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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3. 2024

안도타다오의 '나오시마' ② 지중미술관, 이우환미술관

창간기획, 해외미술관을 가다 3)

나오시마 프로젝트 (2) 지중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빛으로 빛나는 예술 지중미술관(2004)


 티켓센터에서 미술관 입구까지 “지추의 정원”이 이어진다. 모네가 사랑한 화초와 수목, 늪의 수면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표정을 바꾼다. 모네가 그리고자 했던 풍경이 그대로 재현되는가.  지중미술관은 입구부터 감상 체험이 시작된다.


이 미술관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장소”라는 컨셉으로 2004년 설립되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훼손되지 않도록 건물의 대부분이 지하에 매설되어 있다. 클로드 모네, 윌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축에 영구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지하이면서도 자연광이 내리쏟아진다. 가장 큰 매력은 하루 내내, 그리고 사계절 내내 작품이나 공간의 표정이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한다. 안도 타다오는 자연환경과 어울리면서 동시에 전망을 가리지 않는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지면 위로 보이는 외관을 최소화하여 디자인하고, 지면 아래로 구조체를 구축하였다.  지하에 위치한 미술관이기에 천장과 비어 있는 공간을 이용하여 빛을 유입시킨다. 지하에 미술품 전시관이 있으나 교묘한 각도로 3층 높이 천장에서 일광이 사방으로 흘러내리도록 하였다. 빛은 시간, 각도, 강도에 따라  비춰지고 빛이 이동하면서 공간에 변화를 만든다.


여기 전시된 작품들도 모두 빛과 관련된다. 클로드 모네 <수련> 연작 5점은 지베르니 정원에서 변화하는 빛을 캔버스에 담고 싶어했던 인상주의  작품이다. 모네가 그림 그릴 당시 조명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 전시작도 자연 채광 아래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베네세하우스에 숙박하는 고객들은 저녁에 이 작품은 감상할 수 없다.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 <Time, Timeless, No time>은 직경 2.2m의 구체와 금박을 입힌 27개의 목제 조각을 배치했다. 마치 신전처럼 보인다. 공간의 입구가 동쪽이어서 일출과 일몰 사이의 작품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임스 터렐은 빛, 그 자체를 예술로 제시하는 작가로 <Afrum, Pale Blue>, <Open Field>, <Open Sky> 세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터렐은 빛을 명확히 체험할 수 있도록 형태와 크기를 맞췄다. 


무한문을 통과하면 만나는 이우환미술관(2010)


이우환 미술관은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 위에 있다.  작품과 안도 타다오 건축이 서로 어울려 조용히 사색하게 한다.  이우환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1961년에 니혼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획기적 미술운동인 '모노파'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모노파 운동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물질, 즉 '모노'를 직접적인 예술 언어로 활용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파리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등 권위 있는 국제전에 참여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점과 선의 대가'로 불리는 이우환은 “삼라만상이 점에서 시작하여 스러져 가는” 존재로부터 비존재로의 변화 혹은 이동을 보여준다. 점에서 선의 반복은 행위의 반복으로 이어져 시간성과 무한을 말하며, 3차원 공간에서 상호작용에 의해 세계와의 ‘만남’을 성립하게 한다.  점, 선, 조응, 대화, 바람 시리즈는 그의 대표작이다. 이우환 작품만을 소개한 전시공간은 세 곳으로 우리나라 부산, 일본 나오시마, 그리고 프랑스 남부 아를이다. 아를에는 안도 타다오가 고대 건축물인 베르농 호텔을 보수해서 만들었다.


나오시마 이우환미술관은 건물 입구부터 관람객을  압도한다. 입구에서 몇 개의 계단을 내려가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점.선.면> 설치 작품이다. 높다랗게 솟은 시멘트 기둥과 바닥에 놓여 진 철판, 그리고 돌이 삼각형을 이루며 서로 마주하고 있다. 그 뒤편으로 3단의 담장이 보이고 담장 안을 미로처럼 걸어 들어가면 미술관 내부가 나온다. 높은 노출 콘크리트 담장 안을 걸으면 약간의 긴장하면서 뒷면에 무엇이 나올지  상상하게 만든다.  안도 타다오 건축 미학이 돋보인다.  미술관 내부로 들어서며 입장하기 전 통로에 <관계항-표시> 2008 테라코타 한점이 벽면에 걸려져 있다. 조응의 광장 <관계항-신호> 2010, 만남의 방<점에서> 1980 외 6점, 작은방 <대화> 2013, 침묵의 방 <관계항-침묵>2010, 그림자 방 <관계항-돌의 그림자> 2010, 명상의 방<대화>2010 으로 이어진다. 건물 외부로 나오면 바닷가로 이어지는 나지막한 언덕에 <관계항- 휴식 또는 거인의 지팡이> 2013 가 자연석에 철봉이 걸쳐진 모습으로 놓여있다. 이곳에서 바다를 향해 정면에 보이는 작품이 <무한문> 2019 이다.  무한문은 무지개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설치물로 맨 처음 작업은 2014년 베르사유 궁궐에서였다. 미술관 아래 언덕을 사이에 두고 계곡 끝자락에 세토 내해를 마주하고 있다. <무한문>의 아치를 통과하는 것은 다른 하나의 세계로 들어가는 행위를 상징한다. 문을 통과해 새로운 길을 걷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이다. 이 무한문을 통과하는 행위로 인해 외부 정원과 박물관 내부, 외부의 구별은 모호해지고 말았다. 세계 자체가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듯이 미술관의 안이기도 하고 밖이기도 하게 된 것이다. 이번 함께한 답사 일행은 <무한문>이 바라다 보이는 언덕에 앉거나 누워서 자신의 세계에 빠져들며 각자 무한의 세계에 젖어 들었다. 이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예술적 만남이었다. 일반적으로 관람객들이 그곳에 앉으면 먼 바다 저편을 바라보며 일어날 줄을 모른다 한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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