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며 서로를 보듬어야 할 시기이다. 그러나 올해 12월 3일, 일상은 무너졌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는 대신 거대한 망치를 내리쳤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매서운 바람을 뚫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회 앞에서, 광화문 앞에서 외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니체는 말했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괴물이 되지 않기로 선택했다. 대신, 꺼지지 않는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섰다. 그 촛불은 뜨거운 희망이자 영원히 타오를 연대의 불빛이다.
각자의 염원이 담긴 형형색색의 빛들이 모여 거대한 광휘의 바다를 이루었다. 눈부신 바다 위에서 사람들은 분노를 뛰어 넘어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시대를 초월해 울려 퍼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과 '다시 만난 세계'. 두 곡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를 대표하지만, 저항과 연대, 희망이라는 보편적 메시지를 통해 연결되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 - 피로 쓴 기억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대표적 민중가요이자 추모곡이다. 이 곡은 당시 광주의 노동운동을 이끌어가던 들불야학의 창립 멤버인 박기순과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 진압 도중에 숨진 윤상원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다.
1982년 소설가 황석영이 사회운동가 백기완의 장시 「묏비나리」를 활용해 가사를 썼고, 대학가요제에서 수상했던 김종률이 곡을 지었다. 노래극 <넋풀이>에서 고인이 된 두 남녀가 산 자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노래로 쓰이기도 했다. 노래는 4/4박자의 단조 행진곡으로 대중적인 멜로디로 되어 있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음계는 비장함과 결의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한 번 들으면 쉽게 기억되어 대중적이고 저항적인 성격을 동시에 띤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님을 위한 행진곡' 가사)
이 노래는 1980년의 아픔을 현재로 소환한다. 그들이 흘린 피는 오늘날 우리가 평화롭게 촛불을 들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소설가 한강은 묻는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앞서 나섰던 5월의 영령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대답한다.
다시 만난 세계 - 그렇다. 죽은 자는 산 자를 구할 수 있다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또 다른 곡. 2007년에 발표된 '다시 만난 세계'는 새로운 세대의 연대를 상징한다. 작곡은 KENZIE, 작사는 김정배가 맡았다. 경쾌한 비트와 웅장한 멜로디는 단순한 즐거움 이상의 감정을 담아낸다. 소녀시대의 데뷔곡으로 발표된 이 곡은 아이돌 노래를 넘어, 시대의 아픔과 희망을 담아낸 저항의 노래가 되었다.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눈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다시 만난 세계" 중)
마치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대답으로 느껴지는 이 구절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받아들이되, 포기하지 않고 함께 나아가겠다는 결의로 가득 차 있다. 이 노래는 2016년 이화여대 시위와 국정 농단 사태를 규탄하는 광화문 촛불집회에서도 불렸다. 10대의 순수한 열정과 꿈을 노래했지만,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에 놀라울 정도로 적절하다.
오늘날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이 노래들은 과거의 투쟁과 현재의 연대를 잇는 다리이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선언이다. 찬란한 빛의 바다와 함께 울려 퍼지며 그들과 같은 괴물이 되지 않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12월 추위 속에서도 국민들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연대의 힘을 키워가고 있다.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차갑지만, 꺼지지 않는 빛과 노래, 서로를 믿는 힘으로 이 세계를 바꾸어 나갈 것이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저항하는 예술 ⑫] 역사의 외침에서 미래의 약속까지, 광장에서 울린 두 노래 < 미술일반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