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릴레이, 내가 사랑하는 예술품 ①] 정선문

by 데일리아트

데일리아트는 창간 1주년을 맞아 새로운 코너 [내가 사랑하는 예술품]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애장품 구입 경위와 작품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작품을 모으는 컬렉션에 관심이 있지만 어떤 작품을 어떻게 구입해야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에 대한 길잡이 역할,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작품 사랑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정선문 본지 이사의 애장품 이야기를 듣습니다.(편집자 주)

2826_7642_4850.jpg

서용선 작가의 그림을 들고 있는 정선문 이사

2826_7650_78.jpg

서용선 작가의 그림

2826_7651_852.jpg

방에 있는 고미술품


- 작품 구입 배경 및 과정


안녕하세요. 데일리아트 창간 1주년 기념으로 <내가 사랑하는 작품>의 첫 순서를 맡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데일리아트 정선문 이사입니다. 2014년 정도부터 그림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도 그림에 관심은 있었지만 그때는 현대미술보다는 고미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정확하게는 올미아트스페이스의 이사로 근무하면서 현대미술을 많이 접하다 보니 관심 분야가 옮겨간 것입니다. 2020년 5월에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 서용선 작가의 전시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30점 정도의 작품을 전시했는데 그 중에서 마음에 꽂히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거다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826_7643_568.jpg

십여 년 전부터 그린 나의 졸작도 사무실에 걸려 있다


- 왜 이 작품이 좋은지?


서용선 작가는 2019년부터 꼴라주 작업을 주로 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꼴라주는 여러 가지의 재료와 장르를 복잡한 미술을 말합니다. 드로잉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재료를 구하고 작업할 수 있지만 꼴라주는 물감 이외의 여러가지 부재료를 사용하여 작업을 합니다. 서용선 작가의 꼴라주는 은박지나 약봉지 등을 붙여서 작업하여 주변의 재료를 자신의 마음대로 가져와 작업을 한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여러 가지 재료와 요소를 덧입혀서 작품을 완성한 것입니다. 그냥 보면 엉성하게 보여서 처음에 볼 때는 좀 부담 가는 형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선했어요. 처음에는 너무 어둡고 암울한 느낌이었는데 무언가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 전시장에 가서 또 보니 그림이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의 형상인데 무언가 좀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미완성의 무언가가 나에게 말을 거는 거였습니다. 이게 누구를 형상화한 것일까 궁금했는데 미국 가수 티나 터너(Tina Turner)를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서용선 작가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티나 터너는 로큰롤의 여왕입니다. 흑인 가수이고 저도 젊은 시절 티나 터너의 곡들을 많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이 노래는 조영남이 〈돌고 도는 인생〉으로 번안했습니다. 어짜피 인생은 돌고 도는 것 아닌가요?


세상만사 둥글둥글 호박 같은 세상 돌고 돌아 / 정처 없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기웃기웃 구경이나 하면서 / 밤이면 이슬에 젖는 나는야 떠돌이,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 부슬부슬 비가 내리면 두고 온 내 고향이 그리워져 / 가지말라고 울던 순이는, 순이는 지금은 무얼 하나 / 만나면 이별이지만 이별은 서러워,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 (조영남, <돌고 도는 인생>)


티나 터너는 2023년도에 사망했습니다. 작가가 왜 티나 터너를 그렸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녀의 가창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좋아했던 것 같고 그 힘의 원천을 그리고자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아마도 젊은 시절 티나 터너의 돌고 도는 인생이란 유행가를 읖조리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일단 마음이 편안하고 인생의 덧없음, 그리고 어차피 돌고 도는 인생이라는 생각에 큰 고민도 내려놓게 됩니다. 그리고 티나 터너가 내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유명 가수가 어떻게 제 앞에서 노래를 부르겠어요. 노래의 가사와 함께 흑인 가수가 부르는 원색적인 음량, 풍부한 성량에서 풍기는 힘이 그림에서 느껴집니다. 그림 앞에서 제가 압도되는 거였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화면 전체에 녹색 색감이 풍겨집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검은색이 있는데 그 검은색에 마음을 집중하게 됩니다. 복잡함 속에 어두움은 단순함의 표현인데 그 속에 빨려들어가는 마음입니다. 마치 내 마음에 있는 모든 생각들이 검은색 속에서 한 번 걸러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얼핏보면 복잡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단순하게 보이는 것이 이 그림의 특징입니다.


- 다음 소장자 추천


김훈희 변호사를 추천합니다. 명지대 미술사학과를 늦은 나이에 다니게 되었고 거기서 만난 후배입니다. 인생을 참 호탕하게 사는 사람입니다. 훌쩍 외국에 그림 구경하러 가기도 하고요. 김훈희 변호사를 생각하면 넉넉한 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작가 서용선


서용선은 홍대 미대 학장을 역임한 우리나라 중견작가이다. 80년대 초부터 강렬한 색채와 굵은 필선으로 인간의 실존과 본질적인 삶의 성찰에 주목했다. 그의 독자적이며 시대정신을 오롯이 담은 드로잉은 그의 직관적인 사유를 포괄적으로 품고 있다.


표현의 충동과 특유의 에너지와 긴장감을 굵은 선으로 포착하지만 그의 작업은 실존과 역사성을 통찰하는 사유에서 구현된 것이다. 많은 도시를 여행하면서 스치며 지나가는 인상을 강직하고 투박한 선으로 기록하고 드로잉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2826_7652_1024.jpg

사무실 한 편에 걸려 있는 딸의 그림


[릴레이, 내가 사랑하는 예술품 ①] 정선문 데일리아트 이사의 애장품 < 인터뷰 < 뉴스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만개한 벗꽃 속, 펼쳐지는《겸재 정선》진경산수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