 앤드류 응유엔(Tuan Andrew Nguyen)과의 대화 < 미술일반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출처 : 데일리아트 Daily Art(https://www.d-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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