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기준으로 작동하는 사회의 법정
지난 글에서 다룬 『오이디푸스 왕』에서는 운명이란 결국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인간’은 꼭 자기 자신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는 자신의 삶에 분명히 책임을 가져야 하지만, 때로는 타인의 시선과 판단이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바로 타인의 시선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이야기입니다.
두 작품 모두 인간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오이디푸스가 ‘진실을 향한 비극’이었다면, 『이방인』에서의 뫼르소는 ‘이해받지 못함에 대한 형벌’을 겪게 됩니다. 한 사람은 진실을 알게 된 순간 파멸했지만, 다른 한 사람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철저히 배척당하게 됩니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받고 양로원으로 향해 장례를 치릅니다. 그러나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담담히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밤을 보냅니다. 장례가 끝난 뒤에는 해수욕을 즐기고, 마리라는 여성을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합니다. 그러던 중 친구의 다툼에 휘말려 해변에서 아랍인을 총으로 살해하게 되고,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법정은 그가 왜 총을 쐈는지를 파고들기보다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슬퍼하지 않았던 그의 태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공동체의 상식을 어긴 ‘이방인’이 되었고 결국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뫼르소는 어떤 위선도 없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사회는 그가 ‘공감’을 표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사회는 하나의 감정 표현 양식을 기준으로 삼고, 그 틀에 맞지 않는 이들을 도덕적 괴물로 재단해 버리는 듯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합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싶고, 이유를 찾고 싶어 하지만, 사실 세상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삶에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욕망과 아무런 의미도 주지 않는 세상 사이의 충돌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 그것이 바로 ‘부조리’입니다. 우리는 내일 죽을지도 모르지만, 오늘을 살아갑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선한 이들이 이유 없이 고통받으며, 악한 이들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현실. 이처럼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가득합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의미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그 의미를 만들어가야만 합니다. 물론, 우리가 찾아낸 의미가 진정한 정답인지 누구도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은 하나의 생각을 곧 ‘정답’으로 간주해 버립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은 ‘이방인’으로 낙인찍고 배척해 버립니다.
세상에 나와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100명의 사람에게는 100개의 생각이 존재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타인을 이해하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작품 속에서 뫼르소의 죄는 어쩌면 살인이 아니라, ‘공감받지 못한 존재’로 살아왔다는 사실 그 자체였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속한 이 사회는 정말 이성적으로 작동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감정과 기대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법정’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방인』에서 카뮈는 뫼르소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뫼르소는 세상의 정답에 순응하지 않았고, 그 대가로 철저한 소외와 단죄를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했습니다.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으려 했던 이방인. 그것이 바로 카뮈가 보여준 인간의 고독한 용기일지도 모릅니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나이프를 발음하는 방법』에서는 북미로 이주한 라오스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원하지 않았지만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살아가야 했던 ‘디아스포라’들은 『이방인』의 뫼르소와도 닮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타국에서 언어적 어려움과 차별의 시선을 견뎌야 했던 디아스포라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by 사색하는 덕주부
책을 읽고, 삶을 사유하며,
언젠가 아들에게 전할 기록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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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AI 생성 도구를 통해 직접 제작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