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막아서도 희망은 꺼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는 흔한 일상이 되어버린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는 비행은, 『야간 비행』 속 리비에르에게는 수많은 반대를 무릅써야 했던 무모할지도 모를 위대한 도전이었습니다.
우리는 때로 현재의 안락한 풍경 속에서, 선배들이 쌓아 올린 고난의 시간을 잊곤 합니다.
하늘을 향해 나아간 리비에르의 비행처럼, 『그녀를 지키다』 속 인물들의 발걸음 또한 무겁고 어두운 땅 위에서 펼쳐진 또 하나의 비행처럼 다가옵니다.
이탈리아의 사크라 수도원, 한 남자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미모’라 부르는 그의 이름은 미켈란젤로 비탈리니. 그는 40년 넘는 세월을 수도원에 머물며 살아왔습니다. 유폐된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미모는 조용히 이야기를 꺼냅니다. 왜소증을 앓던 자신이 비올라라는 여인을 만나 조각가로 살아가게 된 순간, 그리고 평생을 바쳐 지켜온 ‘그녀’, 비탈리아니의 피에타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미모와 비올라는 모두 사회가 규정한 결함을 안고 있었습니다. 미모의 결함은 선천적인 왜소증이었고, 비올라에게 주어진 결함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였습니다.
1920년대 이탈리아는 여전히 여성의 교육과 정치 참여가 막혀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여성은 정규 고등 교육의 기회조차 얻기 어려웠고, 참정권은 1946년에야 비로소 보장됩니다. 그런 사회에서 한 번 읽은 책을 통째로 외울 만큼 영민했던 비올라의 재능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억눌려야 했습니다.
책장을 덮은 아버지의 손길은 단지 한 가정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곧, 세상이 그녀를 향해 던진 수많은 금지와 침묵의 신호였습니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비올라의 꿈은 단순한 비행의 열망이 아니었습니다. 여성의 가능성을 세상에 증명하고자 한 간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도전은 처참히 무너졌고, 그녀의 몸에는 실패의 흔적이 깊게 새겨졌습니다.
그럼에도 비올라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상처 속에서 기다리고, 인내하며, 침묵 속에서 단단해졌습니다.
그녀가 다시 세상 앞에 목소리를 드러내기까지는 긴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결혼과 이혼을 겪었고, 사회는 무솔리니의 독재와 몰락이라는 격변을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비올라가 선거에 출마하려 하자, 그녀의 가족은 끝내 반대했습니다. 사회가 바뀌어도, 사람들의 마음은 좀처럼 쉽게 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1920년대와 지금을 비교하면 세상은 분명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과 구조의 변화는 늘 한참 뒤처져 있었습니다. 비올라처럼 자신의 능력과 꿈을 억눌린 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많았을까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자신을 지키며 버티는 수많은 ‘그녀들’이 있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희망은 남습니다. 변화는 언제나 더디고, 때로는 잔인하게 느려지지만, 그 길 위에서 희망은 결코 꺼지지 않습니다. 비올라가 보여준 인내와 용기처럼, 사람들은 언젠가 세상을 바꾸어냅니다.
다음 이야기는 1930년대 미국 남부로 향합니다. 『앵무새 죽이기』 속 스카웃과 아티커스는, 불평등한 법정과 공동체 안에서 정의를 외치며, 그 느린 희망이 어떻게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지를 보여줍니다.
by 사색하는 덕주부
책을 읽고, 삶을 사유하며,
언젠가 아들에게 전할 기록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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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AI 생성 도구를 통해 직접 제작하였습니다. *