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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Dec 31. 2024

[일상의 리흘라] 2024년 한 해, 참 잘 살았다

2024년 마지막 날에 섰습니다. 2024년. 어떤 날들의 흔적으로 남아있습니까? 지나온 한 해의 날들은 그저 배 지나간 물결의 흔들림 정도일 수 도 있으나 그 파문이 현재를 규정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뒤돌아보고 복기해 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2024년 한 해는 커다란 이벤트들이 많이 펼쳐졌던 전환점의 해였습니다. 매일매일이 신비이고 환희일 수 있으나, 나이 60 환갑을 맞아 35년 직장생활도 정년퇴직으로 끝냈습니다. 큰 딸아이가 새로운 가정을 꾸려 출가를 했고 막내 녀석은 시카고 어학연수를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살면서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중요한 통과의례들이 올해에 집중적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누구에게는 일어나지도, 해당되지도 않을 현상일 수 있습니다만 저에게는 큰 의미로 남은 이벤트들입니다. 정년퇴직처럼 이미 예정되어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장성한 자녀들의 문제처럼 부모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잘 치러지고 무사히 강을 건너와, 이렇게 지난날들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참 잘 살았다."

칼럼니스트 이동욱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며 갖는 미소입니다. 인생 60년 동안 올해가 화양연화의 시간이었음에 새삼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 세상사 모든 일이 다 때가 있습니다. 결 맞아 톱니바퀴 물리듯 스르르 돌아가는 삶을 누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제 삶의 톱니들은 그나마 크게 어긋나지 않고 맞물려 돌아갔기에 오늘 이렇게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미소 지을 수 있습니다. 이런 날이 있기까지 곁에서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고마움과 감사를 전합니다.


개인적인 행복이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절망과 좌절로 바뀌는 진풍경과 마주합니다. 비상계엄이라는 개소리를 하는 지도자와 이를 옹호하는 잔당들을 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수치심에 어쩔 줄 몰라합니다. 연말에 충격적인 항공기 사고소식에 망연자실해합니다. 온 나라가 애도의 슬픔에 잠겼습니다.


올 한 해를 차분히 정리하고 새롭게 맞을 내년의 부푼 계획을 세우느라 가슴 떨려야 할 시기에, 슬픔이 가슴을 채우고 있습니다. 지도자 한 명 잘못 뽑아도 나라가 망할 수 있음을 목도하는 것 같아 머리털이 쭈뼛서는 공포가 지배합니다. 어떻게 일구고 지켜낸 나라인데 깜냥도 안 되는 인간들이 말아먹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용어인 '처단'으로 맞서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단테는 신곡에서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의 위기에 중립을 지키는 자를 위해 준비되어 있다"라고 했습니다. 기계적 균형 뒤에 숨는 것은 회피일 뿐입니다. 나서지 않고 과실만 따먹겠다는 이기심의 발로입니다. 기득권을 잃지 않겠다는 욕심일 뿐입니다. 노욕의 추악한 버팀과 괴변을 통해 그들의 발가벗겨진 실상을 봅니다. 창피해 얼굴을 못 들 지경입니다.


창피한 것이 국민들의 몫이 된 2024년. 오늘로써 저질의 정치판은 잊어버리고 다시는 회귀되지 않도록 봉인을 해놓고 싶습니다. 내년에도 개싸움이 계속되겠지만 어떻게든 이겨내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한강 작가가 고뇌했던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의 질문에 답을 찾았듯이 우리는 바른 길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 어깨 걸고 묵묵히 걸어가면 됩니다. 오래전에 끝낸 일인 줄 알았는데 내년에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해야 세상이 바로 설 수 있는 길이기에 다시 나서야 합니다. 우리가 자초한 일이니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합니다. 끝낼 수 있습니다.


정치사회적으로는 지옥을 동시에 경험하는 아주 특이한 2024년입니다. 개개인적으로는 이 어려운 시국을 모두들 잘 버텨내셨습니다. 어깨 다독이며 격려하고 내년을 준비하는데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잘했다, 수고했다, 고생했다, 내년에 더 힘을 내보자 해야 할 덕담들이 사라진 2024년의 마지막 날이지만 그래도 그대들이 있어 이나마 추위를 버틸 수 있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보다 좋은 내일이 반드시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그대의 가슴을 안아 봅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내일이면 2025년의 새로운 해가 뜰 겁니다.


[일상의 리흘라] 2024년 한 해, 참 잘 살았다 < 일상의 리흘라 < 칼럼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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