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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애의 건축기행] 독일 랑겐 파운데이션

by 데일리아트

"냉전 시대의 사각지대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랑겐 부부"
- 건축가: 안도 다다오
- 주소: Raketenstation Hombroich 1, 41472 Neuss, Germany
- 홈페이지: www.langenfoundation.de


사진작가 고영애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60곳을 프레임에 담아 소개한다. 뉴욕현대미술관부터 게티센터, 바이에러미술관, 인젤홈브로이히미술관 등 현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12개국 27개 도시에서 찾은 미술관들을 생생한 사진과 맛깔스런 건축 이야기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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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겐 파운데이션의 전경 (사진 고영애)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을 나와서 큰길 건너편으로 1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랑겐 파운데이션이 있다. 50년 동안 나토 미사일 발사기지였던 냉전 시대의 사각지대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은 컬렉터인 빅토르 마리안느 랑겐 부부다. 홈브로이히 미술관 설립자인 뮐러가 랑겐 부부를 만나게 됨으로써 노이스 문화 예술 단지 조성에 불을 지폈다. 이름 없는 시골에 불과했던 노이스는 일본 미술품 소장가로 알려진 컬렉터 랑겐 부부로 인해 점차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노이스 시는 미술관 주변을 문화 도시로 개발하였고, 예술가들에게는 싼값에 작업실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줌으로 자연스레 주변을 활성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랑겐 파운데이션을 찾아가는 도중 들판 양 옆으로 벽돌로 지어진 소박한 갤러리와 스튜디오가 드문드문 보인다. 예술가의 작업실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체류와 주거 공간을 제공해주는 프로그램도 기획 준비하고 있다 하였다.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을 따라서 가로수 한 그루 없는 들판을 지나 길을 한참 오르니 멀리 초록 들판을 배경으로 나지막한 유리 건물의 랑겐 파운데이션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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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겐 파운데이션의 측면 (사진 고영애)


미술관 입구를 가로막은 긴 아치의 벽 뒤편에 조심스레 감추어진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보기 위해서 조급함으로 다가가니 야트막한 물의 정원이 먼저 반겼다. 유리 박스 속에 들어 있는 좁고 긴 공간의 콘크리트 건물은 수평선 위의 드넓은 들판과 파란 하늘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며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였다. 안도 다다오 건축 입구에 매번 등장하는 물의 정원은 알렉산더 칼더의 까만 조각과 함께 제일 먼저 반겨주었다. 황량한 들판에 꾸며진 물의 정원은 관람자의 감성을 끝없이 편안하게 해주었다.


2004년에 문을 연 랑겐 파운데이션은 두 개의 박스 형태로 이루어진 독특한 건축이다. 길이 60미터에 이르는 길쭉하면서 나지막한 형태의 이 미술관은 각기 다른 물성을 지닌 두 개의 박스 형태의 이중 구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유리 박스 사이로 속살을 드러낸 콘크리트는 너무나 매혹적이다. 철골빔의 적나라한 골격 사이로 들어온 구름과 하늘, 자연은 하나 되어 디자인 효과를 극대화시켰고, 공간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옆으로 뻗어나간 둥그런 형태의 인공 벽 구조물이 눈에 약간 거슬리지만 부드러운 유선형으로 인해 직사각형의 미술관 건물을 자연스럽게 자연 속으로 묻혀 보이게 애쓴 의도가 엿보였다. 이 미술관은 1300제곱미터의 면적에 총 3개의 전시 공간을 갖고 있었다. 유리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 전시실과 조그마한 카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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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겐 파운데이션 전경과 물의 정원 (사진 고영애)


유리 박스 속의 콘크리트 벽을 따라 끝도 없이 나 있는 길고 긴 회랑은 지하 전시장으로 가기 위한 하늘 길과 맞닿은 성소의 공간이었다. 좁은 회랑을 유유히 걷다가 어느새 전시 공간을 보려는 기대감으로 발걸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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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겐 파운데이션의 긴 회랑 (사진 고영애)


지하로 내려가니 지하와 반지하를 이용한 커다란 전시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8미터 천장 높이의 2개의 지하 전시실은 현대 작가의 작품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20세기 인상파의 작품부터 젊은 세대 일본 작가의 작품들까지 다양하였다. 전시장 내부는 일본 나오시마의 베네세 하우스 미술관을 재연한 듯해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1994년에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을 본 후 10년 만에 이 미술관을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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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겐 파운데이션의 내부 전시 공간 (사진 고영애)


안도 다다오는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설계에서 처음 의도했던 생태적 친환경 미술관과는 거리가 먼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면서 자신이 과거에 추구했던 색깔을 확연히 드러내었 다. 건축물에서는 냉전 시대를 기억하게 하는 그 어떤 것도 읽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나지막 하고 좁고 긴 유리 박스의 랑겐 파운데이션은 하늘 길과 맞닿은 드넓은 초원을 더욱 아름답게 채색하였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미술관이 있는 목가적인 시골에서 한 해를 마감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아닐까?


고 영 애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관을 촬영하고 글을 써온 고영애 작가는 서울여대 국문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사진디자인과를 졸업했다. 한국미술관, 토탈미술관 등에서 초대 전시회를 열었고 호주 아트페어, 홍콩 아트페어, 한국화랑 아트페어 등에 초대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글과 사진을 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잡지에 건축 여행기를 썼다.


이 연재물은 그의 책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헤이북스) 중에서 <데일리아트> 창간을 기념하여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을 골라서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그가 15년 넘도록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현대미술관들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기록한 ‘현대미술관 건축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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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애 글/사진,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 헤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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