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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4. 2024

말이 곧 감정이다

[일상의 리흘라]

언어가 개념이고 감정이고 생각이고 행동이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니체의 말을 빌려보자.


"독창적인 사람은 이미 모든 사람들의 눈앞에 있으나 아직 알아차리지 못해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나아가 그것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라고 했다.


기가 막힌 통찰의 정의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자연에 이름표를 붙이는 시인이나, 인간의 감정이나 생각을 인과로 연결하는 철학자나, 자연과 생각을 숫자로 증명해 내는 과학자들은 모두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 인간의 이 모든 행위와 결과들은 모두 언어에서 나온다. 언어가 곧 감정이고 개념이고 생각이고 행동이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에 언어로 개념을 만들고 감정을 입혀 생각하게 하고 결국 움직이게 하는 능력자다.


이름 붙여지지 않으면 개념(槪念 ; concept)이 만들어지지 않고 개념이 없으면 감정도 안 생기고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언어는 개념의 옷을 입은 단어들을 문맥에 맞게 순서에 따라 나열하는 것이다. 단어를 먼저 알아야 한다. 단어를 알면 이해는 나중에 온다. 단어를 많이 아는 게 최우선이다. 단어가, 언어가 곧 개념이기에 그렇다. 어떻게 일목요연하게 문장으로 만들어내느냐가 창의성의 기본이다. 결국 창의성도 기억의 문을 통과하고 나온다.


개념이 없으면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소음이자 잡음일 뿐이다. 과거 경험을 단어로 표현해 내는 과정이 기억이고 이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을 해석해 내는 과정이 '안다'는 것이다. '이해'는 나중에 그냥 닥치는 것이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바람이 밀려들듯 오는 것이 '이해'다. 개념의 공간이 시간의 창을 넘어오는 순간이 '이해'다.

라스베가스 스피어(sphere)


인간은 언어를 통해 개념을 공유함으로써 집단 지향성이 생겼다. 감정도 이 과정에서 사회적 실체로 옷을 입었다. 인간 감정의 90%는 사회적 감정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감정의 공유이기에 공동체에 따라 감정이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언어에 따라 감정의 표현 방법이 다르다.


창의적이라는 것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새로운 관점으로 그 개념을 바라보는 현상이다. 개념들을 융합하고 통섭하여 전혀 다른 시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 앉아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앞선 자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훔쳐봐야 자기의 시선의 폭이 좁음도 눈치챌 수 있다. 지식과 시선은 훔쳐내어 저잣거리에 널어놓고 만인이 공유해야 한다. 호모사피엔스는 그렇게 했기에 삶의 공간을 지구밖으로 넓힐 수 있었고 기어이 그 공간으로 인간을 보내려고 하고 있다. 강원국 작가처럼 '말하기'에 목숨을 걸고 데이비드 브룩스처럼 '사람을 안다는 것'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말하기와 상대를 아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바깥의 우연을 내부의 필연으로 바꾸는 과정이기에 그렇다. 정답이 없기에 만족할 수 없고 해답을 찾았다고 그것이 길이 아닐 수 도 있다. 끝없이 찾아가는 길, 가다가 나무 그루터기 그늘에 앉아 시원한 물 한잔 들이키며 가끔 뒤돌아 개념을 정리할 일이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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