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근의 미술 속 술 이야기 ①] 폴 세잔

by 데일리아트

폴 세잔(Paul Cézanne, 1839 ~ 1906)은 19세기 후반 활동한 프랑스의 화가로,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린다. 또한 그는 후기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다.


후기인상파는 인상파 이후에 일어난 미술 운동 유파로, 인상파 화가들이 파리에서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던 1870년대와 1880년대 이후인 1880년대와 1890년대에 활약을 했다. 후기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은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소재를 선택한다는 점과 야외에서 직접 그림으로써 ‘덜 그린 듯한’ 느낌을 주는 점 등이 인상파와 닮았다. 하지만 인상파보다 개념적인 면이 훨씬 강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을 강하게 반영했다. 반 고흐, 세잔, 고갱 등이 후기인상파의 대표적인 화가들이다.


세잔은 사물에 내재된 구, 원뿔, 원기둥을 추구하는 화가였다. 즉, 사물의 가장 단순한 형태를 추구하는 화가였다. 특히 그는 구의 원형을 사과로 선택했다. 많은 정물화를 그렸고 정물화 속에는 사과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심지어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와 함께 세잔의 사과는 인류의 3대 사과라 불릴 정도로 근대 회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졌다. 그러다 보니 세잔의 작품에는 인물을 많이 넣어 그린 작품은 별로 없다.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도 두 사람이 들어간 버전과 세 사람이 들어간 버전을 합해 딱 다섯 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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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세잔,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1892-1893, 캔버스에 유채, 97*130cm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파리 오르세미술관, 런던 코톨드미술관, 필라델피아 반스재단미술관에 한 점씩 있고, 나머지 하나는 그리스의 선박왕인 게오르게 엠비리코스가 소장하고 있었다. 이중 게오르게 엠비리코스가 소장했던 것은 카타르 왕족이 2014년 재개관하는 카타르국립미술관에 전시하기 위해 구매했다. 당시 이 그림이 거래된 가격은 최소 2억5000만 달러(2622억 원)에서 3억 달러(3147억 원) 사이로 알려져 있으며 2016년 기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그림이 되었다.


이 그림을 보면 카드 치는 두 사람의 옆쪽에 와인병이 놓여 있다. 병의 모습을 봐서는 부르고뉴병이다. 그렇다면 포도 품종은 피노누아일 것이다. 그리고 부르고뉴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은 로마네 콩띠다. 또 다른 세잔의 정물화 <사과 바구니가 있는 정물> 속의 와인도 로마네 콩띠(Romanee Conti)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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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세잔, 사과 바구니가 있는 정물, 1893년경, 캔버스에 유채, 65*80cm, 시카고미술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로마네 콩티는 한 병에 보통 수천만 원이고, 2018년에는 1945 빈티지가 6억 이상에 팔리기도 했다. 로마네 콩띠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1.85헥타르(축구 경기장 크기) 면적에서 연간 6,000병만 생산되어, 20%만 프랑스에서 소비하고 나머지는 수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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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로마네 (Vosne Romanee) 마을에 있는 포도원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Domaine de la Romanee-Conti )'는 5세기 로마군의 부르고뉴 정복 시기에 연원을 두는 '로마네(Romanee)'에다가 18세기 꽁띠(Conti) 왕자의 포도원 취득으로 '로마네 꽁띠 (Romanee Conti )'라는 명칭을 가지게 되었다.


이 포도원은 13세기 생비방(Saint-Vivivant)수도원이 신에게 헌납하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열었으며 17세기 수도원이 철폐될 때까지 유지되었다. 18세기에는 왕족, 귀족 사이에 부르고뉴 와인이 유행하였는데, 로마네 콩띠는 그 중에서 가장 맛있는 와인으로 알려졌다.


포도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가능한 한 늦게 수확하고 풍미를 살려 매년 새로운 오크통에서 자신들만의 비법으로 생산한다. 오래된 포도나무를 그대로 두고 포도원의 크기나 생산량을 늘리지 않으며, 일관된 맛, 색, 향과 함께 희소성을 지켜 온 노력이 유명세를 더하게 하였다.


세잔은 남프랑스의 엑상프로방스 출신으로 이곳 또한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세잔은 자신의 그림에 부루고뉴 와인, 그중에서도 로마네 콩띠를 그려넣어 그의 작품에 가치를 더하였다. 최고의 화가와 최고 와인의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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