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병원에 가서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면 엄마는 늘 대기석에서 누군가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구냐 물으면 처음 본 사람이라고 해 놀라곤 했다. 병원 뿐 아니라 옷가게에서도 은행에서도 버스정류장에서도 그랬는데, 생각해보니 주로 무언가를 기다릴 때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면 엄마는 아줌마가 되면 다 그리된다 했다. 내가 신기했던 점은 그렇게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도 절대로 전화번호를 교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세상 쿨하게 헤어지는 이상한 관계였다.
그런 내가 드디어 아줌마가 됐고 (정확히는 맘이 됐고) 요즘 당근에 빠져있다. 주워듣기로 아이들 물건은 당근을 많이 한다고 들어서, 자연스레 키워드도 걸어두고 늘 주시하게 되었다. 개미들이 주식창을 바라보듯 맘들은 당근창을 바라본다. 고가의 새 물품을 비싸게 되파는 것과 깨끗한 중고를 들이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MBTI는 혈액형 따위와 다를 게 없지. 나는 최고니까. 라고 말하는 참으로 이성적인 남편은 어느 날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내 물건을 구입하는 맘께 드릴 손편지;;와 곁들일 (시기 지난) 아기 물품을 정성스레 포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푼돈 받고 파는데 포장에 편지까지... 왜 ’남‘을 위해 시간을 써가며 고생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남편의 말을 듣고 보니 엄마가 생각났다. 꼭 아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정답던 엄마의 모습을 말이다. 그냥 공감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모르는 사람이지만 외려 모르는 사람이어서 더 편하게 공감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녀의 진로와 결혼을, 노년의 건강을 피부를 스타일을 오늘의 날씨를 병원의 역사를 그냥 그런 것들을 가볍게 공감하고 공감받고 싶었던 게 아닐까. 젊은이들이 커뮤니티나 SNS에 글을 올리고 공감받고 싶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게 요즘 당근이 그렇다. 그냥 당근에서 연락하게 되는 맘들에게 마음이 쓰인다. 특히나 내 물건을 구입하는 후배맘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비대면 거래를 하더라도 물건을 툭 던져두는 것이 아닌 서로 선물을 주고받듯이 거래하고 있다. 그래서 그 시간이 그렇게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나 보다.
조리원 동기와 같은 오프라인 맘 친구는 없지만(만들 생각도 없긴하다.) 좋아하는 워킹맘 유튜버에게 따뜻한 댓글을 단다. 그리고 자주 활동하지는 않지만 급할 때면 찾게되는 맘 카페에서 소중한 정보나 조언을 얻으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후배맘들의 질문글엔 괜히 뭐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배달의 민족 리뷰는 안 써도 임신출산육아 물품들은 정리해서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싶다. 그들이 시행착오를 덜 했음 하는 마음에 말이다.
“당.근.이세요?”
“네. 와 감사합니다.”
“뭘요. 육아 화이팅하세요.”
“네 감사해요. 같이 해요. 화이팅!!"
오늘도 모르지만 다정한 사람들, 마음 따뜻한 맘들 덕분에 육아에 힘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