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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란 개인전 '사ᆞ마ᆞ갓다ᆞ' 전시회

by 데일리아트

자연과 삶, 여백의 미학을 조명하는 전시


부산 광안리 근처의 마르갤러리에서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사ᆞ마ᆞ갓다ᆞ'전시회가 열린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서문 중 하나는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쌔'가 나온다. 이를 현대국어로 해석하면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말이 서로 통하지가 않으니'라는 뜻이 된다. 통하다의 뜻을 가진 사맛디는 사ᆞ마ᆞ갓다ᆞ의 활용형이다. 당시 훈민정음의 8종성법에 따라서 종성에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의 여덟 자음만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를 사맛디라고 했다.


그럼 무엇과 무엇이 통할까? 마르갤러리의 사ᆞ마ᆞ갓다ᆞ전은 우리를 자연과 통하게 해 준다. 삶의 여백과 우리를 통하게 해 준다. 그 사이의 미학을 연결해 준다. 이 전시회는 자연과 삶, 인간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며 그 속에서 발견되는 여백의 의미를 조명한다. 부산의 지역 작가인 강미란 작가의 울림있는 수채화를 통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되새기고, 사라져가는 것들과 남아있는 것들 사이의 대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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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갤러리 제공


'사ᆞ마ᆞ갓다ᆞ'라는 제목이 나타내듯, 자연과 인간,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하는 작가의 철학이 녹아 있다. 특히,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삶에 대한 겸허함을 바탕으로, 관람객에게 잔잔한 위로와 따뜻한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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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기억


<남도의 기억>은 한겨울 설경 속에서 붉은 동백꽃이 떨어진 풍경을 담고 있다. 설원 위에 붉게 흩어진 꽃잎은 시간의 흐름과 추억을 상징하며, 사라져가는 아름다움과 남아있는 기억의 조화를 표현한다. 특히 정겨운 돌담과 장독대를 배경으로 한 화면은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사는 삶의 한 조각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눈 속에서도 강렬하게 피어나는 붉은 동백은 생명력과 희망을 상징하며, 눈부신 설경 속에 녹아든 붉은 빛은 시간의 흐름과 삶의 순간을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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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기적


<내 안의 기적>은 겨울 들판 위에 남겨진 식물의 흔적을 세밀한 터치로 표현했다. 메마르고 건조한 가지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꽃은 역설적으로 생명력의 기적을 암시하며, 고요한 자연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을 담고 있다. 회색빛 배경과 대비되는 눈꽃의 순백은 차분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겨울의 고요함 속에서도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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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희소식


<뜻밖의 희소식>은 바구니에 담긴 꽃들이 봄의 싱그러움을 가득 담고 있는 작품이다. 초록의 배경 속에 생동감 넘치는 꽃송이들이 조화를 이루며 다가올 희망과 기쁨을 전하고 있다. 밝고 따뜻한 색감이 주는 생동감과 활력은 관람객에게 희망과 설렘을 불어넣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경이를 느낄 수 있다.


바람에 휘날리는 겨울 들풀의 모습을 담은 <우리 안의 기적>은 시간의 흐름과 생명의 순환을 표현하고 있다. 바람에 따라 춤추는 듯한 식물들의 실루엣은 자유롭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며, 겨울의 쓸쓸함 속에서도 생명력이 깃들어 있음을 암시한다. 차가운 겨울 바람과 대비되는 생명의 움직임을 통해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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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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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겨울


<일상겨울>은 설원 위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장독대와 감나무가 그려져있다. 겨울 일상의 정겨움을 표현했다. 흰 눈 속에 묻혀 있는 장독대와 붉은 감이 달린 나뭇가지가 어우러져 옛 정취를 자아내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상징한다. 눈 내린 고요한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정지와 깊은 여운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추억 속의 따뜻한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마르갤러리의 '사ᆞ마ᆞ갓다ᆞ' 전시회는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들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명력을 되새기게 할 것이다. 바쁘고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자연과 공존하며 느끼는 여백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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