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향》 오주홍 대표 인터뷰

by 데일리아트

3월 25일 오후 3시, 고서향 경매장에서 프리미엄 경매 진행
춘원 이광수 미발표 소설, 미당 서정주 육필 원고, 소설가 전광용의 방대한 자료 대방출 예정


신설동에 위치한 고서점 경매회사 고서향을 찾았다. 2층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여기저기 무더기로 모여 있는 오래된 책들이 기자를 맞이 했다.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서가에 꽂혀 있던 묵향 가득한 고서부터 우리나라 근대기를 장식한 현대 소설까지. 그 중에는 미발표된 이광수의 소설도 있었고, 동학 농민 핏빛 저항의 시대에 이름 없는 의병들의 기록도 파묻혀 있었다. 누군가 나서서 수집하지 않았다면 어느 집 아궁이에서 잔솔가지와 함께 불태워졌을 기록들이다. 고서향의 오주홍 대표는 이런 문서들과 기록물들, 감추어지거나 버려진 문서들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다. 옛 책이나 기록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찾아 나선다. 골동품과 다르게 고서들은 소장자도 의미를 몰라서 버려지고 불 태워져 없어지는 것들이 많다. 한용운의 편지들도 그가 아니면 사라질 뻔했고, 근대기의 많은 기록물들도 그에 의해서 건져졌다. 고서향 오주홍 대표을 만나 그가 하는 일과 경매에 대해 여러가지 궁금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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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발표된 춘원 이광수의 소설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독자들이 낯설텐데, 회사「고서향」이 하는 일과 경매 브랜드「고완관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고서향은 도서, 근현대사 자료, 고문헌 , 고미술품을 주로 하는 전문경매회사이며, ‘고완관지(古玩觀止)’는 고서향의 프리미엄 브랜드입니다. ‘고완관지’라는 브랜드 의미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옛 예술품 감상에 더 이상의 볼 만한 작품은 없다, 즉, 최고의 작품들이 모였다’는 의미입니다. 옛 고전에서 최고의 문장을 모아놓은 책인 ‘고문관지(古文觀止)’가 ‘옛 문장에서 이것만 보면, 더 볼 것이 없다. 최고이다’는 의미를 갖는 것과 통합니다.


대부분의 경매회사들이 현대미술·고미술 중심의 경매를 여는 것과 달리, 고서향은 도서, 근현대사 자료 및 사료, 고문헌 등이 주요 품목을 이룹니다.


미술품도 그렇지만 많은 문화 예술품들은 경매를 통해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초보자들을 위해 경매 진행절차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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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향 경매장에서 열리는 프리미엄 경매 현장


우리 고서향은 홀수 달 네 번째 화요일 마다 신설동에 위치한 고서향 경매장에서 현장 경매를 엽니다. 경매를 통해 관심있는 사람들이 관심 물건을 취득하기 때문에, 경매 한 달 전에 도록을 만들어 보내드리기도 하고, 우리회사의 「고서향」고 홈페이지에 그 달의 경매 물건을 업로드 합니다. 그러면 관심있는 사람은 도록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물건과 가격을 확인하죠. 경매 물건을 직접 확인하도록 보여 드리기도 합니다. 경매 5일 전부터 현장 전시도 병행하죠. 보통 '프리뷰'라고 하는데요. 자기가 관심있는 물품을 직접 실물 확인이 가능하죠. 물건을 낙찰 받으려면 사전에 이 물건이 진품인지 아닌지 미리 확인도 해야 되겠죠. 물건에 대해 설명도 듣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은 당일 경매에 참여 합니다.


당일 경매는 오후 3시부터 우리 사무실에서 진행합니다. 한 번 와 보시면 참 재미있습니다. 전문 경매사가 제품을 소개하면 자기가 사고 싶은 가격대에 맞춰 가격을 적어 취득 의사를 밝힙니다. 더 큰 금액의 입찰자가 없으면 낙찰 받게 되어 있습니다. 매 회 마다 300~500여 점이 출품됩니다. 경매 열기가 참 후끈 합니다. 이런 광경을 보는 것도 참 많은 공부가 된다고 하네요. 회사에 미리 말씀하시면 참관 기회를 드립니다. 경매는 보통 3시간 내외로 진행합니다.


경매는 꼭 현장이 아니더라도 서면예약, 전화비딩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물론 사전에 미리 가격등을 신청해야 하고요. 우리와 상의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런 메이져 경매 외에도 매주 토요일 마다 유튜브를 통해 중저가 경매도 진행합니다. 우리 고서양의 물품들의 특징은 가격이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작게는 몇 만원 짜리 부터 있으니까 마음 놓고 참여하시면 됩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가장 보람 있는 일은 숨겨져 있던 유물이나,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제 자리를 찾아 갈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대개 큰 수집가가 돌아가시면 유족에게 문의가 들어오는데, 유족은 직접 수집한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유물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부족합니다. 버려질 뻔한 만해 한용운의 글씨, 춘원 이광수의 친필 글씨 등이 발견된 것은 큰 보람이었습니다.


지난 봄에 지인의 소개로 성북동 산동네를 올라 오래 된 집에 찾아 간 적이 있었습니다. 저녁을 맛있게 얻어먹고 난 후, 종이에 정성스럽게 싼 책들을 살펴봤어요. 그 책들은 3년 전에 유명을 달리한 남편의 책들이었어요. 시인으로 등단도 하신 분의 문학 책들을 주로 한 컬렉션이어서 안목도 높고 연대도 꽤 오래된 것들이 많았어요. 몇 배로 공을 들여 해제하고 홍보해서 기대한 것보다 좋은 값에 새 주인들에게 전해져서 더 기뻤습니다.


또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기생에 관한 유물을 수집해 오신 선생님의 물건을 정리하다 보니 기생들 이름 대부분을 자연스레 외우게 됐을 뿐 아니라, 꿈에서도 기생들이 나타나 즐거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3월25일 메이저 경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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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둴 25일 출품 예정인 경매 물건들


이번 경매에서는 특히 문인·학자·정치가·예술인 등 유명인사들의 육필 원고를 평생에 걸쳐 수집해 온 한 수집가의 방대한 컬렉션이 공개됩니다. 춘원 이광수, 김동리, 미당 서정주 등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친필 원고를 비롯해, 청록파 시인 및 현대 문인 수백 명의 원고, 문학·미술평론가들의 친필 원고가 출품됩니다. 특히, 『꺼삐딴 리』의 작가 전광용 선생의 수천 점에 이르는 문학사 자료는 해방 이후 한국문학사를 조망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록물로 평가할 수 있는 엄청난 수량입니다. 시간이 부족해 절반 밖에 출품을 못 하고, 남은 절반은 다음 회에 이어 출품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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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 최승희의 뉴욕 공연 리플릿 및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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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설립자 호러스 알렌이 고종을 언급한 편지 등 고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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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50년대 국내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희귀 만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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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에 그려진 충무공 이순신의 '학익진도''


고서나 고서화 등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수집해야 하는지 모른다. 초보 컬렉터들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고서화, 도자기, 민속품 등 고미술품은 고미술협회 등에서 진행하는 아카데미 과정이 있으니 활용하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또 고서나 근현대사 자료 수집은 우선 가격 부담이 적은 작은 것부터 시작하고, 각 지역의 작은 경매장, 청계천 만물시장 등도 부지런히 다니면서 견문을 넓히면 좋겠습니다. 고서향에서 매주 토요일 마다 진행하는 중저가 유튜브 경매도 부담 없이 이용하며 배울 수 있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됩니다.


올해의 계획은 ?


특별한 계획이 있다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열심히 유물 수집하고, 정리해서 좋은 유물을 좋은 곳에 갈 수 있도록 해야지요. 아울러 이 시장에 좀 더 젊은 분들이 많이 참여해서 저변이 넓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주홍 대표는 물건의 수집부터 분류, 경매의 모든 절차를 진행한다. 가장 즐거운 것은 희귀 자료들이 꼭 필요한 사람들의 손에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데일리아트는 고서향의 경매 과정을 앞으로 소상하게 독자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많은 기대와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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