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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작가 열전] 해체와 조립으로-이동구 작가

by 데일리아트

현재 빛나는 젊은 아티스트들에 대해 주목해보자
다수의 전시들을 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동구 작가

2228_5597_4020.jpg 'Puer Aeternus', 2023, Acrylic on canvas, 193.9cm*130.3cm


이동구 작가는 대상을 해체하거나 왜곡시키는 방식으로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작가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동시대의 모습들은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고 상상력을 펼쳐나가게 만든다. 그가 재현한 세상들은 각기 다른 생각과 감정을 주며 작품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작가의 최근 개인전으로는 2022년 《잿빛에서 은빛으로》(YTN,서울),《우화羽化》(이색스페이스), 2023년《Old Man Peter Pan》(PFS갤러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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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작업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초창기부터 계속 해오고 있는 입체주의적인 조형 방식인 것 같다. 인체나 사물을 분할시키고 화면을 재조립한 형태는 작업을 할 때 어떻게 작품의 대상을 바라보는지 궁금하게 한다. 작업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시작은 해체&재결합에서 오는 직관적 흥미에 초점을 둔 시각이었습니다만, 표현하고자하는 내용이 점차 인간사회 중심으로 확장되면서 현재는 기존의 형태를 왜곡, 과장하는 방식에 좀 더 집중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표현하고자하는 내용에 맞는 형태나 화면구성을 아이디어 스케치로 만든 이후, 해당 작업에서 좀 더 왜곡시키고 재미를 부여할 포인트를 임의로 설정합니다. 그 뒤 본 작업 내에서 밀도를 집중시키거나 해당 부위를 좀 더 과장시키는 방식으로 제작합니다.


- 최근 원시주의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 시리즈들은 낮은 채도의 컬러들로 표현되고 마치 아메리카 인디언을 연상시키는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나? 작년에 PFS 갤러리에서 연 ≪Old Man Peter≫에서 시리즈들을 선보이면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것으로 안다. 현대인들의 내면을 위안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것인가?


첫째로 저는 원시주의 분위기를 의도한 적이 없습니다만 많은 관객 분들께서 그렇게 봐주시더군요. 그 점이 사실 처음 작품을 공개했을 때 가장 놀란 점이었습니다. 따라서 해당 요소들이 지닌 의미는 원시주의에 초점이 맞춰져있지는 않습니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간들의 형태는 대부분 아랫배가 나오고 다리가 가늘거나 거북목이 있는 등 '보통 사람들의 체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그들은 절대다수의 대중을 의미합니다. 저는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 인간들이 지니는 의식과 행동양식을 탐구, 그에 따른 사회문제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방식의 작업을 합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절대 다수의 대중을 의미하는 인간의 형태들로 작품을 제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위안하고는 거리가 좀 멀죠.

2228_5598_4210.jpg '사자춤', 2023, Acrylic on canvas, 130.3cm*162.2cm


2228_5600_473.png '노른자 위로', 2023, mixed media on canvas, 162.2cm*130.3cm


- 최근 작품의 제목이 상당히 재미있다. 심리학 용어에서 차용된 피터팬 증후군을 의미하는 <Puer Aeternus>(2023), 탈춤놀이에서 사자를 연상시키는 <사자춤>(2023), 여러 명의 인간 군상이 부둥켜 앉고 노른자 위에 서 있는 <노른자 위로>(2023) 제목들이 작품을 잘 나타내는 것 같다. 작품의 제목은 어떻게 짓고 결정하는가? 작품 관련하여 에피소드가 있다면 궁금하다.


<Puer aeternus>와 같은 직관적인 제목의 경우는 은유보단 직관에 초점을 두고 작명을 하며, <사자춤>이나 <노른자위로> 같은 작품은 해당 작품의 도상과의 연결성에 보다 초점을 둔 작품들 입니다. 개인적으로 은유나 비유를 통한 의미전달을 재밌어라하는데,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보다 재밌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합니다. 예를 들어 <사자춤>의 경우 우리가 아는 사자춤은 머리부터 꼬리까지 각자의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여러 명 동시에 추는 방식이죠. 근데 제 작품 안에 사자들은 모두 머리탈만 쓰고 있고 몸통은 발가벗은 채로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모두가 화려하고 유명하고 있어 보이는 것만 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누구는 제조업에, 누구는 농사에 소질이 있을 수도 있지만 다 같이 유튜버, 연예인,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 하는 현 시점을 비난하고자 그렸던 그림입니다.

2228_5599_4431.jpg '신인류', 2022, Acrylic on canvas, 130.3cm*162.2cm


- 작품을 보면 표현한 몸은 입체적으로 왜곡되어있는데, 눈은 변형되지 않고 마치 붙인 것처럼 일관적으로 나타난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를 응시하는 것 같은 눈을 이렇게 표현한 이유가 있나? 작품에서 눈이 어딘가 서늘한 비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같다. <슬럼프>(2022), <신인류>(2022) 등의 작업에서도 볼 수 있다.


제가 작품 내에 그려내는 사실적인 눈에는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비현실적인 작품을 그려내는 이동구는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에 있는 나와 비현실에 있는 작품을 연결해주는 최소한의 매개 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둘째로 관람자가 제 작품에 보다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관람 시작 포인트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듯합니다. 디자인적으로 화면 안에 밀도가 높은 부분에 가장 먼저 시선이 가게 되는데, 이 점을 활용해서 작품에 보다 쉽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포인트를 만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그리는 눈들은 모두 일반적인 피부색의 눈이 아니라 색 필터를 입힌 것 같은 '색눈' 입니다. 사회에서 편견에 대한 비유를 색안경에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인간은 평생 색안경을 벗지 못한다. 만약 색안경을 벗는다면 색안경을 벗었다는 색안경을 쓴 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색안경이라는 단어보다는 색 눈이라는 표현이 보다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이를 화면상에 표현하기 위해 컬러필터를 입힌 듯한 눈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2228_5601_5026.png '환희', Acrylic on canvas, 2021, 162.2cm * 130.3cm


- 많이 듣는 질문이겠지만 작가는 어디로부터 영감을 얻는지 궁금하다.


저는 고전 문학, 시, 친구들과의 대화, 뉴스 등 언어라는 영역 안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고전문학은 교훈을, 친구들과의 대화는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뉴스는 동시대의 사건들과 사회의 큰 흐름을 얻는 데에 효과적이더군요.


- 이전의 작업들은 개인적으로 지금보다 더 따뜻하고 동화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조형 방식과 다르게 주제 면에서 최근 작업들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변화가 있나?


작가노트가 달라졌습니다. 그 때는 제가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내려가는 내용으로 작업을 했고, 현재는 사회문제를 다루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밝은 면이 많이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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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를 졸업하기 전 2021년부터 개인전을 열었는데, 작품 수와 전시 이력이 많다. 전시마다 여러 시리즈의 작품을 내는데, 작업 과정이 힘들지는 않은가?


다들 이 정도는 하면서 살지 않나요?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면 적어도 남들 일하는 만큼은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분이 좋을 때, 내가 그림 그리고 싶을 때만 그리는 건 취미죠.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면서 살지 않잖아요? 그 날 정말 밑칠만 하고 집에 가더라도 일단 정해진 시간은 작업실에 출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작업량이 많아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제가 남들보다 멘탈이 강하거나 하진 않아서 자주 번아웃도 오고 최근에는 공황도 겪었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노력이나 힘듦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을 때 많은 감사와 기운을 얻는 듯합니다.


- 현재 데일리 아트에서는 젊은 아티스트들과 인터뷰를 계속해서 진행해 나가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젊은 아티스트로서 느끼는 어려움 점이나 추구하는 목표가 있나?


아무래도 작품만으로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현실적인 어려움 아닐까요? 하지만 인류역사상 예술가들이 모두 다 함께 잘살던 시기는 없었기에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드네요.


사람 이동구와 작가 이동구가 추구하는 목표가 조금 다른데요, 작가 이동구로는 보다 더 단단한 작업을 그려내는 것과 이 시장에서 좀 더 인정받는 것, 최종적으로는 해외시장에서 활동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그리고 사람 이동구의 목표는 좀 더 재밌게 살고 싶네요. 그뿐입니다.


이동구(b.1996)


학력

남서울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학과 졸업


개인전

2021 매일 보던 별이 내 옆에 앉았어, 정문규미술관, 경기

2021 Room, 에코락갤러리, 경기

2021 놀이터, 아트스페이스이색, 서울

2022 생활기록부, 빈칸, 서울

2022 세잎클로버,아트필드갤러리,서울

2022 꿈을 꾸는 꿈,갤러리 더 스카이,부산

2022 잿빛에서 은빛으로,YTN,서울

2022 우화羽化,이색스페이스,서울

2023 Old Man Peter Pan,PFS갤러리,서울


단체전

2017 가티134, 서정아트센터, 서울

2019 하늘은 하늘색이 아니다, 독예실525, 서울

2021 INSAF 당선작가전, 인사아트프라자, 서울

2021 SEEA 2021, 한가람미술관, 서울

2021 디자인코리아2021,at센터,서울

2021 best artist,에코락갤러리,경기

2022 더 컬렉션,더현대 서울,서울

2022 이동구&정경혜 2인전,아트G&G 갤러리,대구

2022 더 컬렉션(2),더현대 서울,서울

2022 소품락희,갤러리 조은,서울

2023 이상한 나라의 괴짜전,K현대미술관,서울

2023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전,세종문화회관,서울

외 다수


수상

2021 대한민국디자인전람회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2020 전라북도산업디자인대전 특별상

외 다수


전시 외

2016 코레일 광천역 벽화봉사

2020 연남동 Mr.kandinsky전시 도슨트

2022 BAMA

2022 URBAN BREAK

2022 코리아아트쇼,수원컨벤션센터,경기

2023 아트부산 ART BUSAN

2023 BAMA

2023 홍콩 어포더블 아트페어

온라인 식육 셀렉샵,메거진 <소식> 총괄브랜딩

프리미엄 강아지사료브랜드<달링키친> 로고 패키지 디자인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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