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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애의 건축기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by 데일리아트

"케이크 조각이란 애칭이 붙은 미술관"
건축가: 한스 홀라인(Hans Hollein)
주소: Domstraße 10, 60311 Frankfurt am Main, Germany
홈페이지: www.mmk-frankfurt.de


사진작가 고영애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60곳을 프레임에 담아 소개한다. 뉴욕현대미술관부터 게티센터, 바이에러미술관, 인젤홈브로이히미술관 등 현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12개국 27개 도시에서 찾은 미술관들을 생생한 사진과 맛깔스런 건축 이야기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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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의 전경 (사진 고영애)


뾰족한 삼각형 형태의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은 3면의 형태가 모두 달랐다. 이 미술관은 삼각형의 모서리 대지 위에 자리 잡고 있어 마치 케이크 한 조각을 연상시킨다.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은 이 미술관을 'MMK'로 줄여서 부르고, 종종 '케이크 조각'이란 애칭으로도 부른다. 대중의 삶과 항상 함께하여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장소라는 의미의 애교스런 별명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신의 건축가인 한스 홀라인이 설계를 담당했다.


미술관 입구의 아치는 열주를 모방한 수직 형태의 윗부분과의 부조화로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복잡 다양한 전통 스타일과 현대적 건축의 특성을 혼합한 이 건축은 포스트모던 건축의 대표적 표상이 되어 건축학도들에겐 의미 있는 건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쩌면 고전과 현대를 자연스레 연결시켜주는 건축 스타일이 대중에게 친밀함을 줄 수도 있다. 한때 이같은 포스트모던 건 축은 현대 문화와 지역의 역사성을 이어주는 고리로써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다. 길모퉁이를 돌아서 입구로 들어가면 좁고 긴 홀을 지나 메인 홀에 자리 잡은 전시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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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의 전시장 (사진 고영애)


외형적으로 긴 삼각형의 심플한 형태를 추구한 MMK는 내부로 들어서니 외향과 달리 다소 복잡했다. 건물 모서리 부분의 전시실은 비교적 공간 활용을 잘 하였고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배치해두었다. 복도의 창틀은 각각 다른 형태의 창문을 통해 도시 풍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배려한 건축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꼭대기 층 전시실 조명은 유리로 마감된 천창 사이로 자연스레 자연광을 내부로 끌어들임으로 부족한 조명을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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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의 후면 전경 (사진 고영애)


전시를 감상한 후 건물 외관을 보기 위해 한 바퀴 돌아보았다. 건물 뒷모서리에 시선이 꽂혔고, 길모퉁이와 맞물린 좁은 공간을 최대한으로 살린 삼각형 모서리의 뾰족한 조형미가 돋보였다. 벽돌과 메탈의 이질적인 재료를 적절히 사용한 완벽한 조화였다. 현대적 미감의 디자인은 포스트모던 건축의 표상으로 자리하고 있음에 십분 공감했다. 정면의 복잡한 부분을 측면의 모던한 디자인이 완충 역할을 다했기에 3면의 각기 다른 디자인은 곧 익숙해졌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미술관의 기능도 관람자의 지적 요구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변천해왔다. 과거의 보편적이며 대중적 합리성을 추구했던 모더니즘 사고에서 개별적이며 다양한 창조성이 강조되는 포스트모던의 다변적 사고를 추구하게 된다. 미술관 공간의 표현 방식에도 감각과 감성을 우선시하는 다양한 디자인들로 전시 공간의 변화를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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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의 삼각 코너 공간을 이용해 전시된 작품 (사진 고영애)


오늘날의 미술관은 전시 공간으로써의 기능은 물론 공연장으로써의 기능, 관람객의 휴식처, 정보 제공과 소통의 장소로써의 역할까지를 포괄하는 복합 기능의 공간이다. 작가의 의도나 큐레이터의 보편적인 정보 전달 체계를 벗어나 관람객이 직접 작품에 참여케 함으로써 또 다른 의미의 작품 감상이 창출된다. 이에 관람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새로운 공간 창출을 필요로 하게 된다. MMK는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흥하는 전시 공간을 갖고 있었으며, 좁은 공간에서의 수직성을 강조한 요소나 구심성을 중시하는 내부 공간 배치는 풍부한 전시 공간 체험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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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의 내부 공간 (사진 고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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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의 내부 공간. 수직으로 빛이 들어온다 (사진 고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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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내부의 수직적 공간 (사진 고영애)


MMK의 소장품은 헤센 주에 있는 공업도시 다름슈타트의 카르 슈트뢰어(Karl Ströher)가 자신의 컬렉션 87점을 프랑크푸르트시에 기부한 데서 비롯되었다. 지금의 소장품 숫자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지만, 슈트뢰어 컬렉션은 MMK의 설립과 방향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주로 1960년대 이후의 미국과 독일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슈트뢰어 컬렉션은 리히텐슈타인, 올덴버그, 라우셴버그, 앤디 워홀 등의 팝아티스트와 도날드 저드, 칼 안드레, 댄 플래빈 등의 미니멀 아티스트 그 리고 비슷한 시기의 독일 작가인 조셉 보이스, 리히터, 라이너 루텐벡, 팔레르모 등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이후 콜론의 컬렉터이자 갤러리를 운영했던 롤프 리케(Rolf Ricke)의 포스트 미니멀리즘과 개념 미술 컬렉션이 추가되는 등 소장품이 꾸준히 늘어나며 현재 4500여 점의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하고 있다. 이 미술관의 상설 전시는 미술사적으로 양식이나 유파의 전개를 보여주는 전통적인 전시 방법이 아니었다. 새 소장품과 기존 소장품과의 상호작용을 중시했다. 40여 개의 방들로 구성된 전시 공간에서는 작품 특성을 최대한 살려 전시 기획되며, 6개월 단위로 작품이 교체된다 한다. 현대미술품의 확보뿐만 아니라 관람객이 현대미술과 친밀히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마인 강가는 1980년대부터 현대건축의 거장들인 구스타브 파이힐, 한스 홀라인, 리처드 마이어 등이 설계한 다양한 건축물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지역은 예술의 거리로 변하게 된다. 특별히 8월 마지막 주의 박물관 축제 때에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몰려온다. 8월에 놓칠 수 없는 또 다른 재미가 프랑크푸르트 오랜 전통의 아펠바인(사과와인) 축제라 한다. 사과와인 축제 때는 사과를 혼합한 다양한 칵테일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하니 다음 방문은 8월을 기약해보련다. 도시 전체가 다채로운 양식의 건물들로 즐비한 야외 박물관과도 같은 프랑크푸르트는 시대를 아우르는 독일 문화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고 영 애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관을 촬영하고 글을 써온 고영애 작가는 서울여대 국문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사진디자인과를 졸업했다. 한국미술관, 토탈미술관 등에서 초대 전시회를 열었고 호주 아트페어, 홍콩 아트페어, 한국화랑 아트페어 등에 초대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글과 사진을 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잡지에 건축 여행기를 썼다.


이 연재물은 그의 책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헤이북스) 중에서 <데일리아트> 창간을 기념하여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을 골라서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그가 15년 넘도록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현대미술관들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기록한 ‘현대미술관 건축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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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애 글/사진,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 헤이북스


[고영애의 건축기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Museum für Moderne Kunst Frankfurt am Main, MMK < 문화일반 < 문화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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