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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4. 2024

③ Agnes Martin - 수행자의 길을 가다

[윤양호의 현대미술]

추상표현주의 Agnes Martin - 수행자의 길을 가다 


아그네스 마틴은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그녀의 삶과 예술은 수행자의 모습이었다. 마틴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비평들이 있지만, 필자는 수행자의 관점에서 그녀의 삶과 예술세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마틴은 동양사상 특히 노장사상과 선(禪)사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며 삶 속에서 그 가치를 실천하고자 노력하였다. 자연의 현상과 변화에 관심을 가진 그녀는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볼 때 가장 아름답고 편안함을 준다고 말하며 자연의 변화를 위하여 인위적인 작위를 가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생활공간도 최소한의 물건들로 생활하며 절제와 소박한 삶을 추구하였다. 선사상과 관련된 독서와 체험을 하며 스스로 수행자의 길을 가고자 하였으며 동양에서 온 수행자들과 교류하며 깊은 감명을 받게 되었다. 당시 미국에는 일본의 선사상이 널리 알려져 있었으며 일본 선 수행 방식이 유행처럼 사회의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전쟁이 끝난 이후 미국 사회는 많은 혼돈과 변화가 일어나며 다양한 문화들이 파생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사상이 선이었다. 선은 권력과 경쟁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 하며 자신의 삶은 무엇을 추구하는가에 물음과 답을 찾아가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녀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행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스스로 은둔자가 된다. 마크 로스코와 교감하며 삶과 예술에 대하여 많은 대화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소통은 그녀의 예술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예술은 이제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삶과 더불어 현실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것이라는데, 공감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통하여 스스로 존재성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그녀가 추구하는 정신성은 마치 선사들이 선문답 하듯 자연의 현상을 보며 일어나는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가장 단순화된 방식으로 표현하며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였다.


“내가 처음 격자무늬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나무의 순수성에 대해 생각하면서였다. 나무를 보면서 격자무늬가 생각났고, 그것이 순수함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이는 선사들의 선문답이 아니고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나무와 격자무늬가 무슨 관계성이 있는가? 라고 물음을 하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하여 필자는 많은 시간을 화두로 연마하여야만 했다. 가로와 세로로 그은 선들이 만나는 간격에 따라서 공간의 크기가 달라지며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 낸다. 선을 긋는 행위를 하는 동안 그녀의 호흡은 아주 미세하게 그리고 길게 이어지며 그 선이 지나가는 흔적들은 작은 흔들림과 더불어 간격을 유지하기 위하여 긴장된 모습을 보인다. 계속되는 선 긋기를 하는 동안 깊은 호흡을 반복하며 평정심을 얻어가는 과정으로 보이며 선은 더욱 평온함을 유지하게 된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선들을 보며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지금 현재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며 더욱 선 긋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렇게 표현된 선들이 모여 격자무늬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평정심을 넘어서 중도의 마음 상태를 이루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나무라는 대상은 생각을 일어나게 하는 도구이며 격자무늬는 자신이 만들어낸 인식의 방편이다. 순수함은 본질적 내면에서 일어나는 의식과 무의식을 넘어서는 공(空)의 상태이다. 공적영지(空寂靈知)처럼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마음만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삶과 수행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자신의 작품은 설명을 들으려고 하지 말고 보는 사람의 마음으로 보라”라고 말하며 작품은 설명을 통하여 이해되는 것이 아닌, 마음의 인식작용에, 의하여 깊은 울림을 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수행자와 예술가의 접점에서 삶을 살아간 아그네스 마틴의 예술은 그녀가 떠난 이후에도 많은 사람과 예술가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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