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반짝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햇빛 속에서 스쳐가는 알루미늄 캔, 빛과 그림자가 춤추는 손바닥 위의 순간. 이 반짝임은 우리 일상 속에서 지나치기 쉽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순간, 당신의 세계는 전혀 다른 빛깔을 띨 것이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내년 8월 17일까지 유휴공간 전시 《멀리서 손바닥으로, 반짝》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버려지거나 방치된 물건들에 담긴 생명력과 감각을 다시 바라보는 여운혜 작가의 신작들을 선보인다. 알루미늄 캔, 아스팔트 같은 흔히 보이는 물질들이 손길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며, 우리 주변의 존재들과의 연결에 대해 사유하도록 이끈다.
전시는 ‘반짝이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안한다. 이 반짝임은 단순히 빛나는 물리적 속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반과 짝의 관계, 인간과 비인간의 연결, 멀리서 손바닥 위까지 이어지는 존재들의 여정을 포함한다. 제목에 담긴 ‘반짝’이라는 단어는 이러한 포괄적 의미를 함축하며, 우리의 주위를 둘러싼 존재들을 다시금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여운혜 작가는 2019년부터 5년간 수집해 온 알루미늄 캔을 주요 소재로 삼아, 일상에서 쉽게 간과되는 물건들이 품고 있는 생명력을 작업에 담았다. 그녀는 인간이 정한 목적을 잃고 버려진 사물들에 애정을 쏟아 이들을 ‘물건’에서 ‘사물’로 재탄생시키며,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녀의 작업은 윤동주의 시구처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태도를 통해 사물들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관람객에게도 자신만의 반짝임을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운혜 작가의 에세이집 『혼자 한 사랑』과 연계된 작업을 통해 ‘지금의 실천’이라는 메시지가 강조된다. 특히, 전시의 주요 퍼포먼스 프로그램 <러브-레터(L-OVE LE-TTE-R)>는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로,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총 4회에 걸쳐 진행된다. 따뜻한 캔음료를 함께 마시고 음료의 캔 고리를 연결해 하나의 대형 작품을 완성하는 이 퍼포먼스는 관객들과의 소통을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확장한다. 점차 완성되어 가는 작품의 모습을 여러 차례에 걸쳐 확인하는 것도 전시 관람의 특별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멀리서 손바닥으로, 반짝》은 단순히 미적 경험을 넘어, 사라질 것들에 대한 애정과 연결을 일깨운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11점의 작품들은 물질적 존재들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손길과 애정을 담아내며, 관람객들에게 “모든 스치는 것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태도를 제안한다. 이번 전시는 겨울에서 봄, 여름으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또 다른 반짝임을 발견할 여정을 제공할 것이다.
멀리서 손바닥으로 반짝, 다시 발견하는 세상의 빛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