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여대생 ‘한미녀’라고 해요. 성이 한 씨이기도 하지만, 탤런트 한가인 씨를 닮았다고 해서 한미녀라는 별명이 붙었지요. 솔직히 저는 예쁜 편이랍니다. 길을 걷다 연예 기획사에서 명함을 받은 적도 있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어요. 제가 일하는 커피숍에서는 시급을 두 배 주고 저를 고용했습니다.
저희 커피숍에 오는 남자 손님 중 절반은 저를 보러 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그런 제게 요즘 고민이 생겼답니다. 커피숍 사장님이 제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분은 미혼이긴 하지만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습니다. 커피숍을 몇 개나 소유한 재력가이기도 하고요. 퇴근할 때 고급 스포츠카로 저를 집에 데려다준답니다.
사장님이 며칠 전 제게 유럽 여행을 함께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경비는 사장님이 대주는 조건이고, 숙소는 따로 쓰자고 하십니다. 유럽 여행은 제 평생 소원이었기 때문에 욕심이 나긴 하지만, 왠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분이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할 수 있을까요?
영화 [말레나] 스틸컷 / 사진 출처 IMDB
A: 안녕하세요, 한미녀 님.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외모 금수저를 타고났군요. 젊음과 아름다움이 결합하면 무한대의 힘을 발휘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모는 하나의 자산입니다. 당신은 그 가치를 활용해 커피숍의 매출까지 올렸으니, 비난받을 일이 아니죠.그러나 젊은 여성이 지닌 미모라는 무기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늘 젊은 여성이 지닌 성적 매력에 이끌리면서도 죄악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말레나>(2001)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나옵니다. 말레나가 다리를 꼬고 담배를 물자, 남자들이 앞다투어 불을 붙여줍니다. 그녀의 미모는 모든 남성의 시선을 사로잡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전인(全人)으로서가 아니라 육체로 대상화합니다. 남성들은 욕망하고, 여성들은 질투합니다. 결국 말레나는 폭행당하고 조롱받습니다. 이 장면은 여성의 미모가 한편으론 강력한 힘이지만, 동시에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 '말레나' 스틸컷 /출처: IMDB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남성에게 돈과 선물을 받는 일은 흔합니다. 단순한 호감의 표현일 때도 있지만, 돈을 매개로 일종의 ‘거래’를 하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신 같은 여성에게는 앞으로도 많은 유혹이 따를 것입니다. 세상에는 젊고 예쁜 여성을 트로피 취급하는 남성이 존재하지요. 그들에게 미모의 여성은 비싼 차와 명품 시계처럼 그들을 과시하는 수단에 가깝습니다. 여성에게 돈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이 지닌 인격과 감정마저도 소유하려고 들지요.
그러나 젊음과 시간은 한정된 자원입니다. 젊은이의 시간은 노인의 그것과 달리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인간의 젊음과 미모는 가장 감가상각이 큰 자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젊음을 잃기 마련입니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외모가 가진 프리미엄은 줄어듭니다. 직업 숙련도와 경력이 외모 프리미엄에 우선하게 됩니다.
영화 '말레나' 스틸컷 /출처: IMDB
남성의 경제적 지원에 익숙해지면 하기 힘든 일은 점점 피하게 됩니다. 또 젊은 시절에 놓친 여러 기회비용은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습니다. 아예 당신이 지닌 미모라는 자본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외모가 절대시되는 연예인 같은 직업을 택하는 것입니다.
사장님과의 관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건 ‘윤리적’으로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사장님과 여행을 가는 일에 ‘왠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가치관과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여겨서일 테지요. 굳이 당신이 느낀 감정을 무시하면서까지 사장님과 동행할 이유는 없습니다.
유럽 여행을 갈 기회는 앞으로도 많이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내려야 할 결정은, 타인의 호의 뒤에 숨은 욕망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 것입니다. 거절은 결코 무례가 아닙니다. 때로 거절은 자신을 지키는 가장 현명하고 정중한 방식이니까요. 사장님에게는 그저 가기 싫다고 말씀드리면 됩니다. 그분이 현명한 ‘어른’이라면 당신의 선택을 존중할 것입니다.
[연애상담소 - 예술에 길을 묻다 ②] 여행을 제안한 사장님, 그 달콤한 함정 < 연애상담소: 예술에게 길을 묻다 < 칼럼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