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 육아 : 모두가 갇혀있다는 묘한 안도감.

by D보노

임신 안정기에 접어들 때 쯤 우리나라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 그때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고 오래갈 줄 몰랐다. 조금 기다리면 몇 해 전 스치듯 지나갔던 것들과 다를 바 없겠지 했었다. 상황은 나아질 듯 나아지지 않았고, 계절이 다시 돌아올 때 까지 계속되고 있다. 방역을 위해서 사람들의 활동이 제한되다 보니 모두들 답답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생활이 온전히 자기 마음대로 컨트롤되지 못하는 상황을 사람들은 얼마나 상상해보았을까? 가족을 제외한 사람과의 만남을 되도록 피해야하고,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고, 개인위생에 철저해야하고, 무조건 밥은 혼자 먹어야 한다거나, 먹어야 하는 음식이 제한되거나, 화장실에 가는 것 까지 통제 받는 상황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을까? 펜데믹 상황인 지금은 이 같은 일들을 실시간 뉴스를 통해 접하는 가까운 이야기로 느낀다. 하지만 펜데믹 상황이 아닌 채로 위에 열거한 일들을 신생아를 키우는 부모의 생활이라 말한다면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었을까. 이렇다보니 아기가 하루 종일 누워만 있던 시기에는 차라리 이 상황이 ‘개이득’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나만 갇혀있는 게 아니라 함께 갇혀있다는 생각이 묘한 안도감을 주는 듯 했으니까 말이다.


한번은 남편 휴가 찬스로 평일 시간을 누리게 되었다. 보고 싶은 전시도 보고 이것저것 미루던 일들을 처리해야지 싶었다. 오전부터 나온다는 게 이것저것 챙겨주고 나오니 늦어져서 붐비는 점심시간 때가 되었다. 일제히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다만 변한 것은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모두들 분주하게 자기들이 갈 길을 알고 움직였다.


‘개이득은 무슨’


내 안이 아닌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태도는 이렇듯 불쑥불쑥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믿는 일 조차 노오력이 필요한 것인지. 그래도 당장은 ‘이런 마음이 뭐 어때서’라는 뻔뻔한 태도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모두가 답답한 마음으로도 열심히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는 현실감각을 잊지만 않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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