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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아뜰리에 ⑩]`황금바늘' 김영미 한복 디자이너

by 데일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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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디자이너 김영미


그동안 작가의 아뜰리에는 시각 예술가들을 주로 다뤘다. 오늘은 조금 특이하게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전하는 한복 디자이너를 다룬다. 'K-컬쳐'가 대세라고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것에 너무도 소홀히 해 왔다. 거리에 나가면 한복은 외국인의 전유물이 되었다. 결혼식장에서도 그 밖에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도 한복은 자취를 감취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복 디자인에 평생을 바친 '황금바늘'의 김영미 원장을 찾았다. 김영미 원장은 화려한 드레스 샵이 모여있는 이대 앞에서, 한복으로 전통 미학을 고집한다. 김영미 원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황금바늘'의 문을 열었다. 브랜드와 사업이야기부터 꺼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복 렌탈 브랜드 '황금 바늘'


"'황금바늘'은 침선(바느질)하는 사람에게 주는 상이었는데, 이름이 너무도 좋아서 차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업은 1998년에 시작 했어요. 시대적으로는 IMF라는 우울한 시기였죠. 얼마나 시대적 상황이 어려운 지, 결혼할 때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예비 부부들이 한복을 없앴어요. 왜냐하면 한복은 결혼할 때 한 번 입고 장롱에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렌탈사업을 기획했죠. 생각을 해보니 웨딩드레스도 렌탈을 하는데, 한복을 렌탈 안 할 이유가 없었죠. 제가 만든 고급의 한복을 구입비용의 3분의 1가격으로 빌려준다고 하니 사람들이 몰렸어요. 청담동에서 한복 한 벌 가격이 100만 원일 때 우리는 20만원으로 렌탈을 해 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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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기사


그 때 보도자료를 통해 조선일보에 기사가 나가면서 회사가 꾸준히 발전했다. 창업 4년 후 체인사업을 시작하면서 회사가 궤도에 올라 16개의 체인점을 운영했고,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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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는 김영미 디자이너


“실크에서 바늘로, 그리고 전통의 선으로”


김 원장은 본래 실크 의류 무역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 경험은 전통복식 디자인으로의 전환에 단단한 기초가 되었다.


“교포 손님들을 상대하다 보니 한복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복식과 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었죠.”


한복에 끌린 이유를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한복은 사람을 부드럽게 감싸는 옷이에요. 그 고운 곡선, 색, 여백의 미... 그 아름다움이 저를 계속 끌어당겼습니다.”


우리나라사람이 입지를않는다. 외국인들이 많이 입는 현상 기현상이 아닌가?


해방이후에는 한복을 입지 말라는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솔선해서 한복 대신 간편한 양장을 입으라고 한 것이다. 지금은 한복의 날을 정하고 장려를 해도 안입고 심지어 결혼식에 가도 볼 수가 없다. 폐백도 하지 않는 시대에 녹의 홍상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코로나 시기에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런데 오히려 외국인들이 한복을 선호한다. 왜 이럴까?


"그분들이 한복을 좋아하는 이유는 입기 편해서가 아니에요. 바로 ‘색’ 때문입니다. 비단의 색감, 배색의 고운 조화, 사진에 담겼을 때의 우아함이죠."


김 원장은 전통 한복의 실루엣과 곡선미, 그리고 색의 철학이 오히려 해외에서 더 감탄을 받는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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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은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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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은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평면에서 입체로, 사람 위에서 살아나는 곡선”


김원장은 'K-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다 공통성이 있다고 한다. 궁궐이나 한옥 처마선의 곡선이 한복의 곡선과 닮아 부드럽다.


" 우리나라의 문화는 입체성보다는 평면성과 고운 선입니다. 한복은 평면성이 두드러져요. 옷이 사람에게 와서 입체가 됩니다. 양장은 입체적입니다. 한복은 옷이 납작하게 보이지만 사람이 입으면 곡선이 살아나요. 항아리와 같은 허리선이 멋지잖아요.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세요. 허리 곡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곡선이 살아나는 이런 여유롭고 입체적 느낌이 한복의 우수성입니다. 상박하후의 허리선, 항아리의 멋이 우리의 멋입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전통 옷과 비교를 하면 대번에 두드러지는 것이 우리 한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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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종행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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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스타일 박람회'에서 유인촌 장관과 외국 대사들


“기억에 남는 순간, 박람회와 외교 행사에서”


2013년 ‘한스타일 박람회’에서 김 원장이 직접 만든 삼베한복을 입은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과 외국 대사들의 모습은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들은 불편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편한 옷은 처음’이라며 감탄했죠. 한복은 몸을 조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감싸는 옷이거든요.”


황금바늘은 보신각 타종 행사, 삼일절 기념식 등 서울시 주요 행사에서 한복을 공급해오고 있다.


“한복도 진화합니다”


"벌써 한복 인생 30년이 되었네요. 제가 처음 한복에 입문할 때는 굉장히 옷이 크고 맵시가 나지 않고 소재도 무거웠습니다. 한복을 입는 사람은 거의 한 번만 입고 장롱에 보관하고, 만드는 사람도 바느질만 신경을 써서 한복의 불편함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원인은 그 소재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선하기 시작했죠. 빨면 줄게 되는 안감을 쓰는건데 만드는 사람이 그 사실을 몰랐어요. 원단을 개선하니 사람들이 좋아하고 옷이 가벼워 지기 시작했습니다. 열을 가하면 줄거나 늘어나는데, 그 트랜드를 개선했습니다. 지금은 동선을 고려해서 슬림하게 입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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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1990년대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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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2020년대 한복


한복을 만들 때 영감의 원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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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한 섬에서


1주에 한번은 시장이나 여기저기를 돌며 한복의 소재를 찾기도 한다. 한복 실크가 야들야들하고 변색이 많아 현대적인 원단을 찾기 위해서다. 그것으로 한복을 만들면 옷 자체가 모던해 진다. 어떻게하면 현대인의 컨셉에 맞추어야 하나 고민하는 것이 김원장의 일과다.


"작년 그리스 섬에 갔을 때 바다의 코발트색에 너무 빨려들었어요. 그 색과 파도의 흰색의 조화가 너무 좋더군요. 그래서 그때 느낀 것이 색의 가장 기본은 자연이라는 겁니다. 배색의 원천도 자연입니다. 그 배색을 보고 응용도 해서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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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디자이너의 한복을 응용한 공예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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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디자이너의 한복을 응용한 공예작품


김원장은 2022년 조달청에서 '조달문화상품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공예에 대한 고민이다. 한복을 꼭 입어야만 하는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니 한복에 예술성을 가미해 '보는 한복'에 대해서 연구한다.


"다른 세계를 많이 봐야 틀을 깰 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어떻게 가느냐가 관건입니다. 가치를 찾을 때는 전통에서 찾지만 답은 현대에 있다고 생각해요. 변용이 어색하지만 몇 십년 지나고서는 그것이 또 문화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원장은 가치와 전통을 하나에서 찾다보면 엇박자가 난다고 했다.


"전통을 지키되, 그것을 배우고 그 바탕에서 현대성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바뀌더라도 전통의 시작점, 그것이 어느 바탕인지는 알아야 합니다."


또다른 도전을 하고 싶단다.


"작가의 길을 걷고 싶어요. 옷을 통한 공예. 셰프가 요리를 하는데 한복을 앞치마로 만드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추구하는것은 '입는 한복'을 뛰어넘는 '보는 한복'입니다. 그리고 이브닝 한복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아직 나와 있는 것은 없어요. 드레스에 못지 않는 디자인이여야 하죠. 그리고 그것이 현대적이라도 그것을 통해서 한복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는 한복이었으면 좋겠어요. 한복의 국제화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


"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나는 애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 나의 울타리를 도전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아뜰리에 ⑩] 전통은 계승, 해석은 현대적으로- '황금바늘' 김영미 한복 디자이너 < 인터뷰 < 뉴스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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