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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4. 2024

역사의 아이러니를 사진으로 드러내다

[신경훈의 갤러리 가는 길]

사진을 쌓아 올려 새롭게 보여주는 역사의 그림자...
하춘근 사진집 '섀도우스 오브 히스토리(Shadows of History)' 출간 
Ground Zero 그라운드 제로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무거운 주제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가가 있다. 사진을 기반으로 설치미술과 회화를 오가는 작업을 이어가는 하춘근이다. 과거의 역사를 사진으로 표현하는게 가능할까 싶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작가는 9ㆍ11테러,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한국 비무장지대(DMZ), 제주 4ㆍ3 사건 등 어두운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섀도우스 오브 히스토리(Shadows of History)'를 출간했다. 


대표작이라고 하는 '그라운드 제로'는 투명한 직육면체 2,020개가 빌딩 형태를 이루고 있는 설치 작품이다. 그런데 작고 투명한 큐브 안에 구겨진 종이가 들어 있다. 관람자들은 그것이 무얼까 궁금해진다. 작가가 미국 뉴욕 9ㆍ11테러 현장 주변에서 촬영한 장면들을 인화한 뒤, 그것을 조각내고 구겨서 플라스틱 상자 안에 넣어 테러로 사라진 뉴욕 월드드레이드센터를 재현한 것이다. 사진을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 매체로 이용한 것이 아니고, 설치 작품의 한 요소로 변형한 작업이다. 또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바닥에는 작품 두 개가 놓여 있다. 하나는 일본 나가사키에서 촬영한 사진들, 다른 하나는 미국 뉴욕 그라운드제로에 새겨진 희생자들의 이름을 촬영한 사진들을 컴퓨터로 합성해 만든 작품들이다. 이 또한 사진을 작품의 한 요소로 활용한 것으로 사진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진이란 매체의 속성을 깨뜨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구겨 설치 미술의 한 부분으로 사용했습니다. 겉보기엔 월드트레이드센터를 재현한 설치 작품으로 보이지만, 그것을 이룬 플라스틱 큐브 안에는 현재의 테러 현장이 들어있습니다. 현재의 뉴욕을 담은 사진으로 과거의 역사를 재현한 시도입니다." 작가는 또한 일본 나가사키 원폭 투하 지점이 군사 용어로 '그라운드 제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반복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작품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무장지대

비무장지대를 주제로 작업한 'DMZ'연작도 이어진다. 비무장지대 풍경을 반복적으로 겹쳐 넣은 이미지에 현실의 장면을 합성한 작품들이다. 비무장지대에 얽힌 전쟁과 분단, 그리고 그 배경에 여러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는 것을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현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진으로는 비무장지대에 담겨 있는 역사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없어서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한다.


제주도


'제주 4ㆍ3' 시리즈는 또 다른 실험이 더해진 작품들이라 감상자의 시선을 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고, 일 년에 수천만 명이 방문하는 아름다운 섬 제주도에 흐르고 있는 4ㆍ3 사건의 비극성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작가는 그런 아이러니를 드러내기 위해, 제주에서 촬영한 풍경 사진에 컴퓨터로 이미지 작업을 더해, 현실인데도 비현실적 분위기가 넘쳐흐르는 장면들을 창조했다. 지극히 평화로운 제주의 풍경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비극의 그림자을 보여 주려는 시도다.


하 작가의 작품집(도서출판 꽃피다 발행. 320쪽)은 소장 가치를 높이려는 뜻으로 300권 한정으로 제작됐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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